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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왜, 미술이어야만 하는가?

정정수

글이 있는 그림(103)

한 달 전 세계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총감독을 의뢰 받았다. 화가인 내가 조경을 한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볼 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대지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기에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본다. 땅 위에 나무(수목)와 꽃(지피식물)을 물감처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치 조경(Landscape)공간을 풍경화(Landscape)를 그리듯이 연출해 낸다면 더없이 아름다운 공간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조경의 Landscape와 풍경의 Landscape는 같은 단어를 쓴다.
땅 위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많은 에스키스들로 스케치북을 가득 채우게 되는데,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그림처럼 만들어진 곳 중 하나가 ‘벽초지 수목원’으로 그 아름다운 결과물(처음보다는 조금 퇴색되었지만)들은 수많은 광고와 드라마 속에서 거듭나며 많은 사람들이 공유함은 물론, 사랑받고 있다. 이렇듯 미술적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는 정원 중 삼성래미안 금광아파트에 특화 조경으로 조성된 ‘초심원’은 2008 세계조경가대회(IFLA)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주민들의 자랑거리로 사랑을 받고 있다.

화가인 내가 설계하고 시공한 조경공간들이 호평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작품 속에 녹아있는 미술성이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어디나 획일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현장 상황에 조화롭게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을 예로 들어 보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 ‘슈퍼맨’, ‘스타워즈’ 등 각각의 영화가 가지는 환경에 맞게 때로는 잔잔하게 또 때로는 웅장하게 표현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이 깔려있는 음악들이 만들어지는 것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조경이나 환경조각 등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 환경에 어울림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문화의 다중성, 즉 다원예술(Interdisciplinary)을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는 미술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미술인들이 미술이라는 알을 깨고 나와 좀 더 많은 분야와 접목해서 자신의 또 다른 능력을 발견하여 미래의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 정정수(1953- ) 홍익대 및 동 대학원 졸업,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 및 운영위원과 한국 미협 정책연구소 소장 등 역임, 조경활동 병행, 전주기전대학에 예술조경과를 신설, 2008 세계 조경가 대회(인도) 최우수상, 2010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수상, 저서로는 『석고상의 신화와 역사』, 『인체드로잉 기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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