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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적절할 때까지》 기자간담회, 페리지갤러리

객원연구원

6월 11일 오전 11시, 페리지갤러리에서 이원호 작가의 개인전 <적절할 때까지>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원호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경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며 그 실체를 전달하는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는 두 개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하나는 어디론가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찍은 5채널 영상이며, 다른 하나는 배우들이 어떤 글을 읽어가면서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연기를 완성해 나가는 3채널 영상이다.


이원호 작가, 신승오 디렉터

이날 기자간담회는 신승오 디렉터의 인사말로 시작했다. 이어 이원호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원호 작가는 이번 전시에 관련된 작품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전에 작업한 작품들에 관해 설명했다. 


<The White Field Ⅰ>, 2011, 영상, 29분 27초

2011년의 <The White Field> 시리즈는 스포츠 경기장에 그려진 화이트라인(석회가루)을 작가가 직접 수거해 화이트라인들로만 이루어진 화이트필드를 만드는 작업을 한 작품이다. 경기장 내 화이트라인은 어떤 시스템이나 규칙으로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의 역할을 했으나, 이러한 화이트라인들로만 이루어진 화이트 필드에서 화이트라인은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 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신승오 디렉터는 “<The White Field> 시리즈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과도 연관되는 작품으로, 실제 사람들을 계속 만나며 진행되는 작업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혼자 수행적인 작업을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2013년의 <층 Story Ⅰ>는 서울시에서 구걸하는 사람 50명을 만나 적선 받은 돈과 구걸에 사용한 도구를 작가가 흥정을 통해 구입하는 작업을 통해 구현된 작품이다. 작가는 구걸하는 사람들이 하루 동안 적선 받은 돈을 흥정을 통해 다시 구입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원래 돈의 가치가 흥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로 측정되었다.

2015년의 <진품명품전(傳)>은 작가가 진품명품전 출장감정이라는 프로그램을 따라다니며 작업한 것으로, 출장감정을 통해 가짜로 판명된 물건을 그 소유자와 흥정하여 구입하였다. 기존의 감정이 역사성, 희소성 등으로 가치를 판단한다면, 작가는 가짜로 판명된 물건을 흥정할 때 소유자의 개인적인 사연으로 가치를 판단하였다. 

2015년의 <부(浮)부동산>은 작가가 노숙자들로부터 종이박스집 36채를 구입해 집의 형태로 다시 구현한 작업이다. 작가는 36채의 종이박스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노숙자 커뮤니티 내에서 일정 시세가 정해지는 현상을 보았는데, 이것이 실제 부동산 시세가 정해지는 것과 유사했다며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또한 실제 부동산 계약서를 작성하여 그 계약서들이 작품과 함께 전시되었다고 한다.

2017년의 <자유롭지 못한 것들을 위한>은 작가가 300만원으로 실제 제주도의 땅을 구입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작가는 제주도 부동산의 높은 시세로 실제 제주도 내에서 땅을 구입하지는 못했으며, 추자도에 있는  땅을 구매해 계약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렇게 구입한 땅을 공유지로 사용해 새로운 상생을 할 수 있도록 기증하고자 했으나 후에 계약이 파기되었다고 에피소드를 전하였다.


이원호 작가가 전시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전시장으로 이동하여 이원호 작가의 전시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 앞서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기존 작업의 연장선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제시하는 작업”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과는 다른 방향을 보실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절할 때까지 Ⅰ>, 2019, 5채널 영상, 60분


전시장 입구에 화면 속 작가가 들고 다니며 드로잉한 막대기가 전시되어 있다.

<적절할 때까지 Ⅰ>에서 화면 속 작가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어딘가를 하염없이 걷고 있어서 마치 목적지가 없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서울 지도에서 오각형을 넓게 그려 넣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막대기를 들고 드로잉하며 5개의 꼭짓점에 도달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작업 속에서 작가는 직선의 길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실제로 골목을 헤매고, 끊임없이 우회하기도 하면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자신이 설정한 꼭짓점에 도달한다. 그러나 이미 직선으로 걷는 목표는 시작부터 실패를 전제로 한 계획이므로, 목표에서 중요한 지점은 직선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계획을 달성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작가는 자신의 길과 이미 주어진 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포개어 놓는 실제적인 행위를 통해 여러 규칙과 경계로 이루어진 도시 공간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를 드러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적절할 때까지 Ⅱ>, 2019, 3채널 영상, 20분.

한편 다른 작품인 <적절할 때까지 Ⅱ>는 지금까지 작가가 활동하면서 받았던 여러 글 중에서 특정한 단락을 발췌하여, 배우들에게 읽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작업은 배우들이 글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스스로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치 대본 연습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영상 속에서는 실제 등장하지 않는 ‘이원호의 작업’, 작품에 대한 필자들의 글을 들려주는 ‘배우의 대사’, ‘배우들이 연기하는 어떤 인물의 모습’이라는 세 가지의 경계가 겹쳐져서 나타난다. 배우에 의해 가상의 인물이 구체화되어 나타나지만, 결론적으로는 배우가 적절하다고 판단이 되어 연기를 중단하면 모두 종료되면서 서로 분리되어 현실의 각자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렇게 모든 경계가 포개지는 상황은 배우의 연기로만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배우들이 스스로 해석해 나가는 각자의 기준과 방식이다.

전시 관람을 마친 후에 비로소 이원호 작가가 말한 기존 작업과의 다른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이전 작업에서 나타나는 누군가를 만나서 발생하는 우연적이며 구체적인 서사들은 모두 사라졌다. 오히려 자신이 새롭게 설정한 경계와 이미 존재하는 경계들을 겹쳐놓으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들에 집중하며, 이를 통해 기존의 각자의 경계에 의해 고정된 것들을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는 어느 순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기에 작가는 명확한 경계들이 포개지는 반복적인 상황들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이러한 과정들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함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원호 작가는 한 개인이 자신만의 생각을 통해 ‘적절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경계를 포개어 놓는 수행적 과정들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보여주면서 무심하게 우리에게 성찰해 나가야 할 과제를 던져준다. 전시는 페리지갤러리에서 2019년 6월 5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리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원고 작성 및 사진 촬영 :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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