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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조선의 풍광(朝鮮之風光), 1922

정호경

좌:『조선의풍광』, 남만주철도주식회사, 1922, 18×25cm,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

우: 용산 효창공원에서 골프치는 서양인들의 모습, 도판22


러일전쟁의 강화조약에 따라 일본은 러시아로부터 양도받은 철도 및 부속지를 기반으로 1906년에 남만주철도주식회사(南滿洲鐵道株式會社)를 설립하였고, 이 회사는 조선의 주요 도시 및 관광지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이 책을 조선철도를 위탁 경영한 후, 얼마 후에 발간하였다. 주지하다시피, 남만주철도주식회사는 단순한 철도회사가 아니라, 중국 다렌에서 창춘, 하얼빈에 이르는 중국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광업, 제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사업을 전개하였고, 철도를 이용하여 군수품 및 각종 산업품을 보급하는 식민화의 중책기관으로 성장하였다. 이처럼 군수기반의 회사에서 발간한 조선에 대한 안내서인 이 책은 우리나라 근대시기의 특수성과 복합적인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남만주철도주식회사가 조선철도에 관여하게 된 것은 1917년에 조선총독부 소유의 조선철도 전 노선을 위탁경영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로써 조선철도의 운영과 수익을 위해 여러 사업이 진행되었으며, 그 가운데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책으로 발간하는 것도 포함되었다. 실제로 1930년대에는『조선여행안내기』가 본격적으로 발간되어 철도노선에 위치한 도시 및 주변관광지, 그리고 세부 교통편이 소개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본격적인 안내서를 발행하기 이전에 남만주철도주식회사 경성관리국(京城管理局)이 조선철도로부터 이관 받은 초기 철도역을 중심으로 근대시기 새롭게 도입된 ‘관광’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조선의 도시와 공간을 담아내고 있다. 일본어로 각 이미지에 대한 간략 설명이 되어 있으며 아울러 일본어 뿐만 아니라, 영문으로된 목차도 수록되어있다.


장승이나 재래시장, 베틀 하는 여인과 기생같은 조선의 전근대적 모습, 부산항 및 경성역 같은 주요 교통지, 조선호텔, 평양철도호텔 등 서양식 건물의 모습, 불국사나 강서대묘, 경회루, 금강산 등의 한국의 유적과 자연을 담은 사진 총 80장이 수록되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 실린 서양인들이 효창공원에서 골프를 즐기는 한편, 인천 월미도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겨울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등 노동하는 조선인들의 모습과는 다른 관점에서 포착되고 있는 지점이다. 철도, 여가, 관광, 산업 등 근대시기 새롭게 도입된 개념들이 조선의 전통적 공간과 어떻게 상호 비교, 교차되도록 편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이 책이 발언하는 우리나라 근대공간의 양면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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