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아,〈정의되지 않는 파노라마 1.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2018-2019
첫 번째 섹션이 개인과 타인과의 관계를 다루었다면, 두 번째 섹션에서는 공동체의 미학에 대해 소개한다. 함양아의〈잠〉은 재난의 상황에 사용되는 체육관을 배경으로 한 영상 작품이며,〈정의되지 않는 파노라마 1.0〉는 현대사회가 작동되는 구조를 하나의 화면 안에 7분짜리 영상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에릭 보들레르의 〈막스에게 보내는 편지〉는 서신 교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이다. 미승인 국가인 압하지야 공화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은 국가이면서도 국가가 아닌 모순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서 만들게 된 작품이다. 날리니 말라니〈판이 뒤집히다〉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년에 구입하여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세 번째 섹션인 ‘광장 이후의 광장’에서는 신작 커미션들이 선보인다. 첫 번째는 홍진훤 작가의〈이제 쇼를 끝낼 때가 되었어〉인데, 여론의 집결이 물리적인 공간인 광장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신작 커미션 두 번째 홍승혜 작가의〈bar〉는 광장이 공간(sqaure)이면서도 도형이라는 점에서 착안하였다. 바는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막대기면서, 또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바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김사과, 김초엽 등 작가들의 단편소설집『광장』이 놓여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해두었다. 신작 커미션 네 번째는 신승백‧김용훈의〈마음〉이다. 이들은 광장을 사람들이 모이는 바다라고 해석한다. 전시장에는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가 있는데 모든 관람객의 얼굴을 카메라로 인식하고 관객의 감정을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석한다. 100명의 얼굴을 평균치를 낸 다음 파도의 형태가 만들어지면, 전시장에서는 파도소리를 내는 기계장치에서 들린다. 이 작품은 관람객들에 의해 만들어진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과천관 설명
이기연,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어요〉, 닥지 위에 채색, 종이 꼴라주, 먹, 120.5×93cm, 1984
‘길은 흐르는 것’이라는 말에 영감을 받아 과천관의 모든 전시는 만나고 헤어지는 동선으로 구성되었다. 잡지를 모아둔 특별전시 파트에서는 당대 지식인들의 담론 작업을 담아낸『사상계』가지고 작업한 박영숙의 작업도 있다. 잡지들은 예술가들의 창작에 영감을 주었거나 그 시대를 이야기하였던 잡지들로만 선별하였다. 베트남전쟁 기록화 중에는 베트남식 나전칠기로 만들어진 작품과 베트남 전통매체로 작업한 작품이 있다. 또한 여성 민병대의 작품을 같이 걸어 여성 서사를 불러일으키고자 하였다. 한편 우리나라 작가 이기연의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어요〉, 1984, 닥지 위에 채색, 종이꼴라주, 먹, 120.5 93cm/ 작품은 여성 노동자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탱화의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원형 전시장에 전시된〈직조생활〉은 관람객이 실패를 돌리며 세월호에 대한 일종의 제의와 애도를 실행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 맞은편에는 교육프로그램 및 퍼포먼스 등이 진행될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서 미술관 도록, 책, 최인훈 작가의 전집 등을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읽을 수 있게 해두었다. 이 전시장에서는 슬픔, 애도, 사회를 다루는 미술작가들의 현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덕수궁관 설명
채용신, <전우 초상〉, 비단에 채색, 95×58.7cm, 1920
덕수궁관은 근대 시기를 다룬다. 올해 3.1운동 100주년과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역사를 다각적으로 보고자 하였다. 첫 번째 파트는 개화기에 유림들이 어떤 길을 걸었는가를 민영환의 작품이나 이회영의〈묵란도〉를 통해 보여준다. 개화파 오세창이 주요 인물인 두 번째 전시장에서는 오세창과 가까웠던 미술계 인사 안중식, 조석진 같은 화가들의 작업들이 있다. 참고로 안중식은 아름다운 미술을 하기도 하였지만 애국 계몽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세 번째 전시장은 프롤레타리아 미술운동을 다루는데, 러시아와 일본의 포스터를 앞에서 볼 수 있고, 일본 목판화와 중국 목판화가 전시되어있다. 임화나 이기영 같은 당대 유명 작가들이 삽화를 그리고 글을 썼던 <신소년> 잡지, 서화미술회 출신의 전통화가인 원우전의 1930-1940년대 무대 드로잉 또한 볼 수 있다. 네 번째 방에서는 약소민족의 독립운동에 대해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던 이여성 작가의 작업이나 월북 작가인 이쾌대의 작업, 이중섭이 1941년 자유미술가협회에 출품하였던 소 스케치 등이 있다.
■서울관 설명
작품〈마음〉을 설명중인 신승백‧김용훈 작가
〈1평조차〉를 설명중인 송성진 작가
송성진, 〈1평조차〉, 목재 혼합재료, 설치, 다채널비디오, 280×240×290cm, 2018
서울관에서는 특별히 작가, 송성진 작가의 작품 두 점이 작가들에 의해 직접 설명되었다.
신승백‧김용훈 : 우리는 광장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바다라고 생각했고, 현재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파도의 소리로 전환하였다. 파도소리는 실시간으로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변한다. 전시장의 바다는 우리의 집단성을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작동방식은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여 관객의 얼굴에서 행복, 슬픔, 무서움, 분노를 읽어내는 것이다. 관객들 100 명의 얼굴 표정의 평균값이 모니터에 데이터의 형식으로 표시된다. 관객의 분노가 들어나면 들어날수록 훨씬 높은 파도소리가 들린다. 작품은 오션드럼이라는 악기를 베이스로 기계적 장치로 구성되었다.
송성진: 63일 정도 집을 지었던 작품이다. 로힝야 난민촌의 모습을 보고 땅이기도 하고 바다이기도 한 갯벌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작품을 남기고 싶었다. 이들은 땅과 바다의 경계에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갯벌에 집을 지어놨더니 집이 떠내려가고 부서지는데, 실제로 내가〈1평조차〉를 만들었던 약 두 달 동안 계속 집을 고치고 고쳤다.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밀려난, 보이지 않은 존재에 대해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갯벌이란 우리가 땅에서 밀려나고 밀려나다가 다다르는 곳이기도 하고, 난민들이 타국에서 밀려나고 밀려나다가 자리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질의응답
Q 전시가 한국미술 100년을 기념한다고 했는데 서울관 전시에서의 경우, 왜 굳이 해외작품이 포함되었는가? 꺼내온 이유는?
A 서울관 이사빈 학예사: 덕수궁이나 과천관의 전시가 한국사랑 연결되는 전시라면 서울관에서는 공동체 및 난민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이 반드시 한국미술에 한정되어야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덕수궁관 김인혜 학예사: 제가 덧붙이자면, 1부와 2부는 시간의 축으로 전시되는 것이다. 3부의 시간은 동시대적이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더 강하다. 외국 작품들이 미술관으로 들어오는 이 공간, 이 현재의 시점에 1,2부의 역사적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고 이해해주시면 된다.
Q 과천관 전시가 최인환 소설에서 소주제를 가져왔다고 했는데, 소주제를 엮으면서 광장이지만 오히려 더 좁은 광장을 만들었다고 생각되는데 왜 그러한가?
A 과천관 강수정 학예사: 7개의 주제를 소설에서 가져왔지만, 이 전시는 우리가 서술하는 전시를 비틀기 하는 부분도 많이 들어가 있다. 미술사학자들은 연대로 구분을 하지만 우리는 문학적으로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었다. 관람객들에게 키워드를 주고 관객 스스로가 상상을 하고 작품을 보아 자기의 연대와, 자기의 해석을 가질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문학의 해석이 시각예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 이번 전시는 한국의 격동의 근현대사와 한국미술 100년을 ‘광장’이라는 주제로 구성하고 있다.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을 통합하는 대규모의 기획전인 만큼 살펴 볼 작가와 작품 수도 다양하다. 특히 덕수궁관에서는 우리가 역사 교과서나 이야기를 통해 듣기만 하였던 근대 인물들이나 잡지, 혹은 우리가 이제껏 미처 관심가지지 못했던 화가들을 선보인다.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망국의 시대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고민했던 예술가들의 고민들을 살펴볼 수 있다. 2부 과천관에는 195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 미술사가 시기에 따라 정리되어 있다. 앵포르멜에서부터 단색화, 민중미술까지 분야별 다양한 작업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서울관에서는 동시대 현대 사회에서의 공동체의 모습, 사회의 구조에 대하여 질문하는데, 다만 전시된 작품들과 ‘광장’이라는 이번 전시 주제와의 긴밀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다. 10월 20일 일요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아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이 모두 무료 개방한다. 나아가 11월 13일 수요일에는 과천관 대강당에서 문학, 역사, 사회, 미술사 등 분야별 전문가 12명을 초청하여《광장》전과 한국 미술 100년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는 학술 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이다. 신청은 전시 개막일시인 10월 17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