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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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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제주를 사랑하며...

곽정명

어느 날 젊은 연주자와 나이 든 연주자의 연주를 함께 듣게 되었다.

젊은 연주자의 생기와 재기 발랄함도 좋았지만, 노장의 연주에는 한마디로 여유와 깊이가 느껴졌다. 어느 인생의 여정에서나 맞닥뜨리게 되는 자연의 질서와 모순투성이의 사회 질서, 그것들을 겪어 내는 고통과 그로 인해 평생 안고 살아가는 상처들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관용관 겸허함,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참아낸 세월이 절절히 묻어나고 있었다.

하나의 악보를 보며 하는 연주건만, 눈과 머리와 손이 기능을 넘어 무생물인 악기의 소리까지도 바꾸어내는 인간 내면의 힘...






어느덧 제주 생활이 5년 째 접어들고 있다.

나이 50을 맞이하면서 생활 중심을 서울에서 제주로 옮긴 탓인지,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면서 갖게 되는 감성 탓인지,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공간으로 제주를 느끼곤 한다.

척박한 바위투성이의 땅들, 광활한 하늘, 나지막한 돌담만을 의지한 채 몰아치는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허허로이 있는 쑥대낭의 모습들에서 나는 그 때 노장 첼리스트의 연주 같은 겸허한 인고를 떠올리게 된다.

푸른 바다가 깊은 밤 속으로 빠져드는 이 때, 어느새 제주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나는, 그 동안 어떤 태도로 삶의 순간들을 선택했는지, 어떤 모습의 삶을 쌓아왔는지, 또 남은 생애는 어떻게 마무리해갈 것인지 가슴 저편에서 묻고 있는 나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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