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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고인돌에서 발굴한 유토피아

임근우

글이 있는 그림(125)
임근우 / 강원대 교수



Cosmos-고고학적 기상도, 2013, Acrylic on canvas, 30F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 20km가 넘는 거리에 지석묘가 있었다. 고무신을 신고 고인돌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곤 했는데, 그 속에 들어가 누워보기도 하고 개석(蓋石) 위에 올라가 엎드려 보기도 하고 옆을 보듬어 끌어안기도 하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5천년 전 이 땅에 숨 쉬었던 선사시대 인류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종일 고대 인류와 대화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종이에 크레용으로 선사시대 인류의 손길이 묻어난 고인돌의 질감을 표현하곤 했다. 문득, ‘내가 존재하기 전의 시간과 공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해 끈질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존재하는 답들은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후 성장하여 미술대학 시절의 나는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던 어느 날, 방문을 꼭 걸어 닫은 후 벽 한 면 가득히 흰 모조지를 붙이고,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사소하지만 부끄러워 일기장에조차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깨알같이 써 내려간 것이다. 

어느새 흰 종이는 검게 변했고 진짜 ‘임근우’만 남게 되었다. 그 안에는 어린 시절에 품은 의문과 미래에 대한 유토피아가 들어 있었다. 우주의 무한 가능한 공간을 동경하였고, 그토록 궁금해 했던 과거의 수수께끼가 고고학으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70년대 TV기상뉴스에서 김동완 통보관이 매직펜으로 삐뚤삐뚤 그리던 내일의 날씨 기상도가 미래를 알려주는 과학적인 ‘미래예측도’였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지금 그리고 있는 ‘Cosmos-고고학적 기상도’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요즘 나의 그림은 도원경(桃源境) 속에 푹 빠져 있다. 복숭아꽃을 머리에 피운 <말+젖소+기린>의 이상형동물이 고고학적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부유하며 꿈꾸는 ‘이 시대의 행복기상도’이다. 그래서인지 유토피아 기상도를 그리는 나는 절로 신이 난다. 배달민족(?)답게 심산유곡(深山幽谷) 어디든 복숭아꽃 배달이 가능하다. 그것을 모두에게 배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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