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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예술가의 문서: 예술,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협업>

이순령


국립현대미술관 <예술가의 문서: 예술,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협업>

 

예술가의 문서: 예술,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협업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16526일부터 820일까지 개최된 전시다. 본 전시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로마 퍼블리케이션스에서 만든 책들을 전시하였는데, 로마 퍼블리케이션즈은 1998년 그래픽 디자이너 로허르 빌럼스와 작가 마르크 만더르스, 마르크 나흐참이 함께 설립한 출판 프로젝트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설립시부터 현재까지 로마 퍼블리케이션즈의 결과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이며, 케이스 하우츠바르트, 바르트 로데베이크스, 마르크 만더르스, 마르크 나흐참, 바티아 쉬터르의 작품들도 책들과 함께 전시되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창작 플랫폼이 되어왔던 로마 퍼블리케이션즈의 결과물과 한국 출판과 디자인 분야와의 긍정적인 소통을 바란다고 미술관은 밝히고 있다.

 

이 전시를 관람하게 된 이유는, 아카이브 전시를 함에 있어 문서 및 사진 등 평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기록물들과 대중들이 보다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는데, 공간을 둘로 나누었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공간은 책이라는 대상의 평면성을 극대화하고, 그 안에 질서와 리듬을 부여해 물 흐르는 듯한 관람객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이끌었다.



그리고 자료를 전시한 곳에 문자 설명은 배제하고 번호를 매겨 시각적 걸림이 없는 직관적인 관람을 유도하였다. 자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동식 스탠드에 유물카드를 비치하여 관람객이 원하면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유물설명을 자료와 함께 두지 않는 것은 즉각적인 궁금증 해소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관람객이 자신이 관심있었던 자료에 대한 내용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과 집중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열린 전시공간을 구성하여 관람객이 자유롭게 머물게 하였다. 관람객들은 전시된 자료들을 들추고 만져보고 예술가들이 제작한 영상자료를 감상하면서 공간에 오래 머물렀고, 곧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전시와 관람객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이다. 기존의 역사유물 전시와는 다른 비교적 근현대 자료를 전시하는 아카이브 전시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다. 이렇게 전시 공간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관람객들에게 능동적인 관람을 유도한 것은 전시 자료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유효한 판단이었다.

  

이번 예술가의 문서: 예술,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협업전시는 절제된 색과 열린 공간을 이용하여 평면적인 기록물 전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책과 2차원의 예술인 출판디자인 전시는 활자화된 콘텐츠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근현대사 미술사의 기록자라고 할 수 있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전문연구자들의 인정과 신뢰를 넘어서 일반 관람객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더욱더 주목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마침 비가 내렸다. 퇴관시간을 앞두고 많은 관람객들이 창가에 모여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비가 내리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상념들은 하나도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 사료라는 객관적인 기록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치환하는 것, 그것 또한 박물관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생각해야할 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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