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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레지던시, 그리고 그 다음 작업실

신기운

글이 있는 그림(102)

작업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아마도 미술활동을 하는 한명의 작가로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작업실을 가지고 자신의 작품을 시작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어찌보면 작가들과 만남에서 그리고 다른 주변 분들과의 만남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 또한 작업실에 관한 이야기 이다. 그리고 작업실에 초대 되는 것과 방문하는 것은 전시장에서 보는 작품보다 더욱 더 긴장되는, 작품이 탄생하는 성스러운 공간속에 초대되는 것 같은 일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해진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란 것이 많이 활성화 되어있고 많은 작가들이 그 혜택을 받고 있다. 나 또한 그 혜택들 받았고, 분명 첫 출발을 하는 젊은 작가에게 불어 넣어준 자신감과 경험들은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되는, 어디에서도 배울수 없는 것들이였다. 당시 대학원 생이였던 나에게 레지던시는 작가로서 학교 밖으로 나갈수 있었던 자연스러운 단계를 밟을 수 있던 기회였다. 하지만 짧은 기간동안의 레지던시를 끝나고 난 뒤에 작업실을 현실적으로 직접 찾아야 하는 때가 돌아오니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부딛쳐야 하는 작업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 작가들에게 필요한 작업실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공짜를 표방하는 레지던시 만이 해답이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길어야 1년 혹은 2년의 기간이 지나면 다른 레지던시를 찾아 지원해서 이사를 하는 작가들을 많이 만날수 있다. 그렇게 몇몇 레지던시의 혜택을 더이상 받을수 없는 순간, 많은 작가들은 불안한 작업실공간, 예를 들면 자신들의 자금사정에 따라 어느 상가건물의 반지하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작가의 경우 지하를 면하게 되지만, 계약기간 1-2년 뒤에 일은 보장할수 없는 불안안 현실 속에 부유하게 된다.




작가에게 작품을 연구하고 만드는 시간으로 1년은 너무 짧다.

이곳 영국에서 경험 하는 작업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영국에서 대학원 유학이 끝날 무렵 작업실을 구했다. ASC라는 작업실 분양 기관이다. 런던에 있는 11곳의 빈건물이나 기능을 상실한 공간을 700여개의 작업실로 구조변경을 하고, 작가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을 하고 있다. 한동안 나도 내돈 내고 임대하는 것이 뭐 대단한 일 일까 생각했으나, 지금에 와서 이 작업실에 들어와 1년여를 지내고 생각해보니, 정작 필요한 것은 이런 시스탬이야말로 레지던시 제도 다음 필요한 것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레지던시와 비교해서 혜택을 더 많은 작가들이 볼수있고, 일정한 자기 부담을 지지만, 그 어느 곳 보다도 더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작업활동을 할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된것이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장점은 지하철 역과 가까운 런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한 가격의 작업실을 건물주인의 눈치볼 것없이 작업을 위한공간으로 사용할수 있다. 전기료와 기타관리비도 월비용에 고정으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계약기간은 5년이고 계속 연장도 가능하고, 첫 입주이후 3개월이 지나면 언제든 떠날수도 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예를 들면 해외 레지던시나 학업으로 작업실을 1년정도 비우더라도 이 기관의 매니저가 단기간 사용할 다른 작가를 찾아준다는 점이다. 결국 작가가 영구적으로 또는 잠시동안 사용할 수 있는 훌한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많은 작가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장점 또한 무시할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영국에 70개가 넘는 다양한 성격과 특징을 가진 미술스튜디오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관에서 레지던시를 뛰어넘는, 정말 많은 작가들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혜택을 받을수 있는 작가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공급되었으면 한다.

※ 참고
asc사이트 www.ascstudios.co.uk
The Artists’ Yearbook (2008/2009) <- 신기운(1976- ) 서울대 조각 전공, 영국 골드스미스대 미술대학원 졸업, 2005년 창동미술스튜디오 작가, 2007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2009년 뉴욕 뉴뮤지엄의 Younger than Jesus, 2010년 블룸버그 에이파운데이션의 뉴컨템퍼러리스 작가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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