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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기획전《열에 일곱 七分之儀》, 경기도박물관

객원연구원






전시 포스터


경기도박물관은 12월 7일부터 초상화 기획전 《열에 일곱(七分之儀)》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같은 인물을 그린 다른 초상화들을 한 자리에서 소개한다. 각각의 초상화는 같은 대상을 표현하면서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인물을 그려낸다. 이는 곧 모든 초상화가 한 사람의 서로 다른 마음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초상화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각기 다른 일부를 공교하게 잡아내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작 <조영복 초상>을 비롯한 보물 4점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8점 등, 총 3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박물관 입구 전경



전시장 입구 전경


전시 제목인 《열에 일곱》은 ‘칠분(七分)’을 의미하며 예부터 초상화를 부르는 다른 명칭이다. 뛰어난 초상화는 사람의 한 부분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담아낸다. 그럼에도 필연적으로 한 장의 그림은 사람의 일부, 곧 ‘열에 일곱’만을 그려낸다는 의미를 뜻한다.
개막날인 12월 7일 정오, 경기도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는 전시투어, 차담회의 순서로 이루어졌으며 전시 투어는 정윤회 학예사가 직접 전시 해설을 진행하였다. 



(좌)조영석, 조영복 초상, 1725년/진재해, 조영복 초상, 1725년



전시는 모두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되었다. 1부 ‘칠분의 구현’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두 점의 <조영복 초상>을 통해 그림이 인물의 서로 다른 부분을 잡아 표현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조영복은 숙종 대부터 영조 대에 이르기까지 관직에 있었던 문신이다. 평복을 입은 초상화는 조영복의 아우이자, 명망 높았던 선비 화가인 조영석이 그린 것이며, 다른 한 점은 임금의 초상을 그릴 정도로 솜씨를 인정받던 화원 진재해가 그렸다. 그의 초상화 두 점은 같은 해에 완성되었음에도, 유배 중인 조영복의 모습과 관직에 돌아온 이후의 모습을 각기 다른 형식으로 그려냈다. 조영석이 문인 화가로서 관직에서 벗어난 형의 학자적 면모를 생생하게 담아냈다면, 진재해는 다시 관직에 오른 사대부 관료의 풍모를 정형화된 양식에 맞추어 그려냈다.


(좌)진재해, 월하취적도/진재해, 유수 초상, 1726년



2부 ‘조영석과 진재해’는 앞선 <조영복 초상>을 그려낸 명망 높은 조영석, 진재해 두 화가를 소개한다. 조영석은 당대 가장 명망이 높았던 선비 화가이며, 진재해는 임금의 초상을 그린 어진화사로 잘 알려졌던 화원이다. <유수 초상>은 세심한 얼굴 묘사와 유려한 색의 사용을 통해 초상화가로서의 뛰어난 솜씨를 잘 보여주며 <월화취적도>를 통해 그가 산수화에도 능했음을 알 수 있다.



전시 전경



3부 ‘한 사람, 두 개의 모습’에서는 한 인물을 그린 서로 다른 초상화를 한 자리에 모아 봄으로써, 그림에 담긴 각기 다른 마음을 살펴보는 자리이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여러 형식의 그림으로 남겨냈다. 특히 17세기를 지나며 초상화의 의미가 사대부들 사이에서 새롭게 인식되면서, 조선 후기에 관복을 입은 초상화 이외에도 일상복을 입은 초상화가 여럿 그려지게 된다. 전시장 왼편과 오른편에 각각의 초상화를 전시하여 개인의 서로 다른 정체성이 시각적으로 구현되어 있어 한 인물의 두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전경




 
송시열 초상, 졍윤회 학예사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4부 ‘각기 다른 얼굴, 서로 다른 빛깔’에서는 박물관의 다양한 소장품 초상화를 통해 그림이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다양한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송시열 초상>은 19세기에 그려진 회화적 수준이 높은 작품이다. 송시열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성리학자로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초상화는 여러 차례 그려졌다. 이를 통해 존경받는 성현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제작되는 관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왼)기계 유씨 초상, 1913년/채용신, 초상, 1915년



이외에도 모사를 위한 초본이 함께 남아 있는 드문 사례를 가진 <홍경주 초상>, 내관의 정체성이 시각적으로 드러난 <임우 초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20세기 이후 초상화의 제작 양상을 보여주는 <기계 유씨의 초상>은 조선시대 당시 보기 드문 여성 초상이다. 20세기 들어 초상화 제작이 늘어나며 여성이 초상화가 그려지는 일도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이를 통해 초상화의 수요가 늘어남과 변화한 시대 인식 등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전경



마지막으로 5부 ‘오늘, 우리의 초상’은 《2021 경기도박물관 초상화 그리기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작품과 수상 어린이 인터뷰를 영상으로 소개한다. 옛 인물들이 그러했듯, 어린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그려냄으로써 지금 시대 초상화의 모습을 반영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내부 설명 글을 줄이고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이 직접 전시 해설 영상을 통해 작품을 소개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전시 개막과 함께 12월 1일 김기섭 신임 관장이 경기도박물관에 취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의 뜻과 마음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옛 초상화가 가지는 친근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덧붙여 앞으로 경기도박물관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유물, 서화 등을 소장하고 있는 경기도박물관은 경기도의 지역성을 알리는 데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섭 관장은 “소외되지 않은 전체적인 윤곽과 같은 것들을 부지런히 알리는 것이 목표이며 경기도의 지역정체성을 알리는 전시에 주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한 다양한 조선시대 초상화를 중심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개관 이래 25년간 경기 지역의 종중과 유림 등에서 기증받은 초상화의 보존과 복원 활동의 결과물을 선보임으로써 그 의의를 되새겨본다는 점에서 뜻깊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전통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일이 예전보다 드물어진 시점에서 옛 인물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는 이번 초상화 전시를 통해 선조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2022년 2월 27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2022년 1월 2일까지 입장 시 방역패스 확인이 필요한 전자증명서나 확인 가능한 증명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김지수 acupofmojit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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