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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판문점 미술관’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윤범모

세상에 이런 날이 있다니! 2018년 4월 27일. 세계의 이목은 판문점으로 집중했다.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따뜻한 포옹. 바로 그 뒤에 대형 그림이 걸려 있었다. 바로 민정기의 <북한산>이었다. 김 위원장의 첫마디는 <북한산>을 어떤 기법으로 그렸냐는 것. 그림의 기법을 첫 질문으로 하다니, 이는 놀라운 발상이다. 이에 대하여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서먹서먹한 첫 만남의 자리에서 미술품의 역할은 매우 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북정상회담장에는 신장식의 대작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배경을 장식했다. 방명록 서명대의 뒤에는 김준권의 대작 판화작품 <산운(山韻)>이 차지했다. 접견실은 김응현의 <훈민정음> 서예작품을 김중만 사진작가가 촬영한 것이었다. 더불어 박대성의 백두산 <장백폭포>와 제주 <일출봉>도 있었다. 3층 연회장에는 이이남의 미디어 아트가 설치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장소인 판문점은 미술관이었다. 미술작품의 역할과 기능이 이렇듯 소중하게 보였던 때도 드물었다.회담의 성공에 이들 미술작품의 숨은 공로도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남북 평화의 시대,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미술의 역할은 적지 않을 것이다.



신장식,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2001, 캔버스에 한지, 아크릴, 청와대 제공

냉전 시대를 마감하면서 미국과 소련의 첫 번째 교류사업은 미술작품 교류전시였다. 그래서 미국은 앤드류 와이어스 전시를 모스크바로 보냈고, 소련은 모스크바 소장 인상주의 명품을 워싱턴으로 보냈다. 미술작품의 교류는 얼었던 땅을 녹이는데 기여도가 적지 않았다. 미술은 다른 장르와 비교하여 화해의 무대에서 빛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체육과 음악과도 다른 장르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남북 화해시대를 맞아 미술계의 역할은 어느 때 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아니, 상호 교류전시는 물론 합동 전시 등 활발한 교류사업이 절실하다. 벌써 평양비엔날레라는 설레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나 개인적 감회를 말할 수 있다면, 정말 감회가 무량하다. 서울에서 열린 최초의 북한미술전이었던 ‘그리운 산하’ 기획자로서, 또 평양미술계의 공식 초청으로 방문한 미술계 일원으로서, 그 결과를 『평양미술기행』으로 출판한 저자로서, 아니 평양미술의 연구자로 다수의 논고와 남북미술 교류사업 관련 글을 발표한 당사자로서, 어찌 감회가 크지 않겠는가. 내가 평양에서 만났던 평양미술대학 교수들, 만수대창작사의 일꾼들, 그 밖의 많은 작가, 모두 안녕한지 궁금할 따름이다. 자주 만나야 정이 쌓인다.

휴전선을 평화의 공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 가운데 판문점은 이미 미술관으로 활용하여 효과를 적지 않게 보았다. 전쟁 무기를 치우고 예술작품을 놓아야 한다. 그래서 세계인 그 누구라도 마음대로 ‘판문점 미술관’을 출입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만끽하게 해야 한다. 아쉬운 대로 ‘판문점 미술관’은 당분간 남북 공동운영 체제로 관리하면 좋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남과 북의 미술품을 진열하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주제를 설정하여 합동전시를 추진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얼어붙었던 땅을 예술의 향기로 훈훈하게 녹여내자는 주장이다. 물론 남과 북은 달라진 미술언어에 대하여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북은 추상미술이라든가 나체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남은 북의‘조선화’ 등 사회주의 미술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미술의 시대정신을 감안한다면, 달라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오히려 국제 미술시장에서 독자성을 인정받아 비싼 작품으로 거래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진정성 있는 교류이다. 더불어 화해의 시대에 미술의 기능은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통일시대로 가는 길목에서의 미술. 바로 ‘판문점 미술관’이 증명하지 않았던가. 판문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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