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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전시 오프닝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들

뮌(김민선+최문선)


Artsolaris.org

우리는 우리의 작업이 전시된 전시의 오프닝에 잘 가지 않는다. 뮌의 두 사람이 처음 같이 미술 작업을 시작한 2001년,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모든 전시의 오프닝은 뭐랄까… 전시의 주인공이 사람인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 몇 년 혹은 오랫동안에 우리의 뇌와 손을 통해서 구조된 작품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지만,전시 오프닝이라는 시간은, 그 작품들 앞에 작가로서의 위치하여야 하는 것이 늘 힘들고 부담스럽다. 물론 안 그런 작가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오랜 작업에도 불구하고, 솔라리스 조사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수년간의 노력이 쓸모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솔라리스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산더미처럼 많은 개별적 사실들뿐이고, 거기에서 어떤 관념적 틀을 쥐어 짜낼 수는 없을 것 같군요.” - Andrei TARKOVSKY, <Solaris>(1972)

처음 영화 <Solaris>를 보고 스타니스와프 렘의 원작을 읽은 후, 사람의 마음과 상상을 변화시키는 그 ‘바다’라는 존재를 상상한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한 적이 있다. 15년간의 짧지 않은 미술계에서의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미술계가 솔라리스의 바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초에 ‘아트솔라리스(Artsolaris.org)’라는 웹페이지 작업을 오픈했다. 미술계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생각은 2009년 말에 처음하였고, 2015년 봄,여름 기획 과정을 거쳐서, 좀 더 준비할 것도 보완할 것도 많이 있는 상황이었는데, 일민미술관에서 누군가가 비슷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기에 급하게 서둘러서 먼저 1월에 오픈했다. 

그쪽 작업이 오픈되고 보니, 별로 비슷한 작업도 아니었다. 어쨌건 아트솔라리스는 지금도 꾸준히 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해서 여전히 살아있는 우주로 존재하고 있다. 혹시 데이터 수집에 흥미를 잃지 않아서 앞으로 한 10년쯤 우리가 업데이트하고, 또 다른 흥미 있는 사람들이 이어받아서 지속하면, 변해가는 미술계의 바다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미술인과 그들이 지난 수년간 고생하여 만든 전시 데이터로 우주 지도를 만들 생각을 했을 때, 안드로메다 은하처럼 다양한 소은하들이 모여서 다양한 빛을 발하는 멋지고 아름다운 우주를 만들고 싶었다. 어쨌거나, 미술계에서 공공과 관련된 전시와 인물들은 아트솔라리스 안에서 우주로 날아갔다. 가서 큰 별도 되고, 작은 별도 되고, 정처 없이 떠도는 행성으로 표현도 됐다. 전시 오프닝에서 이미 만났거나, 아직 만나 뵙지 못한 수 많은 작가 분들과 기획자, 이론가, 그 외 수많은 미술 관계자분들은 아트솔라리스 안에서 큰 별, 작은 별이 되어서 잘 지내고 계신다. 혹은 커가고 계신다. 또는 축소되실 수도 있겠다.

‘ㅇㅇ식구(食口)들’에게 감사드린다
최근 어떤 작가는 나라에서 주는 미술상을 받고 ‘ㅇㅇ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남기던데, 역시 식구가 없는 건 외롭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서 식구 같은 친구들을 미술계에서 만들 수 있다니, 부럽기 그지없다. 모든 사람의 모임은 그 내부의 결속력과 비례하여 그만큼의 배타적 폐쇄성을 가지게 된다. 처음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모임들은 여러 긍정적인 이유와 발전적인 역할들을 수행하였을 것이지만, 국내의 미술계와 같이 그리 넓지 않은 바다에서는 종국에 그러한 모임은 단단한 폐쇄성을 미술계 바다에 전파할 뿐일 것이다. 

요즘은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 더 나아가 정치, 경제계까지 온통 폐쇄성 짙은 라인들의 문제들로 시끄러울 따름이다. 그 폐쇄적인 모임들이 만들어 내는 미술계에서의 작업과 전시들이,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든, 사회의 아픔에 관한 것이든, 여성에 관한 것이든, 샤먼에 관한 것이든, 사회를 바라본 것에 관한 작업이든 아니면 세상과 인류의 미래에 관한 것이든, 그것이 “굳은 것”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것도 굳은 것이고, 굳을 것이다.16년간 그렇게 돈독한 식구 없이 가라앉지 않고 여전히 물 위에 떠있는 우리가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가라앉지 않았다. 간혹 여기가 바다인지, 강인지, 실내수영장인지 분간이 안 되긴 했었지만.


- (Mioon) 최문선·김민선. 뒤셀도르프 미술대학, 쾰른 미디어예술대학(KHM) 졸업. ‘Oh, My Public’(파라다이스ZIP 개인전, 2016), ‘기억극장’(코리아나미술관 개인전, 2014), 송은미술대상 대상(2009), 젊은 미디어 예술가상(NRW주정부, 독일, 2005)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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