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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하인두와 이남규, 물과 불이요 급행과 완행 열차다

김정

하인두, 이남규 두 사람은 경상도와 충청도 출신으로, 서로 잘 맞으면서도 정반대였다. 하인두가 강하고 직설적이라면 이남규는 구수하고 은유적이다. 하인두(1930-89)는 경남 창녕 출생이며 S 미대 1세대인 49학번으로 입학 초기부터 6·25전쟁이 터져 학업과 전장을 동행하는 격난의 세대였다. 이남규(1932-93)는 대전시 유성 출생으로 G 사대 국문과 재학 중에 S 미대로 재입학, 1957년 졸업, 1968년 오스트리아 공방연구 이수 후 G사대 교수를 역임했다. 유머가 풍부해 모임에선 늘 폭소가 나왔던 이남규와의 만남, 앙가쥬망에서 20년 가까이 지냈기에 그의 모습이나 말솜씨를 기억하고 있다. 



  

하인두


이남규



하인두는 시인 박봉우가 광화문 예총빌딩(현 세종문화회관)에서 시화전(1970.6.11-17)을 열 때 전시장에서 만났으며, 나를 포함해 하인두, 박서보, 송수남, 오승우, 전상수, 송영방 등 여러 화가들이 참여했었다. 첫인상은 우물에서 숭늉 찾듯 급한 느낌이었다. 그 후 여러 전시장에서 만나 식사도 같이하며 가까이 지냈다. 『월간문학사상』 표지도 하인두가 이상, 구상, 김소월을 그렸고 내가 선우휘, 조연현, 윤석중을 그리면서 친숙하게 10년을 지냈다.


1988년 8월 1일 오후 2시, 나는 강남 청담동 J씨로부터 그의 작업실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J씨는 원로화가로 이탈리아 가곡
을 잘 부르는 소문난 멋쟁이다. 술자리를 좋아해 그는 가끔 이웃지인들을 모아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날도 그런 노래모임인가 하는 생각으로 갔다. 그러나 노래는커녕 모두 짐을 챙겨 들고 앉아 있었고 J씨 옆에는 이남규, 하인두, K씨, L씨 등이 있었다. J씨는 나를 보고 일행과 같이 경기 광주군 초월면 산이리에 사는 조각가 K씨 집 근처로 같이 떠나자 했다. 나는 얼떨결에 그 일행과 같이 초월면으로 동행했다.


일행은 내 차와 L씨 차 두 대로 나눠탔다. 내 차에 이남규와 하인두가 탔다. 둘은 가는 도중에도 연실 이야기꽃이 이어졌고, 웃고 밀치고 좋아했다. 폭소내용은 대충 여인에 관한 화제로 진한 핑크색 얘기였다. 둘은 아파서 자주 못 만났기에 신난듯 발로 차며 차내는 시끄러웠다. 둘은 한쪽이 “그려~~”하면 한쪽은 “니 아나~”로 고저, 장단, 완급처럼 반대와 합의, 동감과 반감이 교차되면서도 합의될 땐 깔깔거리고 웃었다. 이런 천진난만한 사이로 유치원생들 같았다. 누구나 건강이 허약할 때 저절로 과장된 말이 나온다. 어딘지 모르게 입으로의 허구 같은 오버 행동느낌도 보인다. 운전하는 나는 두 분의 얘기를 듣지만, 운전에 신경 쓰느라 흥은 못 느꼈다.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조각가 K씨가 준비해놓은 건 바로 보신탕이었다. 하인두는 그동안 건강 때문에 고기도 못 먹었다며 마치 중병 뒤에 허탈감을 먹는 것으로 채워 보고 싶다는 듯했다. 이 모임을 주선한 J씨는 “ 자, 오늘 오랜만에 만난 하인두와 이남규 씨, 또 여러분들. 복날엔 이런 걸 자셔야 건강이 좋습니다. 오늘 이걸 준비한 K씨에게 박수 한 번 칩시다.” K씨는 여류조각가로 브라질에 자주 가는 반추상 작업을 해온 분이다. “오랜만의 복날에 맛있게 드세요. J씨가 특별히 부탁하는 연락을 받고 준비했습니다. 오늘 건강이 좀 안 좋으시다는 두 분을 위해 아주 푹 연하게 잘 삶은 고깁니다.”


하인두는 “내도 많이 아팠다가 요즘 회복이되 괜찮아졌어요. 거참 맛있네, 고소하고….” 이남규는 “나도 돼지고기에 붙은 비계
를 원창 좋아했슈. 오늘 고기가 맛있네유~ 내가 고기를 좋아하다보니 우리 집 마나님께서 나를 보고 마위(魔胃)에 걸렸다고 하네요.” 고기를 좋아하는 두 맞수의 식평으로 고기에 붙어있는 기름기를 높이 들어 보이면서 한마디씩 하였다. 술 먹는 하인두에게 이남규는 “여보, 하형, 아직 술은 안돼.” 라고 제동을 거니까 하인두는 “고기에 반주는 괘안타~” 하며 웃음으로 화답하다. 그러면서 “내는 갱상도지만, 광주에서 군복 입고 수색작전했꼬~ 천경자도 수소문 끝에 찾았고 천씨 동생이 내하고 동창이거던….” 술 한잔이 들어가니, 이남규는 느린 동작으로 유머가 넘치지만 하인두는 급한 성미에 강한 직선적 모습이 대조적이다.


이남규와 하인두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의 반대 성격을 절묘하게 맞춰 장단점이 모두 장점으로 살았다는 것. 사회
적 활동이나 화력도 엇비슷했고 둘은 서로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59세와 61세의 나이로 먼 길 떠난 인생 마감도 비슷했다. 인생은 급함도 필요하지만 느릿함도 필요한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은 알 수 없는 경상도 직선과 충청도 곡선이 그려낸 것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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