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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종근당 예술지상’에 거는 우리의 기대

윤진섭

기업이 제정한 미술상 중에서 ‘종근당 예술지상’은 유독 회화 분야의 작가들만 선정, 시상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미디어 아트, 설치미술,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 등 현대미술의 첨단을 망라하여 작가를 선정하는 여타의 기업 미술상과는 달리, 회화만으로 특화하여 운영한 지 올해로 8년째다.



안두진, 닮은 것과 닮은 꼴, Twins of nature and figures, 2016, Oil and acrylic on canvas, 140×300cm


이 상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모제가 아니라 주최 측에서 면밀하게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사무국의 담당자들은 국·공·사립의 각종 레지던시와 대안공간, 공사립미술관 주최의 기획전 등을 리서치한다. 그중에서 최근 2년간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한 45세 미만의 작가 중 300명을 선정하여 기초자료를 만들고 이를 제1차 심사위원회에 넘긴다. 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로 구성된 1차 심사위원들은 넘어온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 활발한 논의 끝에 약 30여 명의 후보자를 선정, 제2차 심사위원회에 넘긴다. 역시 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들로 구성된 2차 심사위원들은 30여 명의 후보자를 놓고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한 후 토론 끝에 최종 3인을 선정한다.

그렇게 해서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선정된 역대 작가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2012년: 윤상윤, 이우창, 이혜인
2013년: 류노아, 심우현, 안두진
2014년: 김효숙, 박승예, 이만나
2015년: 안경수, 이채영, 장재민
2016년: 김수연, 박광수, 위영일
2017년: 유창창, 전현선, 최선
2018년: 김창영, 서민정, 서원미
2019년: 양유연, 유현경, 이제 (이상 총 24명)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 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국 공모전의 고질병인 학연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역대 수상자들의 출신교를 열거하면 추계예술대, 동국대, 서울대, 홍익대, 이화여대, 용인대, 덕성여대, 국민대, 서울과학기술대, 한예종 영상원, 고려대 등등 매우 다양하니, 이는 곧 심사의 공정성을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상이건 간에 그 상이 권위를 가지려면 심사가 공정해야 하는데, 소위 권위가 있다고 하는 어떤 상은 특정 대학의 인맥으로 수상자들이 점철돼 있어 지탄을 받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도시 전체가 휘황찬란한 이미지 범람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대표적인 매체인 회화에 주목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디오가 발명된 후 한 때 영화관의 죽음을 예측했으나, 죽은 것은 비디오였지 영화관이 아니었던 사실은 하나의 역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회화는 어떤가? 선사시대 동굴벽화 이래 회화는 환경에 맞춰 다양한 변신을 꾀해왔지만 결코 사라진 적은 없었다. 가장 오래된 미술의 장르인 회화는 시대를 증언하는 증언자로서의 역할을 하는가 하면 인간 감정과 정서의 표현에 적합한 매체로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회화가 비엔날레를 비롯한 각종 국제전에서 유독 설치와 오브제, 영상, 퍼포먼스 등이 뉴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관계로 주춤해진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회화는 미술의 제왕 자리를 결코 넘겨준 것이 아니라 외부적 환경에 의해 잠시 유보됐을 뿐이다. 어떤 시각에서 세계를 보느냐 하는 관점에 따라 회화의 힘은 언제든지 소생 가능한 것이다.

부디 이 상이 먼 훗날 1957년 제정 이래,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하여 리차드 해밀턴, 피터 도이그와 같은 세계적 거장을 배출한 영국의 ‘존 무어 회화상(John Moores Painting Prize)’과 맞먹는 권위와 생명력을 갖추기 바란다. 그것이 우리가 이 상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다.

- 윤진섭(1955- ) 홍익대 서양화과 학사, 동 대학원 미학과 석사, 웨스턴시드니대 대학원 철학 박사.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전시총감독(2004), 제3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2016),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부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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