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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가족과 함께한 미술사랑의 길, 박호길 소장가

김달진


박호길 소장가 ⓒ 촬영: 김종근 2021.1


감옥에 갇힌 것 같던 일상의 해방구는 인사동에서 만났던 미술작품이었다. 운보 김기창의 <청록산수> 속 뱃사공이 나인가 하며 견뎠다. 그렇게 시작된 미술 사랑의 길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일터에 갤러리를 만들었고 양평에 문화복합 레저공간을 만들었다. 의술과 미술의 투 트랙 여정을 달려온 박호길 소장가를 만나보았다.


Q. 혜정병원에서 근무하던 70년대의 인사동은 어떠했는지?

A. 농촌에서 자라면서 고등학교 시절 좋은 의사가 되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전문의를 취득한 후 혜정병원에서 3년간 근무하며 오고 가던 인사동 거리에서의 미술 관람은 공부에만 매진하던 내게 잠재해 있던 문화에 대한 향수와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978년 말 내과 개원의로 첫발을 들여놓은 이후에도 여러 전시회를 부지런히 순례하며 발로 뛰는 체험적 미술 공부를 시작하게 된 밑거름이다. 그렇게 나는 미술 애호가에서 수집가로 진화해 나갈 수 있었다.


Q. 남한강변의 복합레저공간 닥터박갤러리에 대하여 

A. 의사로서의 생활에 있어 삶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성장은 소장미술품을 통해 자산증식뿐만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의 확산에도 소중한 몫을 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소중한 것을 나눌수록 공동체를 아름답고 풍족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2001년 3월 양평 남한강변에 닥터박갤러리를 착공하여 2006년 6월 개관하게 되었다. 환자의 신체에 있는 병증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전통적인 의사 상에서 그 범주를 확장하여 아름다움과 문화를 통해 그 마음까지 회복시키는 의사로 영역을 확장하는 변화에 도전했다.


Q. 양평 닥터박갤러리를 설계한 승효상 건축가와의 인연은?

A. 건축은 어느 건축가를 선택하느냐가 핵심이다. ‘빈자(貧者)의 미학’, ‘풍경으로서의 건축’이라는 철학이 합당하다고 생각
되어 승효상 건축가에게 직접 연락하여 남한강변에 세워질 갤러리의 설계를 의뢰하였다. ‘가난할 줄 아는 사람들의 미학’, ‘편리한 집이 좋은 집이 아니라 반기능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불편한 집을 좋은 집’이라고 말하는 승효상은 우리나라 한국 현대 건축사의 거장인 김수근 건축가의 수제자라 할 수 있다.


Q. 프랑스 근대조각의 거장 브루델, 베트남 국민화가 부이쑤언파이 작품 등 다양하게 소장했지만 그중에서도 손꼽는 손동진 화백의 작품에서 느낀 특별한 애착은 어떤 것인가?

A. 손동진은 한국 현대미술의 1세대 선구자에 해당하는 재불화가이다. 일본 국립동경미술대학과 미술대학원, 프랑스 국립파리미술대학 졸업 후 파리 루브르관미술연구실 프레스코 연구를 모두 졸업한 최초의 한국인이자 1978년 프랑스 예술원 명예회원이 된 작가다. 하지만 이러한 선각자적인 모더니스트가 한국현대미술사에서 후학의 징검다리로 충분히 조명받고 있지 않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한국전통의 현대적 계승, 미의식의 세계적 보편성에 도달한 손동진 화업은 지금보다 더 조명받아야 한다고 본다.


Q. ‘운선홀’에 붙인 부인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작품에 대한 애정

A. 남한강변 갤러리 건축이 완공단계에 접어들고 개관일이 정해질 때쯤 고려했던 이름은 부부의 이름에서 가운데 글자를 딴 호운(晧雲)갤러리였다. 하지만 간판 제작이 들어가기 직전 아내는 환자 개인을 치료하는 의사에서 미술을 통해 사회적 차원의 새로운 의사상으로 변화했다는 상징적 의미로서 후배의사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는 닥터박갤러리를 추천했다. 개관식에서 갤러리 이름이 바뀌게 된 이 일화를 소개하며 1층에 소재한 아름답게 꾸며진 다목적 문화 공간을 아내의 이름을 딴 ‘운선홀’로 명명할 때 내빈들, 특히 여성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와 찬사를 받았던 것이 평생에 남을 기억이다.



- 박호길(1941- ) 연세대 대학원 의학박사. 반포라이온스클럽 회장(1989), 한양기독실업인회 회장(1999) 등 역임. 강남 박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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