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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김호정, 확장형 아티스트

안현정

김호정 작가


한국미의 레이어를 도자와 페인팅으로 확대한 ‘융합형 아티스트 김호정’은 도자의 블루미감에서 순수미술로까지 ‘확장형 예술’을 지향한다. 빗살무늬토기를 서구의 사이프러스(고대미감)와 연결한 ‘동서미감(東西美感)’의 발현으로 연결한 작가는, 영국 비엔날레와 독일 박람회에 초청받으면서 ‘초신성(超新星) 같은 신진작가’로 떠올랐다. 지난 3월 뉴스프링프로젝트 초대전 《Soil, Truth, Beauty》에서는 미술의 일상화를 바탕삼은 ‘흙의 다각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전시를 통해 추상미술과 도자의 경계를 연결하면서, 한국미의 원형과 현대미술을 ‘정반합(正反合)’으로 재해석한 ‘자기 회귀적 프로젝트(10여 년 작업의 종합)’를 선보인 것이다. 작가는 한국미를 바탕으로 한 최근 작업들에서 “한국미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본질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페인팅 <Captured Landscape white I>, <Blue Moon Jar> 설치 전경


작가에게 주목되는 것은 도자에서 발전한 평면추상 작업이다. 〈Captured Landscape〉 시리즈는 〈Flow〉, 〈Moon Jar〉 시리즈의 흙덩어리와 조각들의 반죽에서 생겨나는 표면의 추상 문양을 감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풍경을 시적으로 묘사한 ‘풍경 추상’ 작업의 일환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흙과 모래를 이용하여 재료 자체를 반죽하고 화면에서 보이는 질감 속에서 자연의 원형을 추출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도전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등에서 호평받았지만, 장르를 가로질러 한국 대표 작가로 거듭나겠다는 다짐과 연결된다. 페인팅의 바탕으로 이루는 전체 세계관은 ‘자연에 빗댄 색(色)의 상징’으로 요약된다. 푸른색(Blue)은 하늘과 바다를, 레드-갈색(Red, Brown)은 땅의 이야기를, 흑백색(Black and white)은 우주를 표현한다. 이는 화학적 재료가 아닌 흙을 직접 만지면서 탐구해간 ‘물성과의 관계’로부터 이루어진 것이다. 


《Soil, Truth, Beauty》 개인전 전경


작가는 “도자기 작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흙덩어리와 색 조각이 모여 예기치 않은 문양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흡사 자연의 질서 있는 현상과 닮았다.”고 말한다. 이는 도자미감에 담긴 여백과 대상의 관계성에서 발전시킨 것이다. 작가는 신비주의로 점철됐던 ‘청색 도자안료(回回靑)’와 흑색/적색 토양의 원시적 컬러들을 대비시키면서 땅과 하늘의 기운을 연결한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정서를 서구 미감과 연결한다. 자연과 하나 되는 통합적 영역의 예술 활동에 도전하면서, 하나의 원형질(가능성의 점點들)로부터 모색된 절제된 미니멀리즘을 행위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드로잉 신작들은 도자기의 표면과 그 흙이 섞여지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한다. 흙과 일체화된 몸의 움직임은 ‘이상세계(理想世界; 현실적 모순과 부조리가 없는 완전한 세계)’에 대한 동경과 염원을 담아 그라피티와 같은 메시지 페인팅으로 확장된다. 흙의 정신을 통해 도자와 페인팅을 연결하는 김호정의 시도는 ‘공예와 순수미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아카데미즘에의 도전이자 가능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확장형 작업들은 ‘원형과 연결의 내러티브’ 속에서 동시대 청년 작가들이 추구해야 할 작가정신을 보여준다.


- 김호정(1988- ) 경희대 도예학과 학부, 홍익대 산업도예학 석사, 영국왕립미술대학(RCA) 도자유리학 석사. 202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특선. 경기국제도자비엔날레 Cobalt Blue: Dyed for the world of art 초청. 경희대 도예학과 겸임교수.

- 안현정(1977- )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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