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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백남준기념관

편집부


바람이 시원하고 등짝은 따끈따끈했던 9월21일 오후, 백남준기념관에 찾았다. 

어느 추운 날 네팔 음식점을 찾아 헤매이다 개관을 앞둔 고적한 이곳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제나 저제나 백남준을 기억하기에 좋은 한적하면서 반짝이는 곳이었다. 

복잡하고 오랜 창신동 속, 아직도 먼발치 앞서나간 외딴 공간의 느낌도 들었다.




문-문-문  김상돈 | 2017


백남준기념관의 철제 대문을 중심으로 앞뒤에 빛의 문과 영상의 문을 설치하여 3중의 문을 연출했다. 빛의 문은 조명박스로, 영상의 문은 사각의 아치 모양으로 부착된 9개의 모니터로 제작됐다. 영상의 문에는 5대양 6대주를 연결한 세계 최초의 위성예술축제였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의 장면, 34년 만에 귀국하여 창신동을 찾아오는 백남준의 모습, 그리고 오늘의 동대문, 창신동, 숭인동 풍경이 등장한다.

<문-문-문>은 마치 타임머신을 통과하듯 시공간을 넘나든 백남준의 예술세계와 오십 대에 자신의 어린 시절 집터를 되짚어 왔던 백남준의 기억여행, 그리고 백남준의 세계에 들어서는 우리 여정의 시작을 상징한다.






문-문-문을 통과하면 마당, 놓여있는 것들

수-월(Water-Moon)  김상돈 | 2017

대야에 담긴 물에 햇빛이 반사되어 마루 천장에 물 그림자가 맺히는 현상을 관찰했던 백남준의 어린 시절 추억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어린 백남준이 품었던 무한한 호기심과 창안에 경의를 바치는 <수-월>은 놋대야 아래 거울, 유리, 조명을 설치하여 과학과 예술, 공학의 영원한 원천인 빛과 상의 세계를 환기시킨다.


웨이브  김상돈 | 2017


<다다익선>에 대한 경의이자 그 최초의 구상을 떠오르게 하는 조형물. 이 조형물은 백남준의 1003대의 모니터 대신 3천여 개의 투명한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투명한 조각들은 백남준의 영상을 상영하는 모니터는 아니지만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일상의 모니터 역할을 한다. 탑신을 휘감아 오르는 검은 나선형 선은 우리와 땅, 하늘을 잇고자 했던 백남준의 원안을 환기한다.





백남준, 자화상 

들어올때 보았던 아줌마 두분이 볼록한 화면에 거꾸로 투시되어 보였다.
백남준은 여러 점의 자화상을 남겼는데,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을 그린 초상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며 남을 비추는 장치로 보여주었다.



과천에서 자라온 나는 특별할거 없이 국립현대미술관에 드나들었다. 미취학이었을때부터 보아온 <다다익선>은 그저 미술관의 크고 화려한 도입부였다. 대학 시절 조별발표를 통해 백남준을 깊이있게 알고, 국현의 <다다익선>이 그분의 <다다익선>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받아들였을때(영접했을때) 후덜덜했다. 나에게 백남준 세글자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쌓여진 위상보다는 머리를 땡 친 첫경험에 의한 경외로움이랄까..



백남준의 거의 모든 것_ 백남준 버츄얼 뮤지엄
아날로그 티비 버튼을 돌리고 눌러서 백남준의 연혁, 전시경력, 작품, 어록을 벽 스크린에 띄워 열람할 수 있다. 
자료를 열람하는 내 모습이 아날로그티비에 나온다.


인상적인 코테이션들이 꽤 있었다. 그중에-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답게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변하기 때문이다.'


끄덕끄덕




백남준의 책상  레벨나인 | 2017

백남준은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생각했다. 그의 부음에 평소 백남준을 잘 알던 지인들이 '왕생' 즉 '삶으로 돌아갔다'는 조사를 바친 이유다. <백남준의 책상>은 백남준의 <태내기 자서전>과 유치원 친구 이경희 여사의 회고록 일부를 미디어 극장처럼 연출한 설치물이다. 독서와 글쓰기, 추억여행은 백남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활동이었다. 종이로 된 공책 한 장 한 장을 넘길때마다 라디오와 TV, 프로젝터가 작동한다. 배경에 흐르는 음악은 백남준이 자신의 필름 <전자 달 #2>(1966-72)에 사용한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이다.


책상에 앉아 <태내기 자서전>을 넘기며 노트 속에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를 즐길 수 있다.



기념관 중정에 잠시 앉았다.

세수대야가 반짝인다.


- 글, 사진 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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