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06)2017 새정부, “문체부 폐지와 국립현대미술관 8관 체제 실현”

최열

2017년 새정부 출범은 대통령 국정농단, 문체부 장관 문화농단을 단죄한 국민의 힘이 거둔 달콤한 열매다. 지난 1987년 시민대항쟁 이후에도 그랬지만 그 열매를 정치인과 관료들이 먹어치웠을 뿐 국민에게 돌려준 대통령은 없었다. 정치인과 관료는 언제나 돈과 자본, 힘과 권력이란 열매를 제 것으로 만드는 데 혈안이 되었고 항시 국민 위에 군림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과 국립중앙박물관 김영나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정형민 관장 해임 사태이다. 이 사건은 단지 박근혜 정부의 단발성 범죄가 아니다. 그 뿌리는 정치인과 관료의 오랜 욕망이다. 역대 정권마다 나쁜 사례가 있지만 옥상옥일 뿐인 문화예술위원회 설치, 혈세 낭비의 전형인 미술은행 설립, 문화능멸의 상징인 국립현대미술관 책임운영기관으로의 전락 및 법인화 추진 그리고 역사능멸의 공허한 장식 공간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설치에 이르기까지 어이없음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무슨 무슨 진흥원, 무슨 무슨 센터, 무슨 무슨 법인 따위를 계속 설치함으로써 관료사회의 문어발식 확장은 끝이 없어 보인다.

모든 기관에서 정규직 행정관료는 지휘·감독을 하고 비정규직 전문가는 노예처럼 헌신하는 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물구나무선 세상을 보는 듯하다. 그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역시 돈과 힘이다. 이를테면 정치인과 관료는 예산을 틀어쥔 채 문화예술을 지배하는 것이다. 지난 역대 정부는 ‘지원’이란 미명아래 돈을 베푸는 시혜성 사업과 그 기관 설치에 주력해 왔다. 무슨 무슨 행사 부대사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는 전시성 낭비를 거침없이 해나가고 또 문화예술인을 지원한다면서 알량한 돈 몇 푼을 문화예술인에게 쥐여주고 있다. 이래저래 정치인과 관료들에 의한 ‘욕망의 잔치’를 지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 의해 출범한 2017새정부는 저와 같은 모든 잘못을 폐기해야 한다. 먼저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문화부를 교육부와 함께 폐지해야 한다. 대안으로는 정권과 무관하게 헌법기관의 위상을 갖춘 문화예술국가위원회를 설치하여 산하에 문화예술지원처를 두고 민주정신과 자율정신을 금과옥조로 하는 문화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예술국가위원회는 지금껏 문화부와 산하의 무슨 무슨 진흥원, 센터, 법인 따위 기관을 점검하여 기반, 기초성격이 아닌 경우 폐지한다. 또 모든 지원은 사후지원으로 바꾼다. 덧붙여 귀족양로원인 대한민국예술원 폐지도 아주 시급하다.





2017 새정부는 미술분야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을 거침없이 개조해야 한다. 책임운영기관이니, 법인화니, 관장공모제니 하는 따위 나쁜 제도를 모두 폐기하고 문체부같은 상급기관의 지휘·감독을 막기 위해 관장 직급을 장차관급으로 격상시키며 또 미술문화의 균형 잡힌 미래를 위해 강원,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제주, 충남, 충북 8개 도에 국립미술관을 신설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정직 우위가 아니라 전문직 우위의 체제로 개조해야 한다. 이를테면 국립현대미술관 행정직 부서인 기획운영단은 ‘지원단’으로 바꾸어 학예연구실 산하의 한 부서로 편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학예연구실 산하에 전시단, 연구단, 지원단의 3단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한편 2017새정부는 국립미술관 작품구입예산 30개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매년 1,000억 원씩 책정하여 그 수집 대상을 한국과 서구권, 비서구권의 3개 권역으로 나누어 아시아 최고, 최대 규모의 수장품을 자랑하는 미술관을 지향해야 한다. 따라서 당연히 각 권역별 전문 학예인력을 국적 불문으로 채용해야 한다.

실로 중세건 근대건 정부는 정책을 수립하고 그 방향에 일치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에만 충실했었다. 문화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한 왕이나 정부가 문예부흥기를 이룩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할 일은 국립미술관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시콜콜 갖은 사업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토대, 기초, 기반을 이루는 제도를 마련하고 그에 합당한 인력과 시설과 예산을 투입하는 지원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바뀌어도 정책은 변함없이 전문가의 손에서 그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 최열(1956- ) 조선대 미술학과 학사, 중앙대 예술대학원 석사.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역임. 제2회 한국미술저작상(1999), 대한민국 간행물문화대상 저작상(2008), 제15회 월간미술대상 학술평론부문 대상(2010) 수상. 저서로는 『한국근대미술비평사』, 『미술과 사회』 등.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