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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무엇이 ‘체험식 전시’ 인가?

김이삭


 Balance 05, 헬로우뮤지움


21세기 잭과 콩나무,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언제부턴지 ‘체험’이라는 말이 사회 전반에 유행어처럼 번지고, 체험활동과 체험공간이 급증했다. 그러나 질 높은 체험활동이나 진정한 체험식 전시회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식 미술 전시회를 찾은 관객이라면, 과자로 만든 집이나 각종 오브제로 장식한 동식물 조형물을 보면서, 진정한 체험보다는 문화적 퇴락을 목격하기도 한다. 단편적인 흥미와 오락 위주의 체험식 전시작품은 ‘체험’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관객 중심의 미술관이 늘어나면서 체험식 전시물은 일부 기획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미술계 전반의 관심 영역 중 하나가 되었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전시는 크게 전통적인 방식과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작품이 진열장이나 액자로 보호막이 형성된 채 전시되고, 관객은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단방향의 소통 방식으로 관객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관객은 보고, 듣고, 생각하고, 향을 맡아보는 등의 관람을 할 수 있지만, 만지거나 참여 할 수는 없다(Hands-off). 이 같은 전통적인 전시방법은 ‘소장품 중심적’ 철학에서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소장품보다는 ‘관객 중심적’ 패러다임을 가지는 현대미술관에서는 비전통적인 전시 방식이 나타난다. 

체험식 전시는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 방법으로, 체험식 전시는 실제로 체험식(Hands-on)과 인터렉티브(Interactive) 또는 상호작용식 전시를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호환 가능한 용어로 사용한다. 특히 국제적 기준에서 체험식 전시의 개념은 단순한 조작적 반응과 구분한다. 물리적으로 버튼을 누르거나 스위치는 켜보는 등 하나의 결과가 쉽게 예상되는 전시물을 지양하고, 다양한 결과물이 존재하고 복합적인 참여를 동반하는 인터렉션 전시물을 체험식 전시라고 규정한다. 단순 조작식 전시는 체험이 아니라 반응형 전시라고 규정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체험식 전시는 무엇인가? 체험식 전시는 명확한 교육적 목표를 가진, 상호작용물로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결과물을 수반하는 전시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체험식 전시는 1969년 프랭크 오펜하이머에 의해서 미국 서부에 설립된 샌프란시스코과학관(Exploratorium)에서 시작됐다. 이전에 어린이박물관에서도 체험식 전시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현대적 개념의 체험전시물 효시는 샌프란시스코과학관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하라(Make things understandable).”라는 전시기획 전반의 움직임은 체험식 전시의 발전을 앞당겼다. 국내 체험식 전시물의 성공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헬로우뮤지움 현대미술작가가 창작한 설치작품 <Balance 05>
노해율 작가의 신작으로 헬로우뮤지움의 커미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제시하는 형태를 참여자가 완성해보는 방식으로 각기 다른 형태의 구조물을 쌓아보는 참여식 작품이다. 전시물과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관객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사회성과 협동을 이끌어 내는 작품으로 관객은 도전적 과제를 통해서 새로운 형태를 무한 창작하게 된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국내 유일의 건축가가 설계한 설치작품 클라이머 <21세기 잭과 콩나무>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21세기 잭과 콩나무>는 재미있는 신개념 교육 체험기구이다. 이 체험전시물은 높이가 무려 14m로 미국 예일대 출신의 2명의 건축학 석사들이 주축이 되어 설계 및 설치하는 예술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데릭은 동화 『잭과 콩나무』에서 잭이 구름 위의 거인 세계에서 모험을 즐기듯, 어린이들에게 모험을 통해 자신들의 한계를 넘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본 작품의 취지는 ‘자신의 고유한 길을 찾고, 자신만의 꿈을 그리는 것’이다. 길의 끝에 서면 새로운 도전이 보이고 이것이 새로운 시작임을 알 수 있는 즐거우면서도 도전적인 체험이다.


- 김이삭(1974- ) 이화여대 동양화과 학사, 조지워싱턴대 미술관교육학 석사,이화여대 시각디자인 박사 수료. 김종영미술관 객원에듀케이터, 스미스소니언자연사박물관 한국관 보조연구원, 국립중앙박물관교육연구사 역임. 문화체육관광부 전시기획장관상 수상(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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