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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뿌리들의 일어섬

이이남



이이남, 김홍도 묵죽도 2013, LED TV 6min 9sec.



고독한 화가이며 불운한 천재였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후대에 남긴 명성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20대 후반부터 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10여 년간 900여 점의 페인팅을 포함해 총 2,000여 점의 작품을 창작해 낼 정도로 천재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런데 현재의 유명세와 달리 그는 생전에 화가로서 인지도가 퍽 낮았던 모양이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재료값 이상으로 받아 팔아보는 것이 목표였으니 말이다.

필자 역시 고흐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분명 ‘하고 싶은’ 예술을 하고는 있었으나 나의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절망하던 시기였다. 사실 대중의 관심이 예술 활동과 창작에 큰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와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적다는 것은 작가를 이내 좌절로 이끌고 만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대타로 참여한 2007뉴욕아트페어에서 필자는 처음 작품을 판매하게 되면서 작품세계와 창작의 근원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얻게 되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자신을 답보(踏步)하는 예술이 아닌,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된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예술을 통해 대중과 교감하는, 보다 좋은 작품 활동을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던 필자는 그 창작의 근원을 ‘뿌리’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고 위대한 일이지만 ‘이미 있는 것’ 또는 ‘스스로 가진 것’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배워서 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있는 것에 새로운 재미를 더하는 것은 그만큼 신명 나는 일이었다.


창작활동을 위해 가장 먼저 ‘나’를 돌아보는 데 소환(?)된 것은 바로 고향과 어릴 적의 기억이었다. 필자가 나고 자란 전남 담양군 봉산면은 광주에서도 10여 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과거에는 1시간이 넘게 걸리던 시골 마을로, 어린 시절 자주 볼 수 있던 것은 무성하기만 한 대나무밭이었다. 

바람이 지나는 푸르른 소리까지 듣게 해주었던 그 대나무밭의 풍경은 그대로 내내 마음에 담겨 있었고 창작의 고심이 이어질 때 초등학교 시절 내내 떠나본 적 없던 고향풍경은 상상력을 더해 작품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한 고민이 통한 것이었을까. 지난 2006년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에서 선보인 김홍도의 <묵죽도>의 재해석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작품 앞에 수 분간 서 있게 하는 효과를 보여줬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진 여러 작품에서도 ‘뿌리’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이어가고 있고 그 고민을 교감하는 이들의 예술적 반응은 참 감사하게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독일을 방문했을 당시 만났던 철학자는 전시 중인 작품을 감상하고 창작에 대한 필자의 이런 생각을 듣고는 개인전의 타이틀을 ‘뿌리들의 일어섬(The Rising of the Roots)’이라고 명명해 주었다. 결국, 창작이라는 것은 새로움에서 탄생하지만 그 밑바탕에 뿌리가 있다는 창작자의 의견에 공감해 준 것이다.

어떤 이는 혼자 즐기는 고독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어떤 이는 낯선 것을 마주하며 그 안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삶과 그들의 기질을 통해 얻는 창작의 근원, 작가 이이남의 그것은 바로 뿌리에 있다. 뿌리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로 인한 상상력과 표현을 많은 이들이 작품으로 만나 교감하고 소통해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 이이남(1969- ) 조선대 미술대학 조소학과 졸업,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예술학 박사과정 수료. 광주시립미술관 올해의 청년 작가상(2005), 대한민국 올해의 청년작가상(2009), 선 미술상(2010) 수상.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예술감독(2013), 동아시아문화도시 영상감독(2014), 광주유니버시아드 미술총감독(2015) 역임. 개인전 35회, 그룹전 800여 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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