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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아트바젤홍콩을 보는 또 다른 시선

변홍철

3월 말 아트바젤홍콩을 다녀오니 많은 기사와 SNS 후기가 시장의 열기와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었다. 자극적인 제목과 유명인의 이름, 갤러리가 흘린 작품판매가격,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까지 대부분 비슷했지만 작가와 미술관계자의 SNS 후기를 더하니 각자의 시선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보며 인식하는지 비교할 수 있었고, 중요한 것은 수많은 작품과 인파 속에서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보고싶은 것을 본다는 결론이다. 이 글에선 내가 보고 생각한 세 가지 특징을 짚어보려 한다.



아트바젤홍콩 메인 전시장의 이불의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 (2015-2016)


첫 번째로 아트바젤홍콩의 특성상 화려한 상업적 아트페어에서 어떤 맥락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센트럴에 위치한 주요 갤러리들이 준비한 전시에서는 상당히 놀라운 특징을 엿볼 수 있었다. 많은 기사가 언급한 것처럼 단색화의 침체와 맞닿아 미니멀과 추상이 사라진 자리에는 멈춤(止)과 통찰(觀)을 통한 인간의 사유와 명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많이 보였다. 가고시안은 세잔과 모란디로 사물의 본질을 들여다 보고(觀) 있었고, 하우저앤월스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으로 여성으로서 자신의 신체를, 화이트큐브의 데이비드 알트메드는 쿤달리니 요가와 명상 그 자체를 작품화하였다. 데이비드즈워너는 신표현주의 작가 네오라우흐의 작품으로 인간의 사유를, 리만머핀은 에르빈 브룸의 전시로 사람이 작품의 일부가 되어 관찰 되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맥락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는 이의 관심과 관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오롯이 나만의 시선과 생각일 수 있다.

두 번째로 눈여겨보게 된 이번 홍콩아트위크의 특징은 베네치아비엔날레와 카셀도큐멘타를 준비하는 갤러리들의 모습이었다. 이번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된 이불 작가는 PKM, 리만머핀, 타데우스로팍의 협업으로 인카운터 섹션에 거대 비행선 작업을 설치하고, 식민지 홍콩의 경찰청을 리노베이션한 문화공간인 타이쿤에서 큰 규모의 파티를 열어 이번 베네치아비엔날레 작업에 대한 기대를 더욱 뜨겁게 했다. 또 지난 2월 카셀도큐멘타의 감독에 인도네시아 작가그룹 루앙루파가 선정된 후, 동남아시아 갤러리와 작가의 작품이 예년 보다 눈에 뜨이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리차드코파인아트는 젊은 태국 작가 나티 우타릿의 대형 페인팅을 걸어 호평을 받았고, 아라리오의 에코 누그로호, 아트센트럴에 헤리 도노의 대형 설치도 눈에 들어왔다.



화이트큐브에서 선보인 데이비드 알트메드(David ALTMEJD) 작품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리 미술시장이 고민해야 할 이야기로, 이번 페어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한국인이 홍콩을 찾았다. 모 기자가 SNS에 올린 이야기처럼 서울미술계가 비었다는 느낌이 들 만큼 수요일 VIP프리뷰부터 주말까지 삼삼오오 한국 관계자와 컬렉터의 행렬이 끊임없었고, 프리뷰 참석자들은 자신이 초대된 갤러리 디너와 파티 이야기로 한껏 들떠있었다.

페로탕을 시작해 페이스, 리만머핀, 최근 VSF까지 몇 년 전부터 한국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바라보며 서울에 지점을 여는 화랑의 수도 늘었고 에스더쉬퍼, 스프루스매거스, 데이비드즈워너, 펄램 등의 많은 해외 주요 화랑이 한국인 세일즈디렉터와 직원을 고용해 컬렉터를 초대하고 직접 판매에 나섰다.

아트바젤홍콩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미술관과 컬렉터를 주 타겟으로 홍콩 면세 시스템을 활용해 이제는 한국의 미술 시장까지 흡수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러한 환경 속에 초반에는 홍콩을 중심으로 한 마켓쉐어 수익이 외국 갤러리로 흘러가는 듯 보이겠지만 이를 단편적으로 위기로만 인식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페로탕이 김종학의 작품을 페어에 선보이며 조현갤러리와 함께 파이를 키운 것처럼 어떻게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변홍철(1975- ) 서울대 조소과, 동 대학원 졸업, NYU 예술경영 석사. 2014 키아프 주빈국 커미셔너, 2016 미디어시티 마케팅 디렉터, 2017 아트부산 아트디렉터 역임. 현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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