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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인내와 결실, 문영대 미술평론가

김달진



작가와 평론가의 이상적인 관계는 무엇일까? 작년 한국미술사에서 잊혀졌던 ‘변월룡’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연이어 열렸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20여 년간 포기하지 않고 준비한 한 미술평론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제8회 홍진기창조인상 문화예술부문을 수상한 문영대 씨를 만났다.

Q. 미술평론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 계기는?
A. 다년간 미술관 큐레이터로 근무하다 러시아 유학을 계기로 미술평론가로 방향 전환을 했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하게 됐다. 즉, 큐레이터는 아무래도 아이디어가 샘솟는 젊은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과 또 소속이 없는 상태의 큐레이터 활동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예 미술평론가로 방향전환하여 자유롭게 변월룡 화백 연구에 집중코자 했다. 

Q. ‘변월룡’에 대한 관심과 전시까지의 경과는?
A. 변월룡 화실을 물려받은 아들 세르게이 화실을 드나들면서 변월룡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의 존재를 한국에 꼭 알려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은 것은 북한에서 보내온 편지를 접하면서였다. 만약 그 편지들이 아니었으면 북한에서 차지하는 변월룡의 존재감이 그렇게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시까지의 경과는 녹록지가 않았다. 막상 한국에 그의 존재를 알리려 하니 유족이 허락하지 않아 삼고초려를 해야만 했고, 겨우 허락을 얻은 다음에는 국내에서 고충이 따랐다. 2005년 광복 60주년에 맞춘 전시회였는데 뜻밖에 북한 당국의 반대로 그 전시회가 무산되었다. 그리고 10년을 훌쩍 넘기고서야 마침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Q. ‘변월룡’의 미술사적 위치는?
A. 한국미술사적 위치를 묻는 것 같은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변월룡은 러시아 국적 화가로서 대한민국 화단과는 무관한 사람이다. 글로벌 시대에 배타적 국수주의를 운운하는 것이 너무 싫지만, 소련 땅에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으로 살았음에도 그러한 태생적 한계 때문에 사실 뭐라 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 즉 통일 후면 사정이 달라진다고 본다. 그는 평양미술대학 설립에서 그 대학의 교수들을 집중 지도·육성한 실질적인 북한미술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훗날 통일한국미술사에서 그의 존재 가치는 더욱 크게 빛을 발하리라 확신한다.

Q. 한국근현대미술사 정립을 위해 보완해야 할 것은?
A. 한국근대미술사에서 ‘기초미술의 부재’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사실 서양미술의 근간은 사실적 표현에 있었고, 우리의 서양화 도입은 20세기 초 후기인상파 이후부터였으니 그 격차가 커 사실적 표현이 서툴 수밖에 없다. 사실이 그렇다 보니 화가들이 미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 등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예를 들면 긴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도 이에 항거한 그림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 광복의 기쁨이나 분단의 아픔 등을 제대로 표현한 화가가 드문 것, 또 해외 미술관에서 쉽게 보는 자국인의 역사적 인물이나 위인 초상화가 한국에서는 유독 보기 드문 것 등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쯤에서 박용숙 선생님의 “나는 늘 자조 섞인 말로 좋은 작품이 있어야 좋은 글을 쓴다고 말해 왔다”는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명언처럼 역사는 결코 위대한 예술가를 잊지 않는다고 믿는다. 변월룡 탄생 100주년 전시회도 그런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존재가 뒤늦게 알려진 만큼 몇 년에 걸쳐 전국 순회전을 구상하고 있다. 한두 번의 전시회로 그 화가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순회의 첫 번째 전시회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고국의 품에 안긴 거장, 변월룡’이란 제목으로 개최했었다. 아무쪼록 변월룡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한국미술계가 보다 더 풍성해졌으면 한다.


- 문영대(1960- ) 경남대 미술교육과 학사, 러시아 계르젠국립사범대 미술교육학부 석·박사 졸업. 동아갤러리 수석큐레이터, 경남대 미술교육과 겸임교수(2000-06) 등 역임. 제8회 홍진기창조인상 문화예술부문(2017) 수상.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화가 변월룡』(컬처그라퍼, 2012)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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