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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모놀로그 : 파리지옥

홍경택

손은 화가나 조각가에겐 가장 중요한 신체도구이면서 그 자체로 표현력이 풍부하다. 손이 가지고 있는 조형적 아름다움과 표정을 작품화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 꿈 사이의 공통점 때문이었다. 

내가 한창 지치고 힘들었을 때 거대한 발에 기대어 쉬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 존재의 모습은 온통 안개로 뒤덮여 있었지만 결코 두렵거나 하지 않았고 오히려 꿈속에서나마 위안을 얻고 휴식을 취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모가 자욱한 안개 속에서 거대한 손을 본 후 수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두 꿈 사이는 손과 발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거대한 존재에 대한 경외와 물음이라는 공통된 분모가 존재한다. 손오공이 부처의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보이지 않는 손으로 표현하듯, 절대적이고 거대한 존재는 그 모습을 온전히 보이지 않은 채 어떤 일부만 현신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내가 손으로 표현하는 존재는 신성과 악마성, 인간성을 모두 포함하는 신이다.
땀흘려 일하는 누군가의 땀방울을 씻어주는 한줄기 바람이기도하며 커다란 광풍과 쓰나미로 모든 것을 앗아가는 존재이기도하다. 사랑하며, 질투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변덕도 부린다. 아무도 신이 어떤지 모른다. 신의 뜻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누군가는 오늘도 시험에 들 것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의 자비를 구하는 일 뿐이다. 

p.s 수화가 세계 공통이 아니라는 건 유감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세계의 청각장애인들은 공통된 수화를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들도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듯이 다른 수화를 익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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