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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문재인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윤범모

나는 외국인 관광객이다. 신바람으로 가득 찬 나라라고 평가받고 있는 변화의 나라 대한민국, 그 새로운 모습을 보려고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독재자의 딸이 청와대를 차지하고, 소통의 길을 막고, 상상 밖의 전횡을 부려 국민을 놀라게 했다. 블랙리스트인가 뭔가를 만들어 예술가를 관리하는 만행도 보였다. 유신시대의 복습 같았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평화적 혁명을 이루었다. 함량 미달의 대통령을 탄핵하더니 감옥으로 직행시켰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새로운 시민의식에 대하여 놀라움과 함께 박수를 보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는 문화예술인에게 신바람을 듬뿍 건네주고 있다는 소문이다. 규제 중심의 문화정책을 버리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정책을 펼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사명감을 갖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고, 시민들은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 발걸음조차 가벼워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보이지 않던 문화예술 기구나 공간이 늘고 있는 것 같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 가운데 하나가 이번에 신설된 ‘국립문화예술인 추모공원’이다. 문화예술인들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기 시작해, 그들의 사후까지 모시기로 정책을 바꾸었다. 동작동 국립묘지는 군인이나 정치인들의 무대였지 예술인의 공간은 아니었다. 이제 문화의 시대, 한국은 예술인을 위한 추모공원을 만들어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 예술 동산은 새로운 문화공원으로 각광 받고 있고, 무엇보다 관광자원으로 활용도가 높다. 정부는 커다란 예산을 들이지도 않고 박수를 받은 셈이다. 사실 이 예술공원을 건립할 때, 각 지자체의 유치경쟁은 매우 치열했다고 한다. 국립문화예술인 추모공원은 새로운 정부의 신호탄과 같아 믿음직했다.

새로운 미술진흥운동
예전의 한국은 국립미술관이 서울 한 군데만 존재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도청 소재지마다 건립되어 위력을 과시했는데, 상대적으로 미술분야는 왜소했다. 이제 영남과 호남지역에도 국립미술관이 신설되었고, 성격이 다른 미술관들도 각기 추진되고 있다. 국민화가라고 불리는 양구군의 박수근미술관도 국립미술관으로 전환되었다. 더불어 공예, 건축, 디자인, 그리고 이른바 민화, 초상화, 기록화 등 채색문화를 위한 전용 채색화미술관도 건립되었다. 물론 땅바닥에 떨어진 전통회화 분야를 위해 ‘근대미술관’의 독립과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한말 명가는 물론 3.1독립운동의 33인 가운데 하나인 인사도 작품가격이 신인 수준이어서 민망했는데, 미술관이 체계적으로 관리와 재조명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양한 미술관에서 관장이나 큐레이터는 전문성과 사명감으로 의욕 충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신바람의 예술 현장, 이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증거하는 것 같다. 이에 앞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차관급 관장 기관으로 격상되었고, 산하에 여러 기구를 두어 미술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국립미술품 창고는 미술작품을 국가의 공공재산이라는 인식 아래 새롭게 펼치고 있는 사업이다. 작고 작가의 유족은 물론 원로작가, 아니 숱한 미술품 소장가들, 이들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미술품을 국가가 보존 관리해주는 사업은 신선하다. 그렇지 않아도 팔리지 않는 미술품, 달가워하지도 않는 후손에게 유산으로 남기는 불편함, 정말 끌탕이었다. ‘모든 그림을 불태우고 싶다.’ 평생 작업한 화가 일생을 후회하는 작가도 많았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작가의 미술품을 국가가 대신 관리해 주겠다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국가는 보관된 작품을 활용하여 국민의 미적 향수권에 도움을 주고 있어, 일석이조가 아닌가 한다. 물론 정부는 추급권을 발동하여, 이제 작품 매매 시 일정 비율의 이익금을 작가나 유족에게 나누어주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예전에 신바람을 안고 갈 곳은 많지 않았다. 말로만 ‘관광 한국’이었지 내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운 문화예술정책은 벌써 가시적 효과를 내어 외국 관광객 입장으로도 신바람을 안게 하고 있다. 예술의 의미는 감동이다. 감동이 있는 삶은 보람 그 자체이다. 전문가들이 대우받고, 또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공간, 그와 같은 성과의 집적은 결국 관광자원으로 부상하게 되고, 또 국제무대에서 한국 미술품의 인기 행진을 도모하게 한다. 새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거는 한국 국민의 희망은 날로 하늘에 닿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은 날로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있는 외국 관광객의 발걸음도 가볍다.

필자는 이 본문의 내용이 문재인 정부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윤범모 / 동국대 석좌교수 younbum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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