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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시아 미술담론의 구축과 비평포럼의 필요성

윤진섭

작년 말, 중국 쓰촨성의 충칭시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광안이라는 소도시에서 열린 제1회 광안야외미술비엔날레(2018 Guang’an Field Art Biennale)에 다녀왔다. 중국의 저명한 큐레이터인 구젠칭(GU Zhenqing)과 펭보이(FENG Boyi)가 공동기획한 이 행사에 중국의 왕두(Wang Du)를 비롯하여 송동(SONG dong), 수이 젱궈(SUI Jianguo), 양치엔(YANG Qian), 첸웬링(CHEN Wenlin), 프랑스의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태국의 사카린(Sakarin Krue -on ) 그리고 한국의 이경호 등 8개국에서 3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우리나라의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연상시키는 이 야외미술제는 비록 신생비엔날레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화적 배경에 힘입어 장차 크게 뻗어 나갈 기세가 드넓은 야외 전시장 곳곳에서 느껴졌다.



『2005-2015 Asia Art Criticism Forum Anthology』
(한국미술평론가협회, 2017),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


이 자리에서 이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나는 아시아 미술의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결론은 서구의 미술에 대응하는 아시아의 미적 담론을 구축하는데 모아졌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관계자들과 연대하여 공동의 비평 포럼을 창설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오갔다.

이러한 구상은 기실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5년에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주최한 ‘아시아비평포럼’의 창설에 이른다. 당시 이 협회의 회장직을 수행하던 나는 이 포럼이 창설되기 전인 90년대 중반 이후 국제 미술 현장에서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왔다. 매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가면서 여는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총회와 학술대회를 비롯하여 각종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할 때마다 아시아의 소외를 절감했던 것이다. ‘아시아비평포럼’의 창설은 아주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점차 국내외의 주목을 끌었으며, 201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두툼한 합본 논문집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 정점은 2014년에 열린 제47회 국제미술평론가협회 총회 및 학술대회의 개최였다. ‘ 미궁에 빠진 현대미술(Art Criticism in a Labyrinth)’을 주제로 열린 이 국제행사에 조직위원장으로 사업을 총괄한 나는 3부로 이루어진 학술대회 주제 속에 ‘아시아 현대미술에 관한 담론들(Discourses on Contemporary Asian Art)’을 넣어 세계 미술평론가들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미술사학과 명예교수인 존 클락(John CLARK)을 비롯하여 중국 출신의 저명한 큐레이터인 가오 밍루(GAO Minglu), 영국의 미술평론가 겸 작가인 사이먼 몰리(Simon MORLEY) 등 10명의 미술사학자, 미술평론가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논문을 발표하여 대회에 참석한 많은 국내외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시아의 현대미술이 서구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근자의 일이다. 그러나 이는 나타난 현상에 불과하고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코 짧지 않다. 일본의 경우 일찍이 일본재단(Japan Foundation)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1979년 제1회 아시아미술제(현 후쿠오카트리엔날레의 전신)의 창설은 이처럼 일찍이 문화예술의 가치에 눈을 뜬 일본의 문화정책이 일군 성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광주비엔날레의 창설은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끈 계기가 되었다. 이후 아시아는 비엔날레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제 아시아는 고립의 틀을 깨고 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다채로운 문화개방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군사적으로 비유할 때, 작가들이 최전선에서 싸우는 보병이라면 이론가들은 뒤에서 지원사격을 하는 포병에 견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포병을 육성해야 할 때이다.


- 윤진섭(1955- ) 홍익대 서양화과 학사, 동 대학원 미학과 석사, 웨스턴시드니대 대학원 철학 박사.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전시총감독(2004), 제3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2016),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부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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