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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색채는 빛의 고통이라는 괴테의 말처럼

정일

선물, 2015, oil on canvas, 162×130cm



선물, 2015, oil on canvas, 73×61cm


색채는 빛의 고통이라는 괴테의 말처럼 색채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것들은 고통의 시련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아름다운 것 중에서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것들은 어느 누군가에도 속하지 않은 것들인 것 같다. 시간, 바람, 햇빛처럼….
그 중 빛에 의해 만들어진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 한다. 산토리니는 영화장면 그대로 펼쳐진 동화 속의 마을처럼 신비하고, 로맨틱한 꿈속의 섬 그 자체였다. 처음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지 않은 것은 내 마음속에 간직해온 동화 속 마을처럼 평온하고, 낭만적이고 친절한 에게 해 사람들의 다정다감함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눈 부신 태양의 빛 아래 신들도 반한다는 새파란 에게 해, 눈앞에 푸른 빛깔 속의 산토리니가 물 위에 떠 있는 초승달처럼 펼쳐졌다. 태양은 어디서나 빛나지만, 산토리니는 햇빛에 그대로 씻긴 백색과 푸른 바다색으로 물들인 코발트블루…. 그 푸른 빛이 바람과 함께 아침 침실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소리에 창문을 여니 바닷냄새와 푸른색의 알갱이들이 바람 속에 잔뜩 녹아 있다가 나를 편안하게 안아 주는 듯했다. 맑은 공기의 향기, 바람의 날갯짓.

아! 산토리니 - 더없는 역사의 오래된 도시의 향기,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 속에 코발트블루빛 하늘과 하얀 집들은 바다 위에 있는 거대한 하얀 등대와 같았다. 
낮과 이별하는 이아(Oia)마을의 노을은 이 세상에서 보기 어려운 장엄하고 로맨틱한 장관인 것 같다. 머리카락,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노을의 빛은 사방으로 나를 감싸안고 다시 손톱, 그리고 마음속까지 깊이 물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여행 속에서 기억하고픈 기쁜 이야기와 버리고 싶은 슬픈 이야기들이 노을 속의 ‘빛’ 방울처럼 저마다 바라보는 이의 가슴 속에 새겨진다. 노을에 물드는 에게 해의 푸른 바다는 저마다 이야기의 비밀을 간직하듯, 그리스신화 판도라의 상자가 저 에게 해의 노을처럼 비밀스런 미소로 답하는 듯했다. <중략>

가을이 문득 나의 뺨에 와있다. 파란빛 하늘을 올려다보니 지난해 눈부시고 이글거리는 태양의 일광 속에서…. 태양의 그림자와 같이 다녔던 동화 속 산토리니가 생각이 난다. 『그리스 인 조르바』 속에 낙천적인 조르바가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이 복이 있다.”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 당시 산토리니에 같이 머물렀던 모두는 빛이 준 아름다운 색채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가진 사람들임이 틀림없을 것 같다. 산토리니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리고 부서지는 아침 햇살부터 노을이 물든 저녁까지 오감으로 느꼈던 즐거웠던 이야기들이, 나를 홀로 미소 짓게 한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가 보고 해석한 만큼 살아간다고들 한다. “별이 아름다운 이유는 태양이 숨어있기 때문이다.”라는 어린 왕자의 말은 저 멀리서 온 빛의 고통으로부터 탄생한 아름다움처럼 단순한 사전적 정의에 담긴 삶의 만족보다는 일상의 그 반대편에 서서 아름다운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늘 후회스럽고 안타까워만 했던 기억들 속에서 흩어지고 버리려 했던 추억의 조각들을 다시 모아보련다.


- 정일(1958- ) 홍익대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파리에서 작품활동(1992-97). 현 경인교대 미술교육과 교수. 개인전 30여 회(서울, 독일, 파리, 스톡홀름 등) 및 쾰른아트페어(쾰른, 독일), 산토리니를 추억하며(산토리니서울, 서울), KIAF(코엑스, 서울), 한불스타작가전(한국경제일보갤러리) 등 400여 회 단체전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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