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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매끈하게, 반듯하게, 섬세하게

김상구

글이 있는 그림(105)

판화를 오래 하다 보니 그리는 일보다, 파는 일이 더 쉽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모양도, 마음가짐부터 일의 순서를 지켜 나가면 어느새 즐거운 마음으로 판이 완성되고, 찍을 준비에 들뜨게 마련이다. 여러 개의 판으로 된 다색 판화면 더욱이 완성작품이 궁금해지며 정신없이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수많은 기법 중에 목판화의 판각 기술이야 말로 내 경험으로 보면, 하면 할수록 잘 파는 일은 뻔하다. 조각도도 길이 들어 쓱쓱 가볍게 밀어 대면, 원하는 모양으로 파지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기술과 틀에 박힌 방법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매끈하게, 반듯하게, 섬세하게 말로 표현이 다 안되겠지만, 판에 그려놓은 모든 것을 똑같이 팔 수 있는 기술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와 꼭 비례하지 않는 것이 내 경험이다.
주변에 목판화를 하고자 하는 분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닳고 닳은 판각 솜씨보다, 초보자의 서투른 판각미가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먼 훗날 올 것이다- 하는 이야기다.





작업한 판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찍혀 나온 작품이 신통치 않으면 실패다. 판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리려고 한 소재가 신통지 않거나, 판각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제작 과정 속에 판과 찍는 기술, 재료의 선택 모두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요소임에, 폭 넓은 작업이 판화는 필수로 느껴진다. 틀에 박힌 기계와 같은 생활이 더 굳어지기 전에 당장 저 멀리 어디론가 여행하는 준비를 꿈꾸어 본다는 것이, 지금 나의 심정이다.

- 김상구(1945- ) 홍익대 미대 졸업. 목판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으며, 김내현화랑에서 운영하는 판화사랑방과 한국현대목판화협회 고문으로 판화 저변 확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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