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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10회 여수국제미술제 예술감독 조은정

김달진


조은정 여수국제미술제 예술감독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로 2006년 시작되어 2016년까지 격년 개최된 YIAF가 2017년부터 매년 열리다 올해 여수국제미술제로 명칭이 바뀌었다. 코로나19로 많은 비엔날레가 연기되고 큰 미술행사가 취소되었으나 여수시에서는 전시가 허용되어 9월 4일 개막하여 10월 5일까지 여수엑스포갤러리와 D전시홀에서 열렸다.

Q. 새롭게 시작된 여수국제미술제의 특징은?
A. 여수는 여순사건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장소이다. 여수국제미술제를 통해 미술의 오래된 기능인 ‘드러냄’을 다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번 미술제에는 여수라는 지역성이 수면 아래서 반짝인다. 또한 팬데믹 상황에서 시작한 전시이므로 감염증 시대를 말하는 작품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우리가 지금 통과하는 시대를 작품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 성소수자, 입양아, 여성, 이름 없이 죽어간 이들에 대한 헌사가 모인 장소이다.  

Q. 부제인 “【해제解題】 금기어”는 무엇인지?
A. 금기, 타자, 혐오 등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고 한 가지 이유에서 생성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 개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부제를 달았다. 한 사건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된다. 개인사와 사회, 사건, 역사적 입장과 해석에 의해 동일한 상황이 얼마나 다르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예술의 할 일 중 하나다. 관객은 전시장에서 문득 우리의 무지와 대면함으로써 깨닫게 될 것이다. 버려야 할 것, 넘어야 할 것이 참 많은데, 혐오나 금기를 버리면 우리 세상은 어떻게 될까 꿈꾸게 되는 것이다.

Q. 특히 주목 할 작품은?
A. 예산이 부족한 탓에 직접 전시장을 디자인해서 주제전의 모든 작품이 훤히 눈 앞에 펼쳐진다. 박미화의 602개의 수를 놓은 판이 벽에 부착된 <이름-플래시라이트>는 전시장 자체를 공들여 제작했다. 달팽이처럼 돌아 들어가며 수많은 희끄무레한 벽에 손에 든 핸드폰의 라이트를 켜면 이름이 드러난다. 소환된 역사, 사람의 가치를 일깨우는 작업이다. 신미경의 유적지를 둘러보다가 비누라서 쓱 긁히는 그곳에 자신의 속마음, 금기어를 적음으로써 관객은 금기어에서 해방되는 카타르시스를 맛볼 것이다. 최재훈의 총을 쏘아 만들어진 쇠판의 구멍들을 통해서는 폭력의 이름을, 하태범의 작품에서는 언론의 감성팔이와 나의 양심 사이를 확인할 것이다. 뱅크시의 원본 작품 2점 그리고 그가 만든 영화를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할 질문을 유쾌하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냄새가 심한 김도희의 <야뇨증> 전시를 위해 비닐하우스를 지었는데 너무나 잘 지어서, 멋진 장소로 주목받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Q. 이번 여수국제미술제에서 열정페이가 강조되었다. 이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는?
A. 열정페이, 재능기부라는 말을 매우 싫어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작가들이 제작비 보조 없이 신작을 제작하여 출품하고, 거의 모든 작가가 SNS를 통해 열심히 홍보해 주었다. 또 정식 오프닝 행사가 없음에도 여수까지 방문하여 전시를 여는 순간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아마도 우리 시대 함께하는 부채 의식이 아닐까 싶다. 감염증의 시대에, 여순사건의 고장에서 한국 현대사를 아는 이들이 예술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기에 이루어낸 기적 같은 상황이라고 본다. 문제는 기적은 지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국제미술제로서의 위상은 여수시의 판단에 의해 변화할 것이다. 이 전시의 기반은 여수시 지역 작가들의 노고였으며 그들의 힘이 여기까지 오게 한 지라 진행하면서도 매우 경건한 마음이었다.

Q. 그동안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미술평론가협회 공공미술분과위원장이며 전시기획자, 교수, 다수의 저서를 내며 미술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A. 학자이지만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도 열광한다. 앞으로도 개인적인 즐거움으로 작품을 보고 분석하고 글을 쓰고 전시를 둘러보고 질서를 찾아내어 정리하는 학문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모든 전시장 문이 닫히자 일상이었던 전시장 방문이 금지되었다. 그래서 상품을 파는 플랫폼에 등록비를 내고 주소를 받아 랜선 전시회를 열었던 적도 있다. 언제든 하고 싶은 일이 사회적 가치가 있다면 즐거이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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