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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기억의 다중적 해석》 기자간담회, 통인화랑

객원연구원

2019년 6월 13일(목) 오전 11시, 작가 허진의 30번째 개인전 <기억의 다중적 해석>의 기자간담회가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는 200년간 5대 계보의 남종화가 허진(許眞)이 시대 변화에 따른 인간 본연의 감성을 남종화의 이념과 서양의 양식적 어법을 담아 기억 속에 부유하는 인간과 자연간의 층위를 탐구하고, 아울러 예술생태계 복원을 위한 담론의 장으로 진행된다. 전시의 구성은 환경친화적 생태론 기반 ‘유목동물+인간 문명시리즈’,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연관 사건인 ‘동학농민혁명’, 지나온 삶과 자녀에 대한 교육을 회고한 ‘멘토프레스’로 총 세가지 범주로 나눠져 연출된다.  

식순은 기자간담회 후 5층 통인화랑 전시실에서 작가 허진의 간략한 작품 설명과 사진 촬영이 있었다. 



■ 전시의 새로운 관람 포인트

1.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연작, 45x53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8
작년부터 구상한 이번 전시의 새로운 변화는 ‘삽화’에 대한 작업이다.
기존 작업이 유목동물과 인간 문명 시리즈에 대한 작업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명문가의 자녀교육 에세이를 집필한 최효찬 작가의 에세이집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에 그린 ‘원본’ 삽화 5점이 ‘최초’전시된다.

2. 『유목동물+인간-문명2016-28(동학혁명운동 이야기4)』, 146x112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6 
이번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이에 관련된 사건인 동학농민운동에 관한 14점 ‘대작’ 중 1점을 선점해 전시한다. 
*제목에 ‘+’ 와 ‘-’은 ‘괄호’와 ‘교차’의 역할을 한다. 이는 문명에 대한 인간의 무질서를 자연(유목동물)과의 상생을 통해 회복시키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수식이다.

■ ‘기억의 다중적 해석’이란?
이번 전시의 주제인 ‘기억의 다중적 해석’은 기존의 유목동물의 심화 시리즈로 예술가의 예민한 시선을 영화의 서사적 기법을 통해 기억의 층위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담는다. 이는 기억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불확실하다는 전제 아래, 과거에 일어난 굴절된 사건에 대해 현재의 선형적 시선에 의한 시각적 ‘넋두리’로 형상화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왜곡된 작가의 시각적 언어들은 평면회화 안에 포개지고, 느러뜨려져, 부분과 전체의 실루엣들로 겹쳐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기억에 대한 위계간의 다층적 유희의 실재로서 해석됨을 의미한다. 

■ 작가 허진의 남종화풍이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남농 허건의 작품을 접하면서 동양화에 대한 ‘고루한 인식’이 있었고, 그에 대한 도전으로 동양화 정신을 서양적 조형어법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작업은 환경파괴적인 것을 보여주는 서양화풍과 동양화의 기본사상인 인간과 자연의 물아일체에 대한 통합적 시선이다. 이러한 의도의 기저에는 동양화의 ‘어법’보다는 ‘정신’의 중요성을 시사하며, 선대의 화풍에 대한 기계적인 답습보다는 시대의 기류에 맞춰 새로운 것에 대한 유연한 자세로 남종화풍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함이다. 특히, 기존 동양화풍의 여백을 통한 대상을 강조하는 방법을 대상의 후퇴를 통한 여백을 강조하는 기법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번뜻’ 떠오른 서사적 이미지를 의식과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널부러지는 회화적 접근법은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는 영화의 서사적 기법을 차용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동양화의 담백하고 함축적인 어법과 대비되며, 남종화풍의 정신인 ‘전신사조傳神寫照’, ‘돈오頓悟(단번에 깨달음)’에 대한 다각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 작가 허진에게 남농 허건은?
작가 허진은 소치 허련으로부터 5대째 남종화로 뿌리내린 동양화가 집안의 장손이다. 어릴 때 부터 남종화풍의 철학과 회화적 이념을 할아버지 남농 허건의 작업에 대한 규칙적인 생활방식, 태도, 자세로부터 수행되어 왔다. 본격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 방학때 마다 제자들의 도제 수업에 참여하여 동양화의 기본인 사군자(대나무,난초,매화,국화)를 배웠고, 지역의 문화에 잘 스며든 남농화풍의 산새, 산과 울림등 지형적 토착성들을 배웠다. 남농 허건은 일제 시대를 겪어 온 작가로, 새로운 기류에 대한 열린 마음과 수용적 태도가 있었고, 이는 작품세계 뿐 아니라 제자들을 자유롭게 풀어서 교육하는 도제 수업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남농 허건의 철학적 바탕은 4차 산업과 같은 현대적 흐름에 대한 침체된 한국화의 새로운 진흥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 허진의 도전의식과도 연결된다.   





■전시 작품 



『유목동물+인간-문명』시리즈 2019-14, 73x60.5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9
산이나 바위 표면의 질감을 표현하는 듯한 붓질로 채워진 커다란 동물과 현대문물(헬리콥터)에 중첩된 다소 왜소한 인간의 실루엣은 높은 채도의 노란 부분과 검은색으로 나뉘어진 자연에 대한 선험적 가치로부터 기계문명의 위협을 판단할 수 있는 시각적 인지를 제시한다. 이를 둘러싼 짧은 터치들은 붓에 머금은 색의 농도에 따라 겹겹이 또는 규칙적인 리듬감으로 여백의 실체를 형성한다. 시각적 속도와 도수점들은 여백의 밀도를 높여 그 속에 재현된 대상 간의 ‘길항적’ 요인으로부터 ‘상생적’ 관점을 끌어낸다. 즉, 인간을 유목하는 어떠한 자연적 실재에 대해 문명의 무질서로부터 분리시켜 자연과 인간간의 질서를 회복하길 소망하는 작가의 열정이 보인다. 



『유목동물+인간-문명 2016-28(동학혁명운동이야기4)』, 146x112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6
3·1운동과 대한 독립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와 연관된 사건인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한 인물과 상징적 기호(한문), 현대사회의 행동양식에 따른 현대적 복장과 몸가짐의 실루엣, 현대문명의 산물인 전선코드, 헤드셋, 하이힐을 기존의 유목동물 연작시리즈에 중첩시켜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혁명적 사건을 재해석 한다. 인간 욕망의 산물인 코드, 헤드셋, 하이힐은 현대인의 단편적이고, 낮은 명도의 실루엣과 대비해 구체적인 묘사와 크기의 차이를 보인다. 이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상생과 소멸간의 경계를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실재적 관점을 교차시켜 기억의 불확실성을 미래에 대한 구체적 이정표로 전환한다.

허진작가의 위의 두 작품은 미국작가 제이콥 로렌스의 대이주 시리즈(Jacob Lawerence, The Migration Series)를 연상케한다. 로렌스의 작품은 1929년 미국의 분배의 불평등으로 시작 소비의 불균형, 과잉투자로 인한 재고증가, 주변국에 대한 무리한 관세에 따른 수출감소 등 여러 가지 악순환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하부구조의 노동자들, 특히 소작농민들이 일자리를 위해 북으로 가는 모멘텀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러한 미국 내부의 인구 이동은 인종적, 사회적, 지역적 다층적 구조안에서 예전 것과 새로운 것,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 대한 현실적 한계와 동시에  새로운 정착지에 대한 미래의 가능성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과 이념을 지키는 서사적 담론을 다룬다. 이러한 자신의 정체성 보존을 위한 사회 비판적 시선은 작가 허진의 ‘유목적 근대성과 정착적 고루성을 중첩시켜 부조리한 역사를 은유’하고자 한 의도와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작가 허진의 남종화의 정신속에 있는 작가 개인의 다층적 기억의 유희적 실재인 대상 간의, 또한 실체의 가능성을 입은 여백과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어법에 인격을 부여한다. 결국, 이 인격은 남종화 정신과 대비되어 동양화 본연의 가치를 새롭게 통찰 할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45x53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8
저자 최효찬의 자녀교육 에세이집인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출판사 멘토프레스)에 들어간 허진 작가의 ‘오리지널’삽화로 책의 각 장에 총 5개의 삽화가 ‘나의 아버지, 밤꽃 내음, 소년의 기억’, ‘행복의 태동-아비노릇 반성의 시간’, ‘아들과 떠나는 둘만의 여행 아들아 고마워’, ‘계절은 피고지고.. 책 읽고 음악듣고 영화보고...글쓰기’, ‘다시 고향... 작은 행복 그리움 가지 않은 길’이란 제목으로 삽입되어져 있다.

영화의 매니아이기도 한 허진작가는 영화의 서사적 구조를 통해 하나의 사건을 다층화하는 동시에 비실재적 관계에 대한 실재간의 서열을 나눠 작가만의 통합된 감성으로 기억의 불확실성에 구체적 도식화을 만든다. 이런 기억의 전치의 기저에는 미래의 막연함에 대한 현재의 고민으로 과거의 흔적과 혼합되어 미래의 작용인에 대한 유연한 인격을 제안하는 맥락과 같다.

이는 현 사회의 동양화에 대한 낮은 인식과 단편적 행동양식에 대해 동양화의 존재 본질을  형식적 답습의 일면이 아닌 시대변화에 따른 영민한 본원적 설득수단으로서 제시한다. 이런 점에서 작가 허진의 동양화는 남종화의 정신, 전신사조傳神寫照’, ‘돈오頓悟(단번에 깨달음)’를 통해 양식에 선험적 자율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작가 허진만의 이념에 자생적 가치를 정립하다. 시대의 기류를 초월한 작가 허진의 이념에 대한 독립성은 현대적 지형도로 전환되어 미래에 대한 전략적 매트릭스로 치환된다. 이는 한국 동양화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예술생태계에서의 진흥을 기대해 보게 한다.

*전시기간은 2019.06.12.(수)~2019.06.30.(일) 10:30am~6:30pm(화요일 휴관)이다.
*Opening Reception 2019.06.12.(수) 5:00pm~6:30pm


참고
미래학계의 전설적인 인물 ‘피에르 왁’과 ‘피터 슈워츠’의 영화의 시나리오 기법을  미래 예측에 중요한 기법으로 발전 시킨 경영사례를 첨부한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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