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16)그림을 떠난 단상

김영미

글이 있는 그림(116)

김영미 / 서양화가

 

 

작업실은 고독하다. 느끼고, 생각하고, 그리고, 어떤 때는 설움이 북받치는 순간까지 감내하며 다양한 통로를 통해 얻어터진 삶의 날줄과 씨줄에 의해 엮어야 한다. 자신에게 관대한 긍정, 그리고 이내 부정의 연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시베리아 벌판같은 매서운 공간. 때로는 너무 기뻐 살고픈 공간. 이런 칼바람 부는 공간에서 늘 헤매기 일쑤다.

혹독한 삶의 생채기를 비비고픈 날이면 이내 인터넷에 들어가 저녁 늦은 시간에 상영하는 영화를 낚아챈다. 그러면 오랜 과거로부터 이어진 고통에서 빠져나와 구원으로 가는 심오한 통로가 준비된다. 아마도 영화란 나만의 그림의 우물에서 건져 올린 잠깐 비켜설 수 있는 판타지서 현장을 만들어주는 것으로는 최고다.
 
타인의 삶을 통한 내 자신의 성찰, 주인공이 되는 착각도 카타르시스적인 피안도 거기서 만난다. 가능한 모든 하루 일과가 끝나는 늦은 작업이 끝나고 모든 일상을 해체시키는 즐거움도 극장 안에서다. 백주에는 왠지 세상의 비릿함이나 시간에 대한 경배 때문에 일이 완전히 끝나는 늦은 밤 시간대 맨 끝자리 누구의 시선과 간섭이 필요 없는 나를 위한 쉼터를 마련한다.

그러면 나는 졸작의 키치와 대가의 자존심을 넘나들며 인생과 시각적인 종합예술인 향연에 빠져 내 스타일의 영화에 함몰돼 그토록 생전에 만날 수 없었던, 안드레아 줄랍스키, 조지 루카스, 구로자와 아키라, 네니 할린, 이안 뿐 아니라 페드로 알모도바르, 우디 앨런 같은 거장과 조우하고 다시 아르테미시아처럼 분장한 화가가 되는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그래서 영화는 만신창이가 된 육신과 영혼을 일깨워 다시 일어서게 하는 내 삶의 비타민이다.

 

 


- 김영미(1961- ) 전북 출생. 원광대, 홍익대 대학원 졸업. 서울, 독일, 미국 등 1991년부터 현재까지 14회의 개인전과 140여 회의 국내외 기획ㆍ단체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아트뱅크, 독일 Bonn대, 외교통상부 등 다수 공공기관에 작품 소장. 현재 한국외국어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