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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통일나무에 그려진 태극기와 인공기

박영택

   좌) 쑥쑥 우리나라가 자란다
   중)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이 SNS에 게재한 투표 독려 사진
   우) 박정연, 태극기 연작중 s-Public (위), 2007,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151×227cm, nationright(아래), 1996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기는 1882년, 이응준이 미국 함정 스와타라(SWATARA)호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응준은 역관으로 당시 조선의 대표들인 신헌, 김홍집이 수행원 신분으로 동행한 이다. 당시 청나라 특사인 마건충(馬建忠)은 조선이 청의 속국이기에 중국의 깃발 형식을 따르라고 강요했는데 미국 전권특사인 슈펠트가 조선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려는 정책에 위배 된다고 하여 조선 대표에게 국기를 제정하여 사용할 것을 촉구하였다고 한다. 이에 김홍집의 명을 받아 역관 이응준이 즉석에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태극기는 그해 5월 22일, 인천 제물포에서 열린 조미수호 통상조약 조인식에서 사용되었다. 이후 1883년 3월 6일, 조선 정부는 조선 국기를 공식 반포하였다. 한편 해방 이후 1949년 국기시정위원회가 발족되어 ‘우리 국기 보양회안’을 공식적인 태극기 도안으로 결정하여 오늘에 이른다. 알다시피 태극기의 도형은 주역에서 비롯된 것이다. 백색을 바탕으로 하여 중앙에 음·양의 양의가 포함된 일원상의 태극이 있고 네 귀에는 건·곤·감·이의 4괘가 배치되어 있다.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그리고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네 모서리의 4괘는 음과 양이 서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효(음양)의 조합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건괘는 하늘을, 곤괘는 땅을, 감괘는 물을, 이괘는 불을 각각 상징한다. 또한 건은 정의, 곤은 풍요, 감은 지혜, 이는 광명을 의미한다. 이 4괘는 태극을 중심으로 통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 태극 문양은 음(파랑)과 양(빨강)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우주 만물이 음양의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하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한때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국기 하강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면 모두 걸음을 멈추고 어딘가를 향해 경례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어두컴컴한 영화관에 앉아 영화상영을 기다리다가 태극기가 비치고 애국가가 울리면 다들 황망하게 일어나서 경례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러면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를 떠올리곤 했다.

당시 내게 국기는 국가와 권력을 대신하던 압력과 통치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가슴 벅찬 애국심과 유구한 전통의 얼굴이기도 했다. 그렇게 복잡하고 착잡한 것이 태극기였다. 오늘날도 태극기는 너무도 상이한 얼굴로 다가온다. 새해 벽두부터 태극기와 인공기가 그려진 아이 그림 하나로 다소 시끄러웠다. 우리은행이 주최한 ‘제22회 우리미술대회’ 수상작을 모아 2018년 달력을 만들어 배포했는데 그중 그림 하나를 놓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내고 “이제 학생들은 미술대회 수상을 위해 인공기를 그릴 것이고, 미술대학 교수는 이런 그림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안보불감증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탁상 달력마저 이용해 정권에 아부하려는 우리은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회 곳곳에 만연한 장밋빛 대북관과 뿌리 깊은 안보불감증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쑥쑥 우리나라가 자란다>라는 제목의 그 그림은 한가운데 통일나무라고 적힌 나무가 있고 다양한 꽃들이 가득 피어있으며 왼손에 태극기, 오른손에는 북한의 인공기를 들고 있고 주위에 어깨동무한 남녀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림이다. 자유한국당에서 문제 삼은 것은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더 위에, 보다 크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기 대신에 성조기를 그려 넣었어야 한단 말인가? 어린아이보다도 못한 정치인의 불구적인 시선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선거홍보용 전단지에 인공기를 과감하게(?) 사용한 적이 있었다. 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작가 박정연은 이상한 태극기를 선보인다. 얼핏 태극기로 보이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태극을 대신해 서울대 로고가 박혀있고 바탕에는 삼성 로고가 둥둥 떠다닌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두 개의 막강한 힘, 일류 조직이 연합된 꼴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태극기에서는 태극이 뒤집혀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바탕에는 우, Right, 右 자가 부유하고 있다. 우편향된 한국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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