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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그림 속에 나타난 금 이야기

서수영

금(金)이 발견된 이래 인류는 다양한 용도로 금을 사용해 왔다. 금은 고대부터 기축통화(基軸通貨)로서의 주된 기능 이외에도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동시에 장식적인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금은 은(銀)과 더불어 역사상, 그리고 현대에도 회화재료로 사용되어 온 특별한 금속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높은 반사율과 불변성 이외에도 일반 금속의 탄성한계 이상의 힘을 받아도 파괴되지 않고 늘어나는 연성(延性)과 두드리거나 압착하면 얇게 펴지는 전성(展性)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에 따라 고대로부터 회화 재료로 사용하는 여러 방법이 개발되어왔다.


서수영, 황실의 품위-문인의 서재, 2018, 도침장지 위에 금박, 석채, 400×200cm


회화에서 재료는 풍부하고 다양하다. 그 재료에는 이미 작가의 생각과 시각적 느낌이 어느 정도는 반영되어 있다. 현대의 다양한 사고와 느낌은 끊임없는 재료의 잠재적인 표현력을 요구하고 있고, 그것은 회화사를 통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금은 기원전 4,000년경부터 장식적 용도로 사용되었고 기원전 3,000년 전 남부 이라크 지방의 수메르 문명에서는 이미 오늘날의 형태와 매우 흡사한 다양한 금 장신구가 사용되었다. 금은 현재도 장식 용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수요만으로도 세계적으로 연간 대략 90톤의 금이 사용되고 있다.


서수영, 황실의 품위-대례(大禮), 2018, 도침장지 위에 금박, 석채, 400×200cm


이와 같은 회화재료로서의 금에 대한 관심에서 나의 작업을 시작하였다. 현대 문화는 ‘품위’있는 고급문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품위’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권위 있는 문화이고, 이 문화의 상징인 ‘왕실의 문화’는 장엄을 부각시키기 위해 ‘금(金)’의 사용을 수반하고 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술에서, 조선 시대의 왕실이나 황실과 같은 절대 권력층은 소재와 주제에서도 그 당시의 예술의 최정상에 있었다. 왕실의 복식과 기물 등, 일상생활용품에서 엿보이는 아름다움은 소재의 장식성, 사용하는 사람의 부(富)나 권력, 표현 기법의 세련됨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절대 권력층이 누리던 예술품은 그 당시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의 가치, 즉 시각적인 미의 원형(原形)을 지금도 그 형태 및 가치를 잘 보전하고 있다. 이는 예술의 내면적 초월보다 외면적 권위성을 추구한 궁중예술의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각적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소재와 주제의 선택은 그 예술품을 향유하는 집단이 추구하던 아름다움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서수영, 모란, 동백을 품다!-친구5, 2018, 도침장지 위에 금박, 석채, 163×132cm


이러한 측면에서 종교 내지 왕실과의 관계 속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된 금이라는 재료에 대한 고찰은 그 시대의 아름다움의 원형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술사에 나타난 그 당시의 아름다움을 현재에 재현하거나 새로운 잠재성을 발굴하고자 하려는 노력은 한국미(美)의 다양성이나 현대 한국화의 세계화를 위한 모색으로서의 한국화단에 앞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서수영(1972- ) 동덕여대 대학원 미술학 조형예술학 박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선정작가(2017), 용성문화제청년 미술인상, 제9회 모던아트쇼 대상, 영은미술관 입주작가(2014), 2013 문화예술지원사업 선정, 안견청년작가 대상, 최우수논문상, 커리어 리더상(2011), 문화예술지원금공모 우수창작 선정(2010) 등 수상,『 그림 속에 나타난 금 이야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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