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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Tool story

박주현

글이 있는 그림(106)


매일 시작 되는 하루에 오늘을 새긴다. 감성의 일기장에 일기 쓰듯 고(古)도구에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나 수필가들은 글이 소통의 도구이고, 화가들은 붓과 물감을 통해 캠퍼스에 감성을 표현하듯, 나는 조각가로서 망치나 끌, 톱, 대패 등을 통해 소통하려 한다.

노동의 도구의 부분인 자루 즉 잡이를 표현하였으며. 도구로써 역할을 마치거나. 부러진 망치, 낫, 호미 등을 통해 인간의 감성을 촉발시키는 작업에 기틀을 잡고 있다. 작품 제작에 있어 조각용 나무가 아닌 도구 자루로 사용되는 물뿌레 나무나, 참나무 계열이며 딱딱하고 여물어서 시중에 나와 있는 조각도로는 조각하기가 어려워 조각도를 직접 만들어 쓴다.
<작고 정교하게 조각하다 보니 부러질 수도 있고 긴장에 끈을 놓으면 생각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작업을 할 때는 숨소리도 죽이고 조각을 하게 된다. 작품 한 점 제작하는데 며칠이 걸리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작품 따라 다르다고 말하지만 나와 도구가 만나는 시점부터이다.

처음에는 내가 직접 사용했던 도구들을 주로 작업의 소재로 사용했다.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하고 조각을 배우기 위해 조각도를 사고 자루에 나를 알리는 표식이 작품의 초석이 아닌가 한다. 요즘은 작업에 쓰일 도구들을 구하기 위해 선후배 작업장에 가기도 하고 주변 공장들 고물상 그리고 지인분들이 작품 소재로 활용하라고 주기도 하신다. 그 도구를 사용해서 꿈을 창출한 사람들의 땀이 서린 이야기를 새겨 넣는다.





좁쌀에 만리장성을 조각하는 기술을 가졌다 하더라도 내 안에 나를 들여다보고 조각에 인간의 마음을 넣지 않는다면 예술이 아닌 한낱 손기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조각은 나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작품을 통해 나를 바라본다. 예술은 자유지만 그렇다고 책임도 지지 못하는 너도 나도 모르는 식의 작업은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손끝과 머리가 아니라 영혼을 움직일 수 있는 가슴으로 작업을 하고 싶다. 작품 <소년의 꿈>은 어느 여름날 밤하늘의 별을 따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소년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의 꿈을 이 망치자루 하나에 다 담을 수 없지만,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잃어버렸던 유년시절의 꿈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희망을 조각한다.


- 박주현(1975- ) 동아대 조각학과 졸업, 부산대학원 조소과 수료, <도구이야기> 시리즈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총 4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지역네트워크전 ‘비밀-오차의 범위 등 총 80여 회 단체전에 참여. 작품은 현재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과 부산 중앙공원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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