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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부산 정체성의 초석이 될 아카이브에 주목하는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

김달진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


아카이브는 특히나 민간에선 감당하기 어려워서 공공에서 감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내가 만난 미술인’ 연재는 평생 모은 자료를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이용길 씨(서울아트가이드 2007년 5월호) 인터뷰로 시작되었고, 김영순 전 관장 때 미술관에 첫 아키비스트 채용을 소개한 바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장으로 부임하며 미술관의 체질개선을 위한 리노베이션과 소통의 강화를 위한 스마트 미술관 구축, 그리고 부산의 정체성을 반영한 미술관의 아이덴티티 강화 등 굵직한 임무를 환기시켜준 부산시립미술관 기혜경 관장을 만나 보았다.


Q. 한국미술의 큰 맥락 속에서 부산미술은 어떻게 부각될 수 있을까요?

A.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추상적인 이야기보다는 미술관의 역할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싶다. 2020년 부산시립미술관은 부산의 60-70년대 미술을 추상과 실험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미술사적으로 정리한 “끝없는 시작”을 개최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전공한 나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한국미술사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미술사였다는 점이다. 이는 부산을 비롯한 각 지역의 미술활동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지역 미술관들의 역할이 불충분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너무도 빠르게 서구의 여러 사조를 받아들이기를 반복해온 우리 미술사가 노정할 수 밖에 없었던 문제라고 생각한다. 긴 세월 동안 누적된 이러한 문제를 하루 아침에 개선할 수는 없어 보인다. 단지 부산시립미술관은 올해 기획한 60-70년대 부산미술전시처럼 내년의 경우는 80년대 부산의 형상미술을 조명하는 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부산의 좋은 작가와 미술의 흐름을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부산다운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말씀 드릴 수 있다. 이러한 행보가 누적되다 보면 부산미술의 특징과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 기대한다.  
 

Q. 김홍석을 비롯한 주목하고 계신 부산 작가를 더 알려주세요.

A. 2020년 부산의 60-70년대를 살피며 새롭게 살피게 된 많은 작가분들이 계시다. 김원, 김정명, 김청정, 김홍석 등이 그분들이시다. 부산미술의 흐름은 큰 틀에서는 한국미술의 흐름과 같이 하지만 화단의 구성이나 경향 등에서는 차이를 드러내는데, 아주 도식적으로 한국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박서보 선생의 작업과정을 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성립된다면, 부산의 경우는 김원 선생의 작업을 살피라는 말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박서보와 김원의 공통점과 차이 만큼이나 부산의 미술은 한국 미술사 속에 위치하면서도 그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김정명, 김청정과 같은 작가들은 요즈음 학계와 미술계가 동시대 미술의 뿌리찾기 작업의 일환으로 주목하고 있는 우리나라 실험미술을 다층화 하며 결과 두께를 강하게 해줄 작가들이라 할 수 있고, 김홍석의 경우는 단색화와 조형적 미학적 측면에서 결부되며 그 결과물로서의 작품이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조명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는 작가이다. 
 

Q. 부산작가 아카이브센터가 설립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요?

A. 부산시립미술관에 미술자료가 축적된 계기는 2007년 이용길 선생이 본인이 소장하고 계시던 5만여점의 자료를 기증하면서부터이다. 하지만, 2020년까지도 아직 디지털화는 물론 목록화작업 조차도 완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60-70년대 전시를 개최하며 미술아카이브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다행히도 미술자료의 디지털화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게 되어 현재는 프로그램밍을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는데, 향후 미술관의 소장품과 미술자료, 도서자료를 함께 총괄하는 부서의 신설이 이루어져 전문가들이 디지털화된 관리 시스템 속에서 자료 보관과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그것을 안정적인 플랫폼 안에서 일반에게 서비스하여 부산 지역 미술사와 문화사의 정체성 찾기 작업에 일조할 수 있도록 보강해 나가야 할 것이다.  


Q. 올해 부산시립미술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올해 부산시립미술관은 시스템 정비의 시기였다. 지난 시기 진행해 오던 관행화된 일 처리 방식을 조금 더 효율적인 것으로 바꾸어나가는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이러한 진행과정이 공동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소통 시스템을 강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Q. 시립미술관 리모델링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A. 2010년을 전후하여 서구의 미술관들에는 리노베이션 붐이 일었다. 그것은 단순하게 시설이 낙후되어서가 아니라 미술관을 둘러싼 변화된 사회 문화적 환경이 더 이상 20세기식 미술관 작동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이다. 단순한 시설 개선이 아닌 변화된 환경과 사회에 맞는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미술관이 잘 작동 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리노베이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역시 동시대 미술계, 부산의 사회 문화적 환경변화, 그리고 거기에서 요구되는 미술관의 역할을 분석하여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리노베이션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제 행정적인 과정을 거쳐 예산에 반영 해야 하는 과정을 남겨놓고 있다. 


Q. 작품을 관람하며 힐링하고 스스로 배우는 공간으로의 미술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A. 미술관과 박물관의 역사를 살피다 보면 미술관/박물관의 대 사회적 역할과 강조점이 시대의 흐름과 맞물리며 변화되어 온 것을 살필 수 있다. 시민혁명으로 왕족과 귀족들의 소장품을 공공재로 환원하여 처음 박물관을 개관하였을 때, 그것은 소장품을 보관하는 기능이 강하였다. 이후 전시가 중시되면 소장품을 벗어난 기획전 등이 활성화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중시되었고, 최근에는 종합문화기관으로서 스스로 익히는 깨닫는 학습 기관의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이전시기 교육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방향성을 제시하고 가르치던 것에서 이제 미술관은 다양한 정보를 관객이 자기 주도적으로 취사 선택하고 융합해 내어 자신에게 맞는 깨달음이나 즐거움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함을 의미한다. 즉, 관객 각자에게 최적화된 방식의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미술관은 이전과는 달리 일방적 정보의 제공이 아닌 상호 소통하며 찾아나가는 방식의 채널을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미술관은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심정보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제공하였다면, 향후 미술관은 소장하고 있는 많은 정보 속에서 관객이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 기혜경(1964-) 이화여대 학사,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 및 박사 졸업.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 역임. 「대중매체의 확산과 한국현대미술: 1980-1997」외 논문 다수 발표. 『이미지시대의 매체vs미디어』 (현실문화연구, 2018), 『큐레이팅을 말하다(공저)』(미메시스, 2019) 외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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