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28)프레임의 묘수

이호철

The Song of spring, 1990, Acrylic on canvas, 116×82cm




아담과 이브는 실낙원 이후에 악천후 속에서 생존을 위해 집 짓는 일을 먼저 했으리라. 비록 엉성하게 지어졌다 하더라도, 집은 규모가 작아진 실낙원에의 회귀랄 수 있다. 이같이 아이러니하게 인류가 희망을 지향할 수 있게 되었다. 수세기에 걸쳐 변모해 온 집은 이제 생존을 넘어 화장하기 시작된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도시는, 서울은 이미 6백 년이 되었고 그동안 재개발이다. 뉴타운이다, 친환경이다, 전통보존이다, 허다한 슬로건 아래서 멋대로 뜯기고, 잘리고, 덧칠 당하고 있지만 땅은 하늘의 변덕에도 말없이 받아들였듯이 유유히 생동하게 유지되고 있다.


요새 오래된 집, 건물을 철거 대신 리뉴얼(Renewal)을 한참하고 있다. 이 속에서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바로 프레임(Frame)의 묘수(妙手, A Capital Move)이다. 1990년 첫 개인전에서 으레 전통적인 사각형 캔버스의 가장자리에 낯설고 이질적인 프레임의 중복으로 틀을 만들어(17줄의 바둑판이 아니라 19줄의 바둑판으로) 덧붙여 조형화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그때만 해도 프레임에 대한 인식도 전무하고, 이질적으로 내비쳤을 뿐이었다. 전쟁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승리를 지향한다. 병법의 핵심은 바로 묘수이다. 묘수는 바로 승리로 이끈다. 전쟁이 사라진 지금, 현대는 오히려 묘수가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다. 최소한 예산과 극적은 효과는 상반되지만, 동시에 성취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프레임이 바로 묘수가 될 수 있음은, 도처에서 확인하고 있는 작금이다. 오래된 건물뿐만 아니라 벽이나 신축건물에서도 곳곳에 프레임을 덧붙여 극적으로 반전시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일이 허다하다. 22년 전에 내가 시도했던 프레임이 지금 이 순간에도 도처에서 보게 되는 감정은 여전히 묘하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