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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두툼함

정현

이런 친구가 있다. 교수자리 내놓고 저녁에는 아이와 바깥 분(아내)을 위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골몰하며, 시장보고 밥상 차리고 어떤 곳에 젓가락이 많이 가는지를 살피고 피곤한 부인이 입맛 없어하면 걱정하는 전업주부이다.
그 친구와 가끔 만나는 곳은 두 사람의 중간쯤인 구로 구청 근처의 중국집이다. 보통 “전통 중국요리”라고 하는 곳은 우리가 가는 식당에서 얘기하기로는 한국화 된 중국요리란다. 하긴 중국인이 어디를 가든 그 나라 스타일에 잘 맞추니까. 그 식당은 우리 나라로 보면 간이식당이나 백반집 정도의 수준이다. 오는 손님들과 음식점 주인, 주방장 모두 조선족이다. 우리가 들어가면 이상한 눈으로 곤란하다는 듯이 “짜장면 안 해요”하니까. 이런 토박이 중국음식 먹기는 가벼운 주머니로도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주로 음식 얘기 많이 하고 T.V에서 동남아, 중국 음식프로 보고 나면 음식 때문에 여행해 보고 싶다고, 할 일 없는 사람들처럼 낄낄거리며 놀았는데 드디어 중국 갈 기회가 생겼다.




<그곳에서 많은 작가들의 작업실을 둘러보며 동시대 미술에서도 구미작가의 작품을 보면 저런 생각을 하며 사는구나 하며 흘리던 것이, 왜 중국 사람들이 하면 흘려지기보다 생각이 멈춰지는 것일까? 대부분 서슴없고, 자신만만해 하는 모습들이었다. 어쨌든 매끼마다 음식점에서 예민하게 관찰하고, 맛보고, 느끼고, 누렸다. 그리 크지 않은 식당인데도 메뉴판에는 100가지가 넘는 음식 종류가 적혀있었다. 무엇이든 주문만 하면 다 할 수 있단다. 그 중국음식의 다양함과 두툼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나라든 지방이든 도시든 그 지역의 특성이 있는 땅에서 그 특성이 살아 있는 음식이 사라지면 오버일지 모르지만 모두 잃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음식은 문화이자 정신이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격변기의 현대미술이 왕성함에도 그들의 정신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서구의 패스트푸드가 밀려와도 그들의 길고 다양한 역사의 깊이 만큼이나 두툼한 음식의 문화가 살아 있다는데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은 9월에 제1회 베이징국제비엔날레를 전략적으로 개최하며 세계 현대미술 속으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정현│조각가, 홍익대 겸임교수

- 정현(47세)씨는 5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변형된 힘있는 인체를 즐겨 다루며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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