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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의 청괴들: 붓 끝에 기대어 홀로 가리라》, 성북구립미술관

김달진



《성북의 청괴들: 붓 끝에 기대어 홀로 가리라》
2023.10.12-12.10
성북구립미술관




1970년대부터 성북동에 하나둘 모여 살았던 서울대학교 회화과 1회 졸업생인 산정 서세옥과 그의 제자이자 동료인 우현 송영방, 노석 신영상, 남계 이규선, 이석 임송희, 백계 정탁영은 문인화의 전통을 깊이 탐구하는 한편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한 작품 세계를 이룩하며 한국화단의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더불어 이들은 지근거리에 살며 돌을 사랑하고 문인다운 소양을 쌓는 등 서로 돈독한 정을 나누고 한창 때는 각자의 집 마당에서 새로 얻은 돌을 보기 위해 자주 어울렸는데 그 때의 기억이 여러 글을 통해 생생히 전해진다. 덕분에 성북의 골목들은 여전히 묵향이 은은한 거리로 남아 있다.

‘성북(城北)의 청괴(淸怪)들’이라는 이름은 서세옥에게서 비롯되었다. 1974년 서울신문에는 ‘성북에 뭉쳐 살며 집마다 돌과 소나무, 매화와 난초를 가꾸는 젊은 화가들’을 일러 「城北의 淸怪들」이라고 애정 담아 지칭하는 산정의 글이 실렸다. 그리고 그 말은 유럽 여행 도중 신영상에게 적어 보냈다던 편지에도 언급된 바 있어, 가까이 살던 임송희와 송영방 등의 기억 속에도 선연히 남았다. 중국 청대 중기 양주 지역의 유명 화가들이었던 '양주팔괴(揚州八怪)'의 이름을 본 따 붙인 '성북청괴'라는 명칭은 성북에서 살며 그림을 그리는 맑고 개성 있는 화가들이라는 뜻이다. 양주팔괴는 하나의 유파로 불리기는 했으나 각자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스타일과 대담한 표현으로 명성을 얻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하던가. 재미있는 이름으로 들리나 그 명칭은 실은 담대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섯 화가들의 자부심을 보여준다. 서세옥은 이 성북의 여섯 화가들 각각이 깊이 있는 정신성과 단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음을, 그리하여 전통을 넘어선 현대로 한국화를 널리 펼쳐낼 것임을 자신했던 것이다. 


서세옥, 정오 (正午),  1957, 한지에 먹, 183×69cm, 성북구립미술관 소장


송영방, 계산무진, 2000, 종이에 먹과 색, 102.5×75.5cm,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신영상, 양지 27, 1986, 천에 먹, 170x106.5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이 여섯 화가들은 서양화와 동양화를 함께 배우는 전통 속에서 보다 새로운 표현기법과 재료, 소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성북구립미술관 1전시실(3F)에는 한국화, 특히 문인화의 전통과 유리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의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들의 고심을 느껴볼 수 있다. 같은 재료를 이용해 비슷한 시기에 화업을 일군 이들의 작품은 각각의 개성에 따라 전혀 새로운 것인 듯 존재감을 뿜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작품인양 어우러진다.

성북구립미술관 2전시실(2F)에서는 인물, 산수, 화조, 영모 등 한국화의 장르와 표현에 두루 능했던 여섯 화가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실 그대로 재현하거나 본인의 작업양식을 이룩하는데 치중하기보다, 여러 장르 및 표현 기법에 담긴 정신성을 더욱 중시하는 동양 미학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같은 대상을 소재로 하였다 하더라도 화가의 심중에 담긴 정신과 운필의 차이는 각각의 그림에 활달한 기운과 개성을 담아내고 있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조선 후기 이후 큰 사랑을 받았던 돌을 아끼고 감상하던 문화가 ‘성북청괴’들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살펴본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근하고 깊은 개성과 멋이 있는 돌은 그를 애정 하는 이들의 정신성을 그대로 닮아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깊은 멋과 높은 격조, 개성과 해학의 미를 지닌 한국화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되길 기대한다.

전시를 미루다가 12월8일 방문하여 보고 이유선 학예사를 인터뷰하였다.


이규선, 세 남매, 1978년 경, 종이에 먹과 색, 68.8×96cm_개인소장


임송희, 석교, 2007, 종이에 먹과 색, 44x26.3cm, 개인 소장


정탁영, 드로잉 2002-8, 패널에 마분지와 색종이 (칼 드로잉), 29.5×29.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보라 관장, 김달진, 이유선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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