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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부산시립미술관 관장 사태를 바라보는 한 학예사의 입장

양은진

2019년 8월. 부산미술계는 시립미술관 관장의 “갑질” 논란으로 뜨겁다. 사건의 내용을 거칠게 정리해 보면 관장이 아트숍에 상품의 디스플레이에 관여했다는 주장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지역미술인을 홀대했다는 이유가 더해져 관장의 사퇴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 관장과 아트숍 사이에 있었던 과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사를 통해 면밀하게 밝혀질 것이다.

이 글은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내부자적인 시선과 입장으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노력했다. 사실 민감한 시기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무척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생산적인 논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용기를 냈다.

아트숍의 특수성
먼저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 되었던 아트숍에 대한 관장의 ‘갑질’ 논란이다. 미술관에서는 대부분 아트숍을 운영한다. 아트숍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관객은 당연히 이 매장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산시립미술관은 개관 이후 아트숍을 임대매장으로 운영해왔으며, 오랫동안 현재 운영하는 업체에서 운영해 왔다. 임대매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술관은 그 허가조건으로, 사용자는 그 사용에 관하여 시립미술관장의 지시 감독을 받아야 하고(제17조) 나아가 판매 품목은 사전 미술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미술관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 즉시 그 의견에 응해야 한다(12항)고 명시하고 있다. 이 계약이 체결된 것도 2019년 5월이므로 아트숍 측에서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아트숍을 상업적인 공간으로 볼 것인지 미술관의 정체성이나 전시와 동행하는 시설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관장의 요구가 적절했는지는 감사로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아트숍의 운영을 시민의 관점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런던의 테이트모던이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트숍만 보더라도 그 답을 알 수 있다.

공립미술관과 지역 미술
공립미술관과 지역미술계는 어느 도시 할 것 없이 항상 두 가지 이유로 마찰을 일으킨다. 지역의 미술대전 개최와 지역작가의 전시 참여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미술대전의 원류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1982년부터 2007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다른 장소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대전과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는 결국 목적 및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미술관에서 하지 않는 추세다. 부산시립미술관도 부산비엔날레, 부산미술대전 등이 개최되면서 -대관일수가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1년의 절반인 6개월이 넘는다- 미술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많은 비판이 있었고, 결국 전임 김영순 관장 때부터 부산미술대전 개최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가 결국 ‘지역미술인 홀대’라는 이슈로 확대된 이유는 이러한 지역미술계 내부의 불만이 표출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지역 공립미술관이 지역미술과 동행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지고 있는 미술관은 없다. 하지만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생을 위하여
지역의 공립미술관 관장은 짧은 임기와 지방정부의 권력 변화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여전히 문화예술계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해 생긴 결과다. 하지만 현재 김선희 관장은 전임시장이 임명한 인사다. 또한 임기 중에 많은 성과도 있었다. 이전에 비해 김선희 관장시절 관객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역작가의 전시 참여도 늘어났고 해외전시도 적극적으로 유치하였다. 

어느 관장이든 공과가 있고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 김영순 관장이 미술사학자 출신이라 엄밀한 미술사적 기반의 전시들이 많았다면, 김선희 관장은 학예사 출신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 아트숍 문제로 촉발된 이번 사건으로 감정적인 여론몰이를 하기보다는 균형 있는 시선으로 관장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부산미술의 발전과 시민을 논의의 중심에 두고 지역미술계와 미술관이 함께 고민하는 상생의 계기로 전환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 양은진(1980- ) 런던대 골드스미스컬리지 순수미술&미술사 학사, 동 대학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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