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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 박생광-대안동 216번지에서》,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객원연구원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조선시대에는 일본적 이미지 없이는 입선하기 힘들었지. 하지만 나는 일본에 입선하러 간 게 아니라 공부하러 갔기 때문에 일본화(日本畵)에 빠지지는 않았지. 작가로서 수련, 성장과정을 20년 동안이나 일본에서 보냈지만 한 번도 우리 것을 잊어본 적은 없었지.’

한국 채색화의 거장인 민족화가 내고(乃古) 박생광(1904~1985) 화백의 전시 <내고 박생광-대안동 216번지에서>를 관람하기 위해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을 향했다. 


<내고 박생광-대안동 216번지에서> 전시 현수막이 걸려있다.

2004년에 박생광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행사들이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현대화랑,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진주문화예술회관 등 여러 전시장에서 열렸다. 100주년이 15년 지난 지금, 그의 고향 진주에서는 그의 예술혼과 그가 표현하는 민족혼을 잊지 않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박생광 화백은 경남 진주 출생으로 진주농고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시립회화전문학교(현 교토예술대학)에서 전통적인 일본화 기법을 배웠다. 그의 작품은 한 때 채색기법이 '왜색'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진채기법에 의한 채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 작업이 이루어졌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2층의 2전시실로 향했다.

전시 제목의 ‘대안동 216번지’는 박생광 화백이 운영하던 청동다방의 주소로, 진주의 대표적인 축제인 개천예술제와 관련이 깊다. 개천예술제는 박생광을 비롯한 설창수, 오제봉 등 진주지역의 예술인이 힘을 모아 시작된 영남예술제가 그 효시로,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종합예술축제였다. 박생광은 자신이 운영하던 ‘대안동 216번지’ 청동다방으로 예술인들을 모았고, 그곳에 모인 인사들은 문화건설대라는 조직을 이루어 민족의 문화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이 예술제를 발전시켜 나갔다. 


내고 박생광, <청담대사>

박생광 화백은 민화와 불화, 무속화 등에서 발견한 토속적인 이미지를 단청의 강렬한 색채로 화폭에 담아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며 우리 화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를 소개하는 글 옆에는 진주농업학교(현 경남과학기술대) 친구였던 청담스님을 그린 <청담대사>가 전시되어 있다. 

박생광 화백은 한때 불가에 귀의하기도 했으나 환속했다. 불교 신자로 규범을 지키는 것이 싫고, 그 그릇 안에 담겨 오히려 구속당하는 것은 오히려 질색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내고(乃故)’ ‘그대로’라는 박생광 화백의 호는 자유롭게, 인생 그대로, 자연 그대로, 예술 그대로라는 본연의 삶을 체험하며 살고자 한 화백의 다짐인 듯하다.


내고 박생광, <진주성 북장대>

물지게를 짊어지고 북장대를 올라가는 작품 <진주성 북장대>에서는 탱화와 단청에서 유래한 박생광 화백의 초기 기법을 엿볼 수 있다.


내고 박생광, <무당>, <무속>

전시장 끝부분에 전시되어 있는 그의 대표작인 <무당>, <무속>. 그림 전체가 어두운 듯 빨갛다. 청·적·황·백·흑색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사용해 목조 건축물에 여러 가지 무늬와 그림을 그려놓은 단청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내고 박생광, <동해일출도>

이번 전시를 통해 박생광 화백만의 독창적인 미감과 안목으로 민족 안에 내재된 원색적이고 화려한 색감을 치밀한 구도 속에 이끌어낸 작품들을 비롯해 불교와 토속신앙,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독특한 한국화의 경지를 이루어낸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내고 박생광 화백의 삶과 예술혼이 담겨있는 전시 <내고 박생광-대안동 216번지에서>는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2월 24일까지 열린다.

jinju.go.kr/rheesjmuseum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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