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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곡예사의 외줄타기

유목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정의해 보고자 할 때면 나는 늘 먼저 나 자신을 불안정한 방랑자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나는 도시 출신이다. 어렸을 때 도시 외곽에서 살았는데 이런 경험이 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런 목격자도 없는 비밀의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혼자 보냈고, 그로 인해 불안해진 감정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켜야 했다. 그 가운데 겪은 변화들 탓인지, 도시로 다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내가 변했다고 말했다. 내가 바라보는 시각이 도시와 외곽의 경계에서 언제나 갈등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내가 도시 외곽,변두리를 좋아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후로도 나는 도시와 자연, 안과밖,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방랑자였다. 매일의 삶에서 만난 사람들과 경험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사실 아직 지속 중이다. 집들과 건물들 그 사이사이 즐비했던 골목과 골목에서 들려오는 장사치들의 고함, 친구들의 부르짖음,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함성, 이렇게 나를 둘러싼 따뜻한 공기와 자유에 대한 아름다운 느낌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너무나 섬세해서 잡아내기 힘든 그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늘 같은 풍경의 연속에도 그런 날들은 적어도 내겐 즐거움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루하다 생각했던 당시의 경험들이 지금의 기분을 가져다 준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진지하게 골목골목을 헤매며 진지하게 공부를 못했으며, 진지하게 산수에서 나오는 분수와 가분수를 계산 못 했던 그때의 소년기 시절 말이다.

하지만 사진 속 주인공과 사물들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은 그저 다수의 불명확한 존재들이다. 장소, 텅 빈 풍경,실내, 방,음식 등 평범한 일상의 나열은 마치 구체적인 읽을 요소를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에게는 구체적이지 않은 하나의 덩어리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개인과 일상, 나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늘 경계에 있었다. 화려하거나 장식적이지도 않고, 결정적인 순간도 아니었지만, 나의 공기에 기대어 구축되고 나의 일상을 통한 시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놀랄만큼 무한한 자유를 보여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싶었으며, 그것은 때로는 차분히 가라앉은 심리에 옅게 물들어 있을 수도 있다 생각했다.

이렇게 나는 늘 이곳저곳을 떠돌며,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외로운 이들을 달래며, 사실은 인연이 아닐 수도 있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일상들을 구축하고 수집하
고 있다. 과거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여 실제 혹은 허구적인 내러티브를 만들던 것과는 달리 사고의 장이 열리게 되는 특별한 장소(공간)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나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보고 있다. 나는 이런 일상을 통한 바라봄이 좋은데, 이것은 표면적으로 확인되는 관계 맺음은 아니다. 나에게 이것은 특별한 거리 두기이다. 나의 작업적 태도는 어린 시절 방황에서부터 시작이었
던 것 같다. 또 누구를 만나 어떠한 일을 벌이게 될지 지금도 나는 흥분된다.


- 유목연(1978- ) 중앙대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순수사진 전공 졸업. 2014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수상. ‘자연도감_나뭇가지를 세우는 사람’(두산갤러리, 2016),‘모험도감’(프로젝트사루비아다방, 2015) 개인전, ‘그 다음 몸’(소마미술관, 2016)외 단체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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