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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그것의 교훈

윤범모

전시포스터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참으로 특이한 만남이다. 어떻게 하여 시공간이 다른 두 거장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단 말인가. 파격이다, 파격. 장소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이고,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 등이 뜻을 합한 결과이다. 20세기 이 땅이 낳은 두 인물, 한 사람은 전반부를, 또 한 사람은 후반부를 풍미했다. 전자는 흩어지는 우리의 보물을 한 자리에 모았고, 후자는 외국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이들의 높은 뜻은 각각의 문화기관에서 관리하고 선양하고 있는바, 이번에 손을 잡은 것이다.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 이런 사명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간송 측은 조선 후기 서화계를 수놓은 연담 김명국, 현재 심사정, 호생관 최북, 오원 장승업 등의 작품 50여 점을 엄선했다. 백남준 측은 <코끼리 마차>, <달에 사는 토끼>, <슈베르트> 등을 출품했다. 그러니까 간송 전형필 컬렉션과 백남준 비디오 작품에 나타난 예술세계의 공통분모는 ‘세상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긍정성과 치열한 예술창작 태도’(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이들 작가가 낙천적으로 세상을 보았는지는 몰라도 치열한 창작 태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양측은 전통과 현대라는 두 대척점에서 한국 문화사의 중심을 이룬 ‘거대한 영향’(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이지 않았는가.

성북동의 간송미술관(보화각)은 매년 춘추로 특별전을 개최하면서 많은 관객을 모았었다. 하지만 미술관 건물은 기능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이것의 돌파구로 채택된 것은 신축 DDP와의 결합이었다. 하지만 이 이질적 주체의 만남은 그렇게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간송 측은 또 다른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에 들어섰다. 어쩌면 이번 백남준과의 만남은 그런 분위기의 한 단초이리라. 문화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획의도가 있었다 해도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조선 후기의 평면적이고 정적인 그림과 비디오아트라는 입체적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설치작품과의 조화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시장 효과는 차치하고 20세기를 관통하는 한국인의 내면세계를 재조명하고자 한 의도는 돋보였다고 볼 수 있다.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을 보면서, 나는 이들 기관의 향후 진로가 더 걱정되었다. 현재 이들 기관은 아직 ‘과도기’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정 위치로 가야 한다. 간송은 대구에 미술관 건립 관련 MOU를 체결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으나, 나의 욕심은 그런 수준 이상이다. 한마디로 국가 차원에서 간송을 예우해야 하고, 또 국민적 차원에서 간송 컬렉션을 보존, 연구, 교육, 전시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건물만 그럴듯하게 신축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소장품에 대한 연구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 교육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 이제 간송 컬렉션은 ‘대한민국의 재산’, 아니 ‘세계인의 재산’이 되었다. 그래서 그에 합당한 대우와 더불어 역할을 펼쳐야 한다고 믿는다.

백남준아트센터 부끄럽지 않은가?
백남준아트센터의 위상 또한 아쉬움이 많다. 한국이 낳은 국제무대의 거장을 조국은 이렇게 ‘푸대접’할 수 있는가. 센터는 현재 경기문화재단 산하의 부속기관으로 되어 있는바,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 소장품 구입비 예산이나 연구 인력 등 미술관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도는 산하의 도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묶어 재단의 뮤지엄 본부인가 뭔가 하는 곳으로 격하시켜 놓았다. 그러니까 백남준을 위한 특화 사업을 자율적으로, 그것도 풍부한 지원 아래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고도 백남준? 나는 아직도 백남준아트센터가 왜 경기도 산하에 있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른다. 국립백남준미술관도 아니고, 어떻게 경기도인가, 그 점을 모르겠다. 좋다. 경기도에서 선점했다면 그에 버금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실타래처럼 꼬인 저작권 문제를 풀어야 하고, 연구 인력을 보강해서 그야말로 백남준 예술 연구의 ‘센터’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백남준아트센터의 작품 구입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할 수 있는가. 부끄러운 일이다. 경기문화재단은 차제에 발상의 대전환을 꾀했으면 좋겠다. 백남준을 백남준 이름답게 자리매김하라는 뜻이다.

“나의 실험 TV가 항상 재미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항상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변하기 때문이다.”-백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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