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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이두식 윤건철, 두 분 모두 건강하고 우람한 체격이었는데…

김정



 70년대 필자 부부가 다니던 사직동 수도교회에 이두식(1947-2013) 교수의 누이 이화자 여사가 집사로 계셨다. 1979년 교회에서 만난 이 여사가 나에게 “내 동생이 그림을 그리는데 인사동에서 전시해요. 고집이 좀 있지만, 기회 되면 가서 보시고 조언 좀 해주실래요? 동생이 아직 젊어서요.” “동생이 몇 살인데요?” “서른두 살이고, 지금 서울예고에 나간답니다.” 필자는 바로 이 작가의 전시장소인 명동화랑에 찾아갔다. 본래 김문호 대표가 1970년 초 미술계에 신선한
새 바람을 키며 퇴계로 명동 근처에 열었던 명동화랑이 인사동에 다시 문 연듯했다. 그때 전시된 그림은 연필 드로잉과 채색이 혼합된 구상 추상 묘사된 반추상이고 전시장엔 작가 본인은 없었다. 그렇게 이두식 선생 그림을 처음 봤다.

 경북 영주 태생인 이두식 선생은 부친이 사진관을 운영하여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서울예고로 진학 후 홍익대와 인연을 맺었다. 일곱 살 아래인 건장한 체구의 이 교수를 전시장에서 만나면 그의 누이와 친했던 나는 그를 마치 동생처럼 따듯이 대했고, 그도 나를 형님처럼 여기며 가까이 지냈다. 그 후로 세월이 많이 흐른 후 직장을 서울예고에서 홍익대로 옮긴 이 교수는 승승장구하며 출세 가도를 달렸다. 활발하고 거침없는 언행에 욕심도 있고, 사업 기질도 있는 성격이었다. 작가로서 어쩌면 당연한 열정이 아닌가 그를 이해하며 지냈다. 국내외를 비롯해 전시도 많았고 작품도 다작하여 은행 같은 공공기관에 가면 걸려있는 이 선생의 그림을 자주 볼 정도로 작품량이 많던 시절이었다. 다른 작가 전시장에서 우연히 이 선생을 만나 필자가 “바쁜 활동으로 애쓰는구려”라고 말하면 “선배님…” 하며 어물쩍 덮고 넘어가곤 했다.

 2002년 이 선생 부인이 안타깝게도 암으로 별세했다. 이 선생 부인도 미대 출신으로, 필자 대학의 제자인 H 원장과 특히 친했기에 원장의 초대로 이 선생 부인, H 원장과 함께 식사를 두 번 한 적이 있다. 상처한 동생을 누님인 이화자 여사가 돌봐주셨다고 했다. 이화자 여사는 필자의 집사람과 가깝게 지낸 집사였기에 서로 속사정을 이해하면서 지냈었다. 그 뒤 필자는 집을 이사했고, 교회도 옮겨 이 선생 누님도 못 만난 지 오래됐다. 2005년 이 교수가 일본 오사카 모 대학에서 박사학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그에 대해 필자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학위 받으려면 힘든 연구논문이라던가 노력, 시간, 고생
이 따르는 건데…
 
 이두식 선생 내외가 비교적 일찍 별세하신 건 슬픈 일로, 두 분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위)이두식, (아래)윤건철
김정 드로잉

윤건철(1942-86) 선생도 건장한 체구와 미남형이었다. 70년대 시절 아현동의 한성중고 교사시절 앙가주망 그룹전에 신입회원이 됐다. 둥글둥글 웃는 얼굴은 친밀감을 주었고, 떡 벌어진 양 어깨와 굵은 팔뚝은 거의 씨름선수였다. 동인들이 지방으로 스케치 여행 갈 때 무거운 짐을 단번에 들어준 장사였고, 모임 땐 밥 한 그릇을 뚝딱, 막걸리 술 한 사발도 단숨에 드는 건강미 넘친 대식가였다. 또 앙가주망 총무를 맡고 있던 필자의 업무를 도와주려는 동생처럼 성의도 보여준 착한 마음씨의 소유자였다.

 몇 년 후 강릉대 교수로 옮긴 후는 모임에도 자주 빠지고 음주도 늘고 여러 가지 고민이 있는 듯 했다. 직장 옮기는 문제였으나 뜻대로 잘 안 풀렸다. 깊은 고민을 극복하고자 미국으로 연구하러 갔다가 반년 만에 속병을 얻어 귀국했고, 곧바로 수술했으나 안타깝게도 별세했다. 그의 넉넉한 체구처럼 마음씨도 넉넉해 주위 사람들 사랑을 받았는데… 얼음처럼 냉정한 임영방 선생이 장례 때 아파트 빈소에 오셔서 눈물 콧물 닦으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참기가 어려우셨던 슬픔을 느끼셨을까. 윤건철 선생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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