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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한술의생각

추인엽

글이 있는 그림(94)

한술의생각

밤늦도록 가까운 작가들과 이야기가 길어져 늦은 아침을 맞는다. 계절이 바뀌는 시절이라 고질적인 알레르기에 재채기를 몇번 하고 이런저런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편다. 뜨거운 차를 몇 잔 마시면서 코로 숨쉬며 어제 그리던 그림을 들여다본다. 눈을뜨고 처음으로 보는 것이 그림이어야 작업의 연속성도 생기고 마음도 편해진다. 작업의 방향을 정하며 식사준비를한다.

아침에 식사를 해야장(腸)이 깨어나 몸의 움직임이 유연해진다. 작업실 한쪽에 기대어선 채 오래도록 끝내지 못한 그림들을 바라보며 수저를 든다.둘러보니 벌려놓고 마무리 짓지못한 그림들이 널려있다.




나이가 더 들면 예측가능한 결과에 시도조차 하지않는 작업이 많아지겠지만 떠오르는대로 시작해놓고 미루어 놓은 일들이 많은것을보니 아직은 젊다고 위로하며 국물을 한술뜬다. 작업도중에 세상과의 인연을 맺으러 나갔다온뒤 흐름이 끊어져 차일피일 미루어 둔 것들이다. 오늘은 저들 중 하나를 마무리지어 기분 좋은 밤을 맞이해야겠다. 이런저런 잡 생각에 입안에 감돌던 밥알이 목을 넘어간다. 본격적으로 물을 공부한지도 십년이 지나간다.

백운산을 감고 흐르는 동강의 제장마을 자갈밭에 누워 취기 어린 눈으로 들어온 무심한 강을 그린<흐르는강> 연작 드로잉으로 시작하여, 폭포와 강등물의 여러 형상을 바다와 병치시켜‘순환’의 대표적인 상징물로서 표현했다. 또한파도(波)의 형상을 통하여 조형적인 실험을거쳐 작년부터는 물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오아시스>연작으로 물속에 담긴 우주를 시도하고 있다. 물은 대지를 정화시켜 우주에 생명을 공급한다. <밥을 한 술 떠 국에말며 물로풀어낸 우주와인생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제 무게를 못 이겨 잎새 위를 구르는 아침이슬처럼 생각이차서 넘쳐흘러 좋은작업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새날을 시작한다 - 추인엽(1963 - )씨는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서양화전공 졸업, 국내외에서 많은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 미술대학 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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