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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본 것들

호경윤


왼쪽부터> 언리미티드 에디션 9 행사장 내부 전경,
언리미디트 에디션 9에 참여한 (unknown artist)의 부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된 언리미티드 에디션 9 입구


지난 달 ‘언리미티드 에디션(2017.12.2-3)’이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됐다. 이번에 9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단 이틀 동안 1만 8,200명이라는 많은 방문객이 다녀갔다. 2009년 인더페이퍼갤러리에서 20여 팀이 참여한 것으로 시작한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해마다 플래툰쿤스트할레, 무대륙, 블루스퀘어네모 등의 장소를 옮겨 다니며 한국을 대표하는 시각예술 분야 독립출판 전문 페어로 성장했고 올해의 경우 참여팀은 총 191팀이다. 이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사이 한국에서 젊은 예술가 및 디자이너 사이에 독립출판이 하나의 예술 활동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더 큰 수확일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출판 형태의 예술 활동이 주류 미술계에서도 수용된 것은 지난해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데 이어 올해에는 국공립 미술관에서 개최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미술관에 일시적인 부스를 만들어 각기 참여팀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우고 개성 있는 출판물과 굿즈를 팔았다. 행사 전체의 정확한 판매량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지인의 경우 잡지 한 호를 이틀 동안 230여 권을 팔았다고 했다는 이야기와 또한 주최측 스태프들과 참여팀들이 다 함께 박수를 치면서 화기애애하게 행사를 종료하는 모습에서 나름대로 훈훈한(?) 성과를 올렸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부대행사로 ‘언리미티드 에디션 9’를 현장에서 리뷰하는 자리에서 시각문화연구자 윤원화는 페어에 나온 출판물의 큰 흐름을 정리했다. 그는 ‘큐레이터의 잡지’ ‘미술가의 연구서’ ‘디자이너의 책’ ‘편집자와 필자의 책’으로 구분했고, 그중에서도 홍보라 갤러리팩토리 디렉터가 낸 『버수스』, 구나윤 갤러리구 디렉터가 운영하는 출판사 그래파이트온핑크의 『그래비티 이펙트』, 독립큐레이터 이나연의 퀠파트프레스 『씨위드』, 안인용과 현시원이 공동 운영하는 시청각의 『계간 시청각』 등을 열거하면서 기존 미술 언론에 대한 큐레이터들의 또 다른 갈증이 쌓여 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 이러한 경향은 단지 ‘언리미티드 에디션’만이 아니라 한국미술계 전반에서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과거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흔치 않았을 때 미술평론가들이 전시 기획을 종종 했던 것과 역전된 풍경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큐레이토리얼 실천과 출판’이라는 주제로 연구 세미나가 열려 길예경(편집자/번역가, 전 저널 『볼』 편집위원), 박가희(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현시원(시청각 공동디렉터)이 참여했다. 이들의 평소 활동 반경과 관심사를 미루어 볼 때 글쓰기와 큐레이팅을 하나의 실천이자 발언의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앞서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출판 전문 인력을 영입한 것은 향후 더욱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두 번째 ‘SeMA-하나 평론상’의 두 주인공을 선정했으며,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2017년 한국 미술계를 정리해 볼 때 출판과 함께 비평 분야 전반에 걸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크고 작은 활동들이 있었던 것은 반가운 일이다. 몇몇 매체의 창간과 재창간의 소식이 있었고, 다행히 폐간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몇몇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에 다수의 평론가가 쓰는 다소 과한 경우도 봤지만, 독립출판부터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는 쓰고, 누군가는 읽는 과정이 훨씬 전보다 캐주얼해진 느낌이다. 그러나 출판 업계의 하향세는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인가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제법 큰 인쇄소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참으로 서글펐다. 『계간미술』의 창간호부터 마지막 호를 양주 한 병에 얻어 왔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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