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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엔 칼루바얀 : 어느 청소부의 안내》 기자간담회,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호텔

객원연구원




기자간담회 진행 모습

일시: 8월 1일, 오후 2시
장소: 아라리오갤러리 서울(라이즈 호텔)  
작가: 뷰엔 칼루바얀(Buen Calubayan)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라이즈 호텔)은 2019년 8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필리핀 작가 뷰엔 칼루바얀(Buen Calubayan)의 개인전 《어느 청소부의 안내- 풍경, 뮤지엄, 가정》을 개최한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으로서, 작가가 수집한 수 백 장의 메모, 아카이브 자료와 회화, 설치, 영상 작품 총 25점을 선보인다. 8월 1일에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전시기획자의 각 작품에 대한 설명과, 짧은 작가 소개가 진행되었으며, 작품 설명 이후에는 작가, 기획자, 기자들 사이의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는 40대의 중년 작가 뷰엔 칼루바얀의 아카이빙이 주가 된 전시로서, 설치된 작품들은 작품 자체로서 전시되었다기보다는 아카이빙의 결과로 함께 제시된 것이다. 전시의 제목인 ‘풍경, 뮤지엄, 가정’은 각각 자연, 기관(사회), 개인을 뜻하는 것으로 전시는 이 세 요소간의 관계성에 대해 설명한다. 작가는 이 관계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필리핀의 사회적 ‧ 역사적 상황과 페인팅, 설치작업, 작가의 개인 메모들을 융합해 풀어내는 방식을 취한다. 해당 전시의 디렉터인 강소정은 작가의 작업이 ‘개인의 생각, 말의 결과들은 정말 순수이 개인의 독립적인 결과물인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음을 밝혔다. 개인은 사회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생각과 말은 독립적이지 않다. 이는 달리 말하면 보편적 지각 방식 역시 사회가 제공하는 제한된 판단력에 의거함을 뜻한다. 따라서 일상에서 우리의 지각을 지배하는 장치들이 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가 해당 전시, 나아가 작가가 던지는 물음이다. 아카이빙 전시는 소실점1, 소실점2, 토대(ground) 등의 몇몇 키워드와 함께 구성되었다.


Towards the Everyday and Its Proper Places, 2016017, Graphite and Ink on paper/ 300-350pages, Size variable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전시 디렉터



■설명 정리

[풍경]
르네상스의 선 원근법, 소실점의 발명되기 이전에도 분명 풍경화 등을 그림에 있어 고유의 표현방식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실점이 생긴 이후에 미술사 안에서 이것이 모든 기준이 되었다. 작가는 소실점에서 벗어났을 때 다른 방식으로 미술을 시각화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뷰엔은 역사적으로 주어진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일상을 기록한다. 320장의 메모들로 구성된 위의 작품은 작가가 필리핀 국립박물관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하였을 때의 기록이다. 작가의 정보 전달의 방식은 “자기의 몸을 쓴다”는 것으로써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는 신체의 움직임을 요하고, 아카이빙이란 그 신체의 사용의 축적을 의미한다. 풍경 이미지는 국립박물관에서 일했을 때 보게 된 풍경들을 그린 것인데, 작가가 상상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소실점에 입각해 작업하였다. 사실적 풍경에는 작가 자신만의 표현을 덧붙였다.


Grounding, 2013-19, Empty buckets of Gesso and Size, Wooden rack, Permanent marker, Gesso Buckets:
21.59×20.32cm / Wooden rack: 197×127×27cm


Employees 55, 2010-13, 4 cork board, 100 papers, Size variable

<Grounding>은 회화 작업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젯소의 양을 그 때마다 표시해놓은 것으로써, 빈 젯소 통들을 모아 설치한 것이다. 전시된 통들은 총 7년간의 작업을 위해 사용된 재료의 흔적을 보여준다. 또 다른 의미에서 이는 작가의 신체의 축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옆의 작품은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가기위해 작가가 지나쳐야 했던 역 명을 그 때마다 기록한 것으로써 필리핀 지도와 이동 시간을 기록한 작가의 메모가 함께 전시된다. 이 역시 작가에 의해 축적된 5-7년간의 기록들이다.    


Employees 55, 2010-13, 4 cork board, 100 papers, Size variable

[뮤지엄]
이 파트에서는 기관(사회)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이 드러난다. 얼룩시리즈는 필리핀 국립박물관에서 작가가 일했을 당시에 모은 1000여장의 종이들의 일부이다. 박물관의 리서치, 프로젝트 등의 미비로 인해 쌓인 여분의 종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물관 근무자들은 용지를 점심 식사의 받침대로 쓰거나 땀을 닦는 등에 사용하였다. 이 종이에 남겨진 얼룩들을 모은 것은 변하지 않는 뮤지엄 시스템에 대한 작가의 비판이다. 작가가 이렇게 기관을 비판하면서도 그 흔적들을 모은 것은 시스템의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떠나서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즉 정확히 바닥에 발을 디딘 상태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작가와 이번 전시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인 ‘토대(ground)’이다. 


Pasyon and Revolution: Light and Brotherhood, 2019, 
Hammock crafted from stripped texts of the second chapter of the book Pasyon and Revolution by Reynaldo lleto


『Pasyon and Revolution』 표지

종이로 만들어진 해먹은 1896년에서 1898년까지 이어진 필리핀의 혁명에 관해 저술된 책『Pasyon and Revolution』의 1, 2, 3장을 찢어 만든 것이다. 해당 혁명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있어 체화된 혁명이다. 해먹의 형태로 작품을 구성한 것은 필리핀 혁명을 어떻게 우리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만들어갈까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다. 해먹은 그 형태의 유사성으로 보아 올가미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종이를 기워 해먹을 만든 것이기에 ‘내러티브를 짠다’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 나아가 전시장에 설치된 안정적이게 보이면서도 또한 불안정해 보이는 종이 해먹은 기관, 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사용되었다.


Mount Banahaw Experience, 2014 / 2019, LED Lightbox, Print transfer on wood, Chalk on wood, Print on fabric, Drawingbook

[가정(개인)]
1890년대의 필리핀의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다. 바나하우 산은 혁명을 위해 끝까지 숨어서 투쟁을 했던 필리핀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산이다. 역사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이곳은 오늘날 필리핀 사람들에게 기도와 구원의 장소 즉 일종의 종교적 장소가 되었다. 작가는 해당 산을 방문하고 작업을 남겼는데 종교, 원주민 등은 한 사람의 학습 이전의, 이미 내 자신의 몸속에 들어와 있는 민족의 원어와 같다.


Feast of the Black Nazarene, 2012, Video, ed.1, 1 A.P., 11' 17''


뷰엔 칼루바얀 작가 소개

1년 마다 열리는 필리핀 축제인 블랙 나자렌은 수많은 행렬의 사람들이 검은 예수상을 하나의 성당에서 다른 하나의 성당으로 옮기는 것으로 행해진다. 예수상은 1800년대 멕시코에서 운반 되던 중 화재로 인해 검게 변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필리핀 역사와 사회의 큰 요동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보존이 되어있다. 성상은 여러 고난으로 점철된 필리핀의 역사 에도 불구하고 결국 필리핀 사람들이 살아남았음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 질문-답변
Q1 왜 전시 제목에 ‘청소부’가 포함이 되었나?
기획자: 아카이빙이란 매일의 내가 사는 방식을 기록하는 것이다. 수행을 하듯이, 신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카이빙이다. 청소부 역시 방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수행 하듯 일을 한다. 이러한 작업은 페인터의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Q2 풍경 회화 이미지는 다소 불안정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의 컨셉은 무엇이며 접근 방식은 무엇인가?
작가: 작품의 풍경은 실제 보거나 갔던 공간이다. 풍경이란 세상을 보는 것, 장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계도, 나도 변한다. 때문에 실제의 공간에다가 풍경을 보는 사람의 시각이 함께 담겨 있다. 우리가 교육을 받은 것에 따르면 풍경은 소실점으로, 하나의 소실점에서 지평선을 그림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어디에 우리가 관점을 두어야하나? 내 작품에는 여러 풍경이 중첩되어 있다. 실재하는 공간을 하나의 소실점에서 그리되, 또 다른 소실점에서도 그림으로써 조금씩 틀어진 풍경들이 나타난다.  

Q3 회화의 색깔이 어둡다. 혹시 필리핀의 사회적 상황이나 정치와 연관이 되어있나?
작가: 특별이 그런 의도는 없었다. 풍경 이미지 중에 박물관 내부를 그린 것이 있는데 대부분의 박물관이 불빛이 희미하지 않나. 그러한 정도다.

Q4 종이 해먹에 사용하였다고 밝힌 책(<Pasyon and Revolution>)에 대해 추가적 설명을 하자면?
작가: 해당 책은 필리핀 혁명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보는 책이다. 일종의 바이블과 같다. 바나하우 산은 사람들의 기도, 신체, 수행의 반복을 통해 종교화된 장소이다. 실제의 장소에 가서 혁명이 종교화된 것을 경험하고 싶었고, 이를 감각화, 미적 감각으로 연결해서 표현하기 위해 직접 산에 간 것이다. 바나하우 산에 갈 때에 있어서 이 책은 가이드와 같다. 종교, 혁명의 경험을 어떻게 보고, 이용하고, 생각하느냐 라는 물음을 수반하여 산에 갔다. 이 책으로 종이 해먹을 만든 것은 일종의 묵상(meditation)이며 혁명에 대한 숙고(contemplating)이다. 종이로 된 해먹은 가까이 가서 보면 한 줄 한 줄 글씨를 읽을 수 있다. 해먹의 형태는 혁명 당시 필리핀 사람들이 사용했던 피난처의 형태를 본 뜬 것이며 또한 올가미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적이다. 해먹 작품은 과거-나-혁명-같이 일 했던 사람들을 통해 역사적 내러티브를 살펴보려고 한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오늘날 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뷰엔 칼루바얀

Q5 작가가 생각하는 기록의 중요성이란 무엇인가?
작가: 사진을 찍거나 퍼포먼스를 할 때, 풍경이나, 해가 지는 것을 볼 때 등등은 ‘내가 무엇을 경험하는가?’의 문제이다. 이를 기록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억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기록은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아카이빙을 하다보면 그 아카이빙을 분석하기 위한 아카이빙을 또 다시 해야 되고 결국에는 누가 아카이빙을 하는지, 아카이빙을 이렇게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게 되더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해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아카이빙은 멀리서 삶, 대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Zoom-out이고, 리스트를 작성하고, 연구하고, 검토를 통해 해석을 하게하는 더 가까운(nearer) 방식이라는 점에서 Zoom-in이다. 아카이브는 이러한 대비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우리와 세계 사이에 대해 우리는 모두 다 이해할 수 없기에 고안해낸 것이 아카이빙이고,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다.

Q6 영상 작품을 봤을 때 축제가 아니라 폭동의 장면과 같이 느껴진다. 이 작품의 의미는 무엇인가?
작가: 작품은 일상생활과의 평행선이다. 미적경험과 종교경험, 일상생활의 축적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이미지를 아카이빙 하는 것도 어떠한 의미에서 종교적인 행위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예수상을 만질 때 힘을 얻는다고 믿는다. 일상과 종교, 작가의 일상 아카이브 이 모두는 대상에 대한 당신의 경험, 해석에 기초하고, 이 경험과 해석은 또한 당신의 믿음, 감정에서 비롯된다. 

전시 기획자의 부연 설명: 매년 1월에 열리는 행사의 일환인 해당 축제는 매일의 개인으로서 행동하는 것과 같다.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미적, 종교적 경험을 모두 연결하는 것이며, 우리의 신체가 곧 아카이브가 된다. 성상에 손을 댄다고 복이 내려올리는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익은 동작처럼 성상을 만지는 것이다. 그것이 지식이 되고, 우리의 신체도 이를 실행한다. 쓰고 기록하는 아카이빙이란 매일의 행동으로써 그것의 가장 극적인 소재와 예가 해당 작품이다. 또한 작가는 프레임의 문제, 즉 역사 속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나는데 어떤 관점에서 고착화되어 나타나는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실행해 나가는지를 보이고자 하였다. 작가는 내 몸이 아카이빙의 도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전시기획자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작가의 작업에서 ‘신체’의 사용이 중요함을 거듭 밝혔다. 내 몸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글을 쓰고 기록하는 행위는 일종의 축적이다. 작가가 빈 젯소통을 설치한 것도, 자신의 이동경로에 따른 시간을 메모한 것도, 또한 영상에 나타난 필리핀 사람들의 축제 행위도 모두 몸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아카이빙이 신체의 축적이라는 점은 이 때문에 흥미롭게 다가온다. 작가의 작업에 있어 중심이 되는 문제의식인 ‘다르게 보기’는 오늘날 미술을 분석, 해석하는 이론의 지평과 맞닿아 있다. 작가가 아카이빙이라는 방식을 취한 것은 결국 어떻게 기존 미술의 시각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의 결과이다. 뷰엔이 약 5년여 간 수집한 2000여장의 종이들, 벽면에 부착된 여러 장의 작가 메모는 그 규모에 때문에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촬영 및 원고작성: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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