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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이용환 이춘기 김인환, 음주 스타일은 다르지만, 주량은 비슷해

김정


이용환, 이춘기, 김인환
김정 드로잉


이용환(1929-2004) 선생의 평소 모습은 모범생이며 목소리도 조용했다. 그림은 사실적 표현 작업을 하셨다. 필자와는 앙가쥬망 동인으로 십여 년 활동하셨고 건국대 교수 정년퇴직 이후엔 야외작업을 하며 전국을 누비셨다. 원로이신 심죽자 여사와 동갑 부부작가. 89년 4월 인사동 전시를 끝낸 뒤 5월 사당동 자택에서 지인을 초대해, 회갑기념 잔치도 하셨다. 이 선생은 평소엔 말없이 조용하시다가 음주 후 묘한 힘이 꿈틀거렸다. 그분의 숨은 장기는 댄스다. 1991년 청담동 주점에서다. J 씨 등 여러분이 모인 홀에서 그야말로 독보적인 댄스의 진미를 보여줘 많은 사람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날렵하고 매끄러운 춤 모습은 기막힌 솜씨였다. 다 추고 나선 “오랜만에 땀 좀 흘렸다”고 하셨다. 그 이유로는 “심 여사의 아픈 무릎 고통 등 요즘 마음도 편치않아 겸사겸사 몸으로 확~ 풀어봤다”고 했다. 말 없고 조용하시지만, 마음속 답답함을 시원하게 춤으로 푸시니 보는 사람도 멋지고 상쾌한 느낌이었다. 필자 추측건대 댄스 실력은 아마도 프랑스유학 시절 익혔을 것으로 본다.

이춘기(1933-2008) 선생은 키 크고 말 없는 교장 선생 스타일로, 마음도 선하며 역시 모범생이었다. 전시 때마다 오셔서 장욱진 선생과 같이 어울리셨다. 부인 김재임 여사도 같은 서울대 서양화과 동문으로 만난 부부작가다. 신앙 깊은 부인께선 필자의 대학에도 출강하셨던 엘리트 부부였다. 신혼 초부터 두 분은 장욱진 선생을 좋아하고 따르다 보니 아예 양아들이란 별명까지 듣고 지내셨다. 장 선생 가족 대소사엔 늘 이춘기 부부가 먼저 와 있는걸 자주 목격했다. 박한진, 김정, 이만익, 최경한 선생 등 4인은 40년간 늘 단골손님처럼 장 선생 곁을 지켜왔기에 명륜동, 수안보, 용인 등에서 이춘기 부부의 행동을 자연스레 알게 됐다. 이춘기 선생은 전주대 퇴직 후 작업에 전념하셨다. 평소 돋보기안경을 쓰시고 말 없는 게 특징인데, 술은 소맥 가리지 않고 용감하셨다. 음주 후 타인에 불편 줬다는 뒷얘긴 들어본 적 없는 깨끗한 분이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맥주병에 소변 담은 맥주를 마시고도 태연자약했던 일화는 주변을 놀라게 한 화제였다. 더욱이 맛을 알면서도 그냥 조용히 넘긴 연기는 완벽했다고. 원래 말수가 적으시고 성실하다는 주변의 평가였다. 그 정도로 착하고 조용하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저돌적 정의감도 있는 분이었다. 큰 자제분 결혼식 때 가보니 사돈도 조각가였다. 화가 부부와 사돈까지 미술인 대가족이었다.

김인환(1937-2011) 선생은 70년 초 필자가 역촌동 거주할 때 응암동에서 만났다. 녹번 삼거리 은평초교 앞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눈 후 동네 막걸리 집에 몇 번 가곤 친해졌다. 그 당시 김인환 선생은 『신아일보』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를 막 그만둔 시기였다.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막걸리 한 사발을 했는데, 집에 초대를 받아 갔다. 어부인의 ‘오늘도 취중이구려’라는 언짢은 표정에 나는 눈치채고 바로 나오니까, 김인환 선생이 ‘김형 가지 말고 딱 한 잔만 더’해서 밖에서 막걸리 한잔을 또 했다. 내가 막걸리를 좋아하듯이 김인환 선생도 막걸리를 좋아했다. 그 후 만나면 막걸리 한 잔 후 각자 귀가했다. 음주 후에는 약간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만, 김인환 선생 본래 행동은 말 없고 조용한 새색시 같았다. 본인은 ‘미술평론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인환 선생은 신문사 퇴사 후 미술 평단 활동에 집중하시는 모습이었다. 필자도 역촌동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였다. 15년 뒤 1988년 6월 18일 덕성여대가 주최한 ‘대학미술교육의 문제점’ 학술대회에서 다시 만났다. 안휘준, 허영환, 김정, 유홍준, 이병남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고, 김봉태, 최만린, 한운성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초대인사엔 김서봉, 장선백, 김인환, 정탁영, 권영필, 이성미 교수 등 70여 명이었다. 이날 김인환 선생은 대회 요점기록을 위해 조선대학의 교무과장을 직접 데리고 와 열심히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미술비평과 미술교육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욕이 엿보이던 시절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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