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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어린이미술관 오해와 진실

김이삭



Laura MIGUS, Association of Children’s Museum Executive Director, Photo by Michael PETERSON


어린이미술관에서 일한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다. 업무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첫째, 연령별 아동발달과 어린이를 둘러싼 현대사회 문제를 연구한다. 
둘째, 소장품과 동시대 작가를 조사·연구하여 전시를 기획한다. 
셋째, 전시와 연계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투철한 관객 서비스를 통해서 어린이의 관람이 미래 미술관 관객으로 성장하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돕는다. 

따라서 전직원에게는 서비스직, 학예연구직, 교육직의 마인드가 요구된다. 21세기 모든 뮤지엄이 관객중심형 공공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어린이 관객을 향한 어린이뮤지엄의 운영철학은 타 기관과 순도의 차이가 있다. 최근 어린이뮤지엄(박물관·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오해와 새로운 동향에 대해서 알아보자.

어린이뮤지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에게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실물기반의 살아있는 경험을 가능케 하는 일이다. 소장품 없는 어린이뮤지엄의 모델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는데, 여전히 이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린이’라는 대상, 소장품보다 ‘경험중심’인 기관 특성은 어린이뮤지엄을 사명감과 전문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칫 학교 같은 학습의 공간으로, 놀이공원이나 키즈카페처럼 오락을 위한 공간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한국에는 소장품을 가지지 않은 전형적인 어린이뮤지엄과 소장품을 가진 어린이뮤지엄도 존재한다. 

또 다른 오해는 우리나라에서 한때 어린이 대상 기관이나 전시회가 흥행보증수표처럼 인식되어 오히려 어린이 대상 뮤지엄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 가장 선두적이었고, 성공적이었던 두 사례를 보면, 어린이박물관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어린이대상 전시회의 대표격인 예술의전당의 ‘미술과 놀이’도 2013년 11년 차 긴 여정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어린이박물관은 서울상상나라로 변신했지만 결국 2014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어린이뮤지엄의 난제는, 어린이뮤지엄의 전문가라고 할 수있는 인력이 극히 드문 현실과 일반 뮤지엄보다 많은 설립비용과 운영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공간대비 2배의 운영인원 필요하고, 게다가 시설 및 안전 관리까지 까다로운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 기관은 설립 이전에 어떤 분야보다 충분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예술계에서 ‘어린이’라면 쉽게 생각하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한다. 

최근 어린이미술관에 대한 미술계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어린이미술관은 전체 어린이뮤지엄에 5-10% 비중을 차지하는데, 국제적으로 어린이뮤지엄 중에서도 현대미술 작품을 다루는 미술관은 매우 희소한 편이다. 해외의 경우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뮤지엄 내에 현대미술 전시공간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이에게 현대미술관을 소개하는 전문적이고 독립된 어린이미술관은 드물다.

‘다수의 영향력(Collective Impact)’이란 주제로 세계어린이박물관협회(이하 ACM)국제컨퍼런스가 지난 5월 4일부터 7일까지 미국 코네티컷에서 열렸다. 전 세계 200여 개의 어린이박물관과 20여 개 국에서 참여한 이 행사에서,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어린이미술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소중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전에 한국 사례를 발표했던 적이 있지만, ACM 초청으로 국내 기관이 초대된 것은 헬로우뮤지움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노워크액트(Norwalk Act)를 근간으로 ‘협업(Collaboration)’을 논의했는 데, 어린이미술관들이 모여서 작가와 협업하고, 어린이미술관을 상징하는 아티스트커미션워크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미술관과 아티스트는 어린이를 위해서 협업하고 공존하는 사례를 볼 수 있었는데, ACM2016에서 헬로우뮤지움은 뉴뮤지엄과 함께 아티스트와 미술관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로 선정되어 발표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 발표에서 한국작가 이재호, 오유경, 서혜영, 홍장오 작가와 헬로우뮤지움의 전시사례가 공개되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다중지능이론을 주창한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어린이뮤지엄이야말로 미래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환경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배우고 놀이할 수 있는 공간, 스스로 문제를 찾아서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어린이뮤지엄은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아티스트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어린이뮤지엄을 무대로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 김이삭(1974- ) 이화여대 동양화과 학사, 조지워싱턴대 미술관교육학 석사, 이화여대 시각디자인 박사 수료. 문화체육관광부 전시기획장관상 수상(2013). 김종영미술관 객원에듀케이터, 스미스소니언자연사박물관 한국관 보조연구원, 국립중앙박물관 교육연구사 역임. 현 헬로우뮤지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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