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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작품이라는 창문

최송대

 

좌) 生氣-2016095, 2016, 장지 위에 분채, 석채, 22.5×25.5cm,

우) 삶의 모습, 생노병사-2013021, 2013, 장지 위에 분채, 석채, 162×390.9cm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예술은 아름답다. 그러나 진보하는 예술은 더 아름답다”라고 한 명언을 통해 조정래 작가가 빅토르 위고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 이유를 알 듯하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예술도 늘 변화하고 또 진보해야 한다.아름답고 더 훌륭한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해 예술가는 쉼 없이 고뇌하고 새로움에 도전하며 작품 앞에서 산고의 시간을 마다치 않는다. 필자가 좋아하는 스탄틴 브랑쿠시 (1876-1957)도 “내가 예술가임을 잊지 말며 용기를 잃지 말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성공할 것이다. 신처럼 창조하고 왕처럼 명령하고, 노예처럼 일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작업도 땀과 노동이 배어있는 절실한 작업이 아니면 관객과 소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작가에게서 들었다. 하루에 17시간씩 쉼 없이 작업했더니 하늘이 노크하더라고. 마침내는 하늘이 눈앞에 상(像)을 보여주더라고. 난 작업하면서 늘 이 말을 되새기곤 한다. 진정한 작가라면 붓이 마를 날 없이 꾸준하게 작업에 임해야 할 것이다. 예술가는 하루를 쉬면 나 자신이 알고, 이틀을 쉬면 평론가가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고 하지 않았는가!

작업하는 중에 내 마음의 창은 구체적인 현실을 넘어 언제나 이상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추상이야말로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폭넓은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대할 때 내용을 그대로 설명해 주는 것보다 거리를 두고 상호 간에 담고 있는 깊은 마음을 나누는 묘미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추상은 대체로 단순미를 지니고 있다. 필자는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 중에 없앨 수 있는 내용을 과감히 줄이고 단순한 구상 위에 같은 톤의 색을 수도 없이 덧칠한다. 그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감정의 색, 한가지의 단색은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느낌이고, 완성도를 높이고, 관객도 그 느낌을 같이 받아줄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작가는 작가마다의 진정한 색,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해야 한다고 본다. 관객이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은 작품 속에서 그 작가의 정신세계와 만나 소통하기 위함이고, 그 작가의 정신과 만나기 위해 작품을 대한다고 여겨진다.

작가의 정신은 그 작가의 마음이다. 작가의 마음, 정신을 바라볼 때 작가와 말 없는 소통이 이루어지고 작가가 의도하는 정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니 더욱 반가운 일이나 굳이 작가와 같이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감정과 정신으로 작품을 보고 느끼며 소통할 수 있고 작가는 그 작품에 최선을 다한 것이기에 그 작품을 멀리서 관객과 같은 자세로 바라볼 따름이다.

작가는 늘 자신만의 세계의 새로움에 도전하고 많은 이야기를 단순한 표현으로 나타낼 때 보는 이마다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작가와 관객은 기쁨, 슬픔, 아픔과 서로 소통하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함은 무한의 세계에 대한 상상을 넓힐 수 있게 한다. 그 작가의 정신세계에서 관객은 자신을 발견하며 무한의 세계로 감정이 이입되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작품은 20초 예술이라고 말한 이들도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인간과의 관계에선 상대방의 첫인상을 느끼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초라고도 했으니, 그나마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은 좀 더긴 것일까? 40-50년 이상의 화력으로 그린 작품이 단 몇 초 만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니 작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객은 가히 인색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나마 관객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마음, 정신과 만날 수 있고, 더하여 그 이후의 오랜 시간을 긴 여운으로 채우게 된다면 작가의 책임도 크겠지만, 또 보람도 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마도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작품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과 얘기하며 함께 공유하고자 이 순간도 열정으로 작업에 임하는지도 모른다.


- 최송대(1944- ) 홍익대 미술학부 동양화과 졸업. 제16회, 제2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개인전 28회, 단체전 330여 회 및 국·내외 아트페어 참가. 현재 서초미술협회 고문 및 춘추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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