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00)케이아트(K-Art)로서의 민화, 전통과 현대를 잇는 힘

김수진

2022년 한 해 동안 외국에서 한국 관련 전시가 연이어 개최되었다. 그 가운데 민화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전통 민화’ 외에도 ‘현대 민화’가 대거 출품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현대 민화’는 전통 민화를 모사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었으나 점점 더 많은 신진작가를 양산하고 새로운 도전을 도모하여 ‘창작 민화’로도 불리며 미술계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2022년에 열린 대표적인 민화 관련 외국 전시는 단연 오스트리아 빈 벨트미술관에서 열린 ‘책거리(Chaekgeori-Our shelves, urselves: 이하 책거리)’다. 이 전시에는 작가 31인이 책거리라는 하나의 주제를 변주하며 그림, 부조, 영상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담당 학예사인 베티나 조른(Bettina ZORN) 박사는 현대 책거리를 통해 관람객이 조선부터 현대까지의 한국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국적의 관람객 약 40만 명 정도가 이 전시를 본 것으로 추산된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앨버트미술관의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이하 한류)’ 전시에는 미술품뿐 아니라 패션, 드라마, 케이팝과 관련한 다양한 오브제가 선보였다.



왼쪽 베티나 조른, 오른쪽 필자. ‘책거리–Our shelves, Ourselves’전


‘한류’ 전시에는 조선시대 책거리 병풍과 함께 김남경 작가의 2021년작인 책거리 병풍 한 점이 선보였다. 이는 2021년에 열린 주 프랑스한국문화원의 ‘책은 한껏 아름다워라(Chaekeory… de la beaute des livres)’ 전시에 출품된 작품으로, 당시 전시를 본 빅토리안앤앨버트 관계자가 작가를 통해 직접 구입했다고 한다.

이렇게 민화가 외국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받는 까닭은 민화 특유의 독특한 개성 때문일 것이다. 화조화나 산수화 계열의 문인화는 다른 동아시아 회화 전통에 기원을 둔 만큼 한국만의 개성을 변별하기 쉽지 않다. 이에 반해 민화는 단순하고 강렬한 구도와 파격적인 도상의 시도가 돋보이는데, 이는 추상성을 추구해 온 현대 미술과 통하며 민화에의 재발견을 견인하고 있다. 민화는 정형화 된 형식과 전통을 파괴하는 장르적 속성을 가지기에 ‘한류’ 전시가 보여주듯 ‘오징어 게임’과 ‘가수 싸이’와 함께 전시되어도 큰 이물감이 없다. 아울러 ‘책거리’ 전시에서 보여주듯 최근 작품도 끊임없이 한국의 과거와 전통을 소환한다. 현대의 작품으로서 그 어떤 장르보다 현대적인 감각을 가졌지만, 동시에 옛것과 연결되는 직관적인 힘을 가진 것이다.

1888년 조선을 방문했던 프랑스인 샤를 루이 바라(Charles Louis VARAT, 1842-93)는 이듬해 여행잡지 『투르 드 몽드(Le Tour De Monde)』에 조선 여행기를 기고했다. 그는 밀양에서 구입한 문자도 병풍에 대해 “가로가 3m 세로가 1m 남짓 되는 그것은 무척 오래된 것이다. 전체가 여덟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각각에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가 한자로 적혀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의미들이 관례에 따라 일정한 동물과 상징적인 사물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 현란한 색채가 비좁은 방을 환하게 만들 정도로 화려했다”라고 묘사했다. 이는 그가 문자도의 의미와 미학을 잘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민화가 가진 매력은 150년 전 이방인을 매료시켰고, 이렇게 수집된 유물은 국경을 넘어 현재 프랑스 기메미술관에서 한국을 알리는 데에 공헌하고 있다.

전통 민화가 오래전 한국을 방문했던 이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처럼 현대 민화 또한 전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케이아트로서의 민화를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영속적인 지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작가뿐만아니라 연구자, 비평가, 전시기획자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앞으로 어떤 내러티브와 이론을 만들어 이에 일조할지 한 차원 높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 김수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박사. 서울대·충남대·서울시립대·덕성여대 강사 및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 객원연구원, 보스턴미술관 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역임. 『명화의 탄생 대가의 발견』(공저), 『동아시아 미술, 젠더Gender로 읽다』(공저) 등 저술.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