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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돌의 풍경 혹은 질문

이인

글이 있는 그림(119)
이인 / 한국화가


뚜벅뚜벅 팔랑팔랑 새털 같이 시간은 흘러간다. 순환, 막힘없이 물 흐르듯 고인 곳 없이 흘러갈 때 세상의 모든 것은 순조롭다. 동트기 전 새벽은 언제나 괴괴하다. 오늘도 난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미뤄두었던 <Stonescape> 돌 그림 한 점을 마무리했다. 그러면 화가에게 남는 것은 추억인가 행복인가.

최근 돌에 관한 자료가 필요해 발품 좀 팔았다. 전곡리 선사박물관. 그것은 시간여행이었다. 1978, 1979년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찾아낸 최초의 주먹도끼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주먹도끼는 깬 돌이다. 지구상의 인류가 처음 생존을 위해 만든 최고의 발명품(?). 그 모양새가 예술이다. 강 자갈을 단면 또는 양면을 쪼개 만든 석기는 몸통이 두툼하여 날카로움과 넉넉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무심함에 숨겨진 비범함이 어느 전시에서 본 김종영선생의 돌 조각과 닮아 있다. 최소한의 손길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 서있다.

서해 백령도 서북쪽 끝에 위치한 두무진. 가없는 세월동안 비바람에 깎이고 깎여 만들어진 주름진 바위결과 모양은 바다의 쪽빛과 만나 그 형태만을 구하고자 했던 나를 침묵하게 했다. 두무진에 몰아치는 바람은 소백산 자락 부석사 가는 길에 맞은 바람과는 냄새가 달랐다. 두무진의 한 무더기 검은 돌들을 바라보며 나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무덤이 없다. 생전 돌 모으기를 좋아했던 아버지는 북한산 자락 어느 돌무더기에 한 줌의 재가 되어 뿌려졌다. 아버지는 작은 돌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한 것일까. 그래서 온 곳으로 간 것일까. 벌써 20년 전 일이다.

한 해가 저문다.. 돌아보니 <Stonescape>연작과 함께한 한 해였다. 바람과 물결, 빛의 속살을 훔쳐내어 단단해진 돌은 다시 어떤 도형과 만나 덧없는 일상과 부조리한 삶. 희로애락 그 너머 세계에 대한 상상적 풍경을 만든다. 작위적이지 않고 검소하지만 강건한 조형적 질서로 “나는 누구 혹은 세상은 왜?” 라는 질문을 던진다.




- 이인(1959- ) 서울 생. 동국대 예술대학 졸업. 개인전 15회(가람화랑, 미술회관, 금호미술관, 샘터화랑 등),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OCI미술관,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외교통상부, 금호미술관, 거제문화회관, 미술은행, 국토개발연구원, 통영시, 포항공대학술문화관 등 작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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