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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준, 사진으로 보는 죽음의 사막으로의 여행과 게슈탈트 치유의 연관성

문인희


Sand dunes, Death Valley National Park, California, 1998, Hahnemuhle fine art baryta 214 gsm, Variable Size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박준은 지난 30여 년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연을 주제로 작업해 왔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요지를 차지하는 풍경은 온종일 불타는 태양 아래 건조하기 짝이 없는 황량한 장소를 촬영한 ‘죽음의 사막 시리즈(Death Valley Series)’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바로 옆에 펼쳐진 발가벗은 사막을 오가며 거둔 사진들이다. 단순한 낙오나 부주의, 혹은 돌덩이들 위로 부는 열풍의 광기가 조금만 지나쳐도 대지가 뒤덮어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릴 수 있는 힘이 꿈틀거리고 있는 무섭고 생경한 곳이 죽음의 사막이다. 

보수적인 암실 작업으로 만들어진 박준의 사막은 두려운 느낌 대신 온화하게 변모된 듯 보인다. 작품의 주제인 사막이나 사막의 경험을 반추하며 작품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암실은 정작 작가에게는 시선이나 생각, 그리고 희망을 가로막는 그 어떤 것들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서, 얽매임이 없는 자유를 상징하는 곳이다. 그곳은 시각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이끌려 채집한 이미지를 보듬고 만져서 작가만의 이미지로 거듭나게 하는 분만(分娩)의 통로이기도 하다. 

사막여행에 이어 암실 작업 과정에서 박준이 탐구하는 것은 사막에 대한 섣부른 낭만과 철없는 공경이나 호기심을 충족하는 여행자의 위치가 아니라 실제로 그리고 메타포(은유)로서의 생과 사의 연장선이라는 사막이 가르쳐 주는 존재의 본질적인 욕망과 감정을 포함한 영·혼·육의 반응이다. 죽음의 경계가 덧없이 무너지는 곳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전체적-육체적, 심리적, 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사진은 비본질적인 것들을 제거한 순수하고 평화로운 생존의 흔적이다. 

흑백사진이 주를 이루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컬러 작품에 비해 화학약품의 조절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이유로 원하는 느낌을 표현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상징적 의미를 함축하여 고결한 이미지로 연출함에 있어서도, 추상적인 기억을 유출한다는 의미로도 흑백사진은 적합한 도구가 된다. 그러면서 작가는 사막이라는 고정관념에 치중하는 우리들에게 사막의 게슈탈트(Gestalt), 즉 개체가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행동동기로 조직화하여 지각하는 의미에서 하늘과 구름, 동물들의 발자국, 홀로 핀 꽃, 그리고 해질 무렵 어머니의 품과 같이 포근해지는 기온, 누워 손을 내밀면 잡힐 듯한 반짝이는 별들을 통해 경험한 자연의 섭리와 그 안에 있는 생명력에 집중하게 한다. 사막이라는 환경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박준은 사막이 은유하는 온갖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노출시키고 해방시키는 것이다. 


Sand dunes, Death Valley National Park, California, 2018, Hahnemuhle fine art baryta 214 gsm, Variable Size


메마른 사막과 같은 사람들, 벌어진 틈과 같은 관계, 물질적인 풍요로움과는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는 정신의 빈곤, 고민과 연민으로 혼란한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불안한 현대에 있어 박준의 죽음의 사막 시리즈는 죽음의 두려움에 대한 작가의 욕구와 감정의 지각과 알아차림(Awareness)의 순환적 형태라 할 수 있다.

박준은 1997년 첫 전시 이후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만 30회 이상 촬영 했으며, 뉴욕에서 LA까지 크로스컨트리 여행도 10여회 하면서 ‘로드러너’ 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와이와 버진 아일랜드를 제외한 미국 전역을 돌며 아웃사이더로서 미국의 역사와 역사 속의 사람들로부터 교훈을 배우기 위해 1년에 두 번씩은 대륙여행을 하고 있다고 기사화 된 바 있다.


박준 작가


아이리스 문인희 / 독립큐레이터
irisinheemoon@gmail.com


- 박준(1956- ) 서울 출생, 1983년 뉴욕 이주. 뉴욕 포토그래픽 아트센터 스쿨 졸업. 2003 한미문화예술인상 수상. 2009 대구 대백갤러리 서울 순수갤러리, 2011 미국 뉴욕 1&9갤러리 2018 미국 뉴저지 리버사이드갤러리 개인전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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